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타 생산에서는 건재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NC 손아섭 ⓒ곽혜미 기자
▲ 안타 생산에서는 건재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NC 손아섭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롯데는 지난겨울 생애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손아섭(34‧NC)과 계약을 망설였다. 좋은 선수라는 것, 팀의 프랜차이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공격력에 이른바 ‘에이징커브’가 올 시기가 됐고, 수비력은 떨어지고 있다고 봤다.

그래서 많은 금액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첫 제안은 아무리 롯데에 대한 애정이 깊은 손아섭이라고 해도 섭섭함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손아섭은 고심 끝에 시장에 나가기로 했고, 몇몇 구단의 관심을 받은 끝에 가장 좋은 조건(4년 총액 64억 원)을 제시한 NC의 손을 잡았다. 나성범의 KIA 이적을 예감하고 있었던 NC는 박건우와 손아섭이라는 총을 모아 ‘기관총 부대’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렇다면 손아섭의 총은 아직 살아있을까. 수비야 보는 시선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단 공격력은 크게 저하된 양상이 없다. 손아섭은 6일까지 시즌 55경기에 나가 타율 0.309, 2홈런, 15타점, 4도루, 그리고 67개의 안타를 쳤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 이야기가 나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최다 안타 부문에서 리그 4위까지 올라왔다.

한창 좋을 때의 공격 생산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NC도 그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를 생산하는 능력은 여전히 살아있다. 리그 평균을 대입한 상대적 공격력도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손아섭의 조정공격생산력(wRC+)은 130.7로 지난해(118.8)보다 상승했다. 130의 wRC+는 손아섭의 전성기로 평가되는 2011년 이후 기록을 봤을 때 하단 정도는 된다. 

앞으로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4월 25경기 타율(.290)보다는 5월 26경기 타율(.343)이 더 높았다. 획기적으로 더 높아지지는 않더라도, 베테랑의 시즌 레이스 경험상 이 정도 수치는 어느 정도 유지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NC의 투자도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게 되고, 롯데의 계산보다는 더 나은 성적과 함께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있다.

사실 만 34세의 선수고, 실제 장타력이 정점을 찍고 몇 년째 떨어진 건 기록으로도 보인다. 그런데 안타 생산은 꾸준하다. 비결이 무엇일까. 오랜 기간 그라운드에서 상대 선수로 손아섭을 지켜본 이대형 ‘스포츠타임 베이스볼’ 크루는 여러 공에 대처할 수 있는 특유의 배트콘트롤을 결정적인 비결로 뽑았다. 힘이야 나이를 먹으면서 계속 떨어지겠지만, 이 능력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손아섭은 건강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매 시즌 최다안타 5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실제 손아섭은 5월 안타를 많이 만들어내며 이 예상 안에 들어왔다. 이 위원은 “배트를 짧게 잡는데 여기에 배트스피드까지 빠르다. 그래서 큰 슬럼프 없이 한결같이 상대 투수의 공에 대처할 수 있다. 사실 스윙이 아름답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항상 100% 발휘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런 타자들이 대개 국제대회 적응도도 좋다. 어느 투수든 준비할 수 있는 자세와 배트콘트롤이 되어 있는 것”이라고 했다. 투고타저, 타고투저와 관계없이 기본적인 안타 생산 능력이 갖춰져 있으니 시즌에 따른 기복도 적을 가능성이 있다. 완화되고 있지만 시즌 초반 극심한 투고타저 양상이었던 올해는 그런 능력이 더 빛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시즌 초반에는 지난 2년보다 삼진 비율이 조금 높았지만, 스트라이크존이 다시 조정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5월에는 삼진 비율(11.4%)이 지난해 수준으로 돌아왔다. 인플레이타구 타율(.350)은 자신의 개인 통산(.367)보다 조금 낮은 비교적 정상적인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손아섭은 올해 역대 최다안타 순위표에서 여러 전설을 추월할 예정이다. 손아섭은 6일까지 2144안타를 쳐 역대 7위에 올라있다. 건강하게 뛰면 역대 6위인 이승엽(2156개), 5위 정성훈(2159개), 4위 박한이(2174개)까지는 전반기 내 추월이 가능하다. 3위 김태균(2209개)까지의 거리는 65개로 올 시즌 내 추월이 가능해 보인다. 그 다음 남은 선수는 2318개의 양준혁, 2504개의 박용택 두 명이다. 안타에 에이징커브가 더 늦게 올수록, 이 순위에 도전하는 발걸음은 더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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