▲ 퇴장 당하기 전 박해민(오른쪽)의 안부를 묻는 양현종(KIA) ⓒKIA타이거즈
▲ 퇴장 당하기 전 박해민(오른쪽)의 안부를 묻는 양현종(KIA)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KBO리그 역대 네 번째 개인 통산 150승 사냥에 나섰던 양현종(34‧KIA)의 하나의 실투에 얼어붙었다. 150승은 다음 경기에서 해도 됐다. 그보다는 상대 타자의 건강이 걱정이었다.

양현종은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2회까지 실점 없이 순항했다. 마침 팀 타선이 3회 집중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상대 실책까지 등에 업고 5점을 뽑아내며 든든한 득점 지원까지 받았다. 올해 유독 득점 지원이 없어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양현종이지만, 이날은 다른 듯했다.

팀이 좋은 기세를 타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상위권으로 가려면 더 높은 순위에 있는 팀을 잡아야 했다. 양팀 팬들이 총집결할 예정이었던 잠실 3연전의 중요도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양현종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2회 오지환을 삼진으로 잡을 때의 포심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150㎞이 나왔다. 더 힘을 내고, 더 집중해서 던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영예를 안기 직전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개인 통산 149승(97패)을 기록 중이었던 양현종으로서는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하루이기도 했다. 송진우 이강철 정민철이라는 레전드만 가지고 있는 150승에도 한걸음 다가섰다. 경기 분위기와 양현종의 구위, 그리고 5점의 리드를 생각하면 승리를 장담은 못해도 승리투수 요건을 챙길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런데 3회 손에서 빠진 공 하나가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5-0으로 앞선 3회 2사 1루에서 홍창기에게 볼넷을 내줘 1,2루에 몰린 양현종은 박해민과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였다. 그런데 1B-2S에서 던진 6구째 시속 145㎞ 포심패스트볼이 손에서 빠지며 몸쪽으로 몰렸고, 이것이 박해민의 헬멧을 강타했다.

박해민이 충격을 받고 쓰러진 가운데 양현종도 이른바 ‘헤드샷’ 자동 퇴장 규정에 따라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150승 도전이 다음 경기로 밀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양현종은 개인 기록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자리에 멈춰서 박해민을 걱정했다. 박해민의 상태를 걱정하며 마운드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다행히 한동안 트레이너가 상태를 살피던 박해민은 일어나 걸어서 1루를 향했다. 양현종은 잠시 1루로 가던 박해민을 만나 안부를 묻고 미안하다는 뜻을 전한 뒤 3루 더그아웃으로 퇴장했다. 정통으로 맞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던 박해민 또한 괜찮다고 말하며 양현종을 돌려보냈다. 두 선수의 가벼운 스킨십과 함께 양현종의 이날 등판도 마무리됐다. 

상대 타자의 머리로 공을 날리고 싶은 투수는 어디에도 없다. 양현종의 경력에서도 첫 헤드샷 퇴장이었다. 워낙 민감한 부위에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으니 순간적인 당혹스러움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기록보다 중요한 건 선수들의 건강이었고, 박해민은 이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뛰어 큰 부상은 아님을 시사했다. 

양현종의 퇴장 여파가 클 수 있었지만, 두 번째 투수 윤중현이 급하게 출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실점 피칭을 이어 갔다. 나머지 투수들이 몸을 풀 시간을 번 귀중한 호투였다. 팀도 10-1로 이겨 양현종 또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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