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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물러선' 김태형 감독, 한 뼘 더 자란 선수들

작성일: 2016.04.24 06:00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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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건우(왼쪽), 김재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지금 정말 분위기가 좋은데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감독이) 더 뒤로 빠지는 게 정상적인 거 같다."

여유가 있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21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3-8로 지면서 7연승 흐름이 끊어졌지만 실망한 기색은 없었다. 뒤지고 있었지만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고,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에 패배가 아쉬울 법도 한데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잠실로 돌아온 두산은 한화 이글스를 만나 22일 8-2, 23일 3-2로 이기면서 다시 2연승을 달렸다. 

김 감독은 데뷔 첫해였던 2015년 두산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일찍 단맛을 본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높아진 기대에 고민이 깊었다. 징크스도 신경 쓰였다. 두산은 1982년과 1995년, 그리고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이듬해 성적이 뚝 떨어졌다. 우승한 뒤 맞이한 3차례 시즌 모두 가을 야구조차 하지 못했다.

올 시즌을 한 달 가까이 치르면서 부담을 내려놓은 듯했다. 김 감독은 "사실 시즌 초반 몇 경기는 집중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다. 몇 경기 지나고 나서 편안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 징크스 때문에 경기에서 더 이기려고 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낼 수 있는 거도 아니고"라고 말하며 웃었다. 

▲ 김태형 감독(오른쪽 맨 앞) ⓒ 한희재 기자
한발 물러서서 지켜봤다. 김 감독은 "최대한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발휘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뛸 수 있게 만드는 게 감독이 할 일이다. 감독은 그거만 하면 된다. 그다음에 성적에 따라서 (감독이) 책임지면 된다"고 했다. 그래야 선수들 스스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은 김 감독의 바람대로 움직였다. 주장 김재호(31)와 오재원(31)이 중심을 잡았다. 김 감독은 "주장을 잘하고 못하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김)재호랑 (오)재원이 둘이서 잘 리드하고 있다. (민)병헌이도 나름대로 돕는다"고 말했다.
 
1990년생 트리오 정수빈과 박건우, 허경민에게는 특별한 임무를 줬다. 김 감독은 "시즌 전에 셋을 따로 불러서 '너희가 팀의 리더다. 아직 어리지만 성적에 따라서 시무룩하게 있지 말고 리더라고 생각하고 늘 벤치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위에 형들이 있으니까 '나는 야구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딱 그 위치인데, (부탁한 이후) 책임감도 더 생기면서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 양의지(왼쪽), 마이클 보우덴 ⓒ 곽혜미 기자
외국인 선수들은 팀에 잘 녹아들고 있다. 올해 팀에 합류한 마이클 보우덴과 닉 에반스는 "동료들이 따뜻하게 대해 준다"고 입을 모았다. 보우덴은 "미국과 달리 모든 동료가 어떻게 상대 타자를 공략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잘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에반스는 타율 0.164로 부진하지만 일찍 경기장을 찾아 타격 훈련을 더 하면서 팀 분위기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지만 경쟁은 치열하다. 두산은 주전과 백업의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모든 선수가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오재일은 타율 0.488 3홈런 1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에반스와 1루수 경쟁에서 앞섰다. 주로 대타로 출전한 김재환과 최주환은 각각 타율 0.375 4홈런 9타점, 타율 0.308 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았다. 노경은이 성적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가면서 빈 5선발 자리는 허준혁과 진야곱이 노리고 있다.

"이겨 내야지." 김 감독이 경쟁하는 선수들의 부담을 이야기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다. 안쓰럽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경쟁을 즐기는 멘탈과 실력이 동반된 선수가 기회를 얻는다. 김 감독은 '이겨 낸'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고, 그 과정에서 선수들은 한 뼘 더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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