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도드라지는 구속 저하에 고전하고 있는 아롤디스 채프먼
▲ 최근 도드라지는 구속 저하에 고전하고 있는 아롤디스 채프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던 뉴욕 양키스는 23일(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더블헤더 1경기에 1-1로 앞선 9회 아롤디스 채프먼(34)을 투입했다. 0-1로 뒤지다 8회 저지의 솔로포 한 방으로 동점을 만들자 불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그러나 채프먼은 이날 뭔가가 이상했다. 시속 100마일(161㎞)을 밥 먹듯이 뿌리며 ‘미사일’이라는 별명으로 리그를 호령하던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첫 타자인 폴락에게 솔로포를 맞더니 1사 후 번에게 볼넷을 내준 뒤 폭투와 포수 패스트볼이 연이어 나왔다. 완전히 흔들리는 양상이었다. 결국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준 뒤 마운드에서 물러났고, 양키스는 1-3으로 졌다.

제구도 제구지만 기본적인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채프먼은 이날 16개의 공을 던졌는데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8.1마일(약 157.9㎞)에 머물렀다. 최저 구속은 94.2마일(약 151㎞)이라는 충격적인 수치였다. 하나의 공이 손에서 빠진 것도 아니었다. 이날 포심패스트볼 7구 중 98마일을 넘는 공은 딱 2개였고, 오히려 96마일(154.5㎞) 아래의 공이 4개였다.

1경기가 끝난 뒤 애런 분 뉴욕 양키스 감독은 “채프먼이 아킬레스건 쪽의 이질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몸이 안 좋아 구속과 제구 모두 문제를 일으켰다는 옹호였다. 하지만 채프먼의 구속 저하는 이미 시작됐고, 이제는 전성기 모습을 보여주기도 어려울뿐더러 앞으로 계속 하락세를 탈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채프먼의 구속 저하는 더 단적으로 드러난다. 2017년 채프먼의 포심패스트볼 중 97마일(약 156㎞)이 안 되는 공은 전체 비율에서 2.5%에 불과했다. 돌려 말하면 97.5%가 97마일 이상의 공이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올해는 그 비율이 45%까지 증가했다. 절반 가까이가 97마일이 안 된다. 

1년 사이에 평균 구속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채프먼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8.3마일(158.2㎞)로 여전히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96.8마일(155.8㎞)로 뚝 떨어졌다. 1년 사이의 변화이기에 체감적인 구속 저하는 더 크게 느껴진다. 

사실 채프먼은 정교한 제구보다는 힘이 더 중요했던 선수다. 근래 들어 떨어진 구속은 성적으로 직결되고 있다. 채프먼은 5월 들어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최근 5경기에서 모두 실점을 허용하는 등 5월 평균자책점이 무려 9.53에 이른다. 4번의 세이브를 거두기는 했으나 패전도 두 번이나 있었다. 피안타율은 0.407까지 치솟았다. 확실히 정상이 아니다.

분 감독의 설명대로 아킬레스건의 문제가 해결되면 성적은 다시 반등할 수도 있다. 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사나이, 심지어 구속 집계에서 자신을 제외하는 ‘채프먼 필터’까지 만들었던 이 사나이의 영광이 다시 찾아오기는 어려워보인다. 채프먼은 3년 4800만 달러 계약이 올해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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