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진에 부상이 겹친 KIA 로니 윌리엄스 ⓒ연합뉴스
▲ 부진에 부상이 겹친 KIA 로니 윌리엄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김현수(LG)의 타구가 빨랫줄처럼 날아가 우측 담장을 넘기는 순간, KIA 외국인 투수 로니 윌리엄스(26)는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1점 리드가 2점 열세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의 6회 광경이었다.

의욕은 충만해보였다. 양말을 한껏 끌어올려 신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반바지처럼 보일 정도였다. 5회까지 2실점으로 막으며 자신의 몫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약점이 발목을 잡았다. 3-2로 앞선 6회 시작하자마자 4사구 2개를 내주더니, 김현수에게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잘하고 싶었을 로니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었고, 주저앉은 것도 그런 심리에서 나왔을 것이다.

가뜩이나 울고 싶었던 로니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곤혹스러운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일부 팬들이 로니의 SNS에 ‘악플’을 달았다. 로니도 다 참았지만 인종차별적인 욕설에는 발끈했다. 추후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기는 했으나 인종차별 메시지는 억울해했다. 악몽과도 같은 8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겹쳤다. 오른쪽 팔꿈치에 염증이 발견됐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지만 다음 선발 순번에는 정상적으로 대기할 수 없어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열흘 뒤 돌아온다고는 하지만, 사실 지금 KIA는 외국인 투수 두 명을 놓고 한가로운 시기가 아니다. 여차하면 두 명을 모두 바꿀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부상이 타이밍마저 좋지 않았다.

김종국 KIA 감독도 될 듯 될 듯 안 되는 로니의 투구에 한숨을 내쉬었다. 김 감독은 9일 광주 LG전을 앞두고 “5회를 마칠 때까지만 해도 무난한 투구를 하고 있었다”면서 6회 4사구를 패인으로 뽑았다. 이어 “적극적인 승부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1~2구 안에 스윙이 나올 수 있는데 너무 어렵게 승부를 하는 것 같다. 1~3회까지만 해도 템포도 빠르고 공격적이었지만, 안 맞으려고 점수를 안 주려고 어렵게 승부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퇴출이나 교체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도 “한 템포 쉬고 열흘 후 합류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젊고 어린 선수다보니 경험이 부족한 건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는 부상 없이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투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로니로서도 자신의 기량을 증명할 기회를 최소 한 차례 놓친 셈이 됐다. 그리고 그 기회가 이제 많이 남지는 않았다는 것을 직감할 법하다. 로니는 올해 8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4.78에 머물고 있다. 1군에 복귀한 뒤 1~2경기에서 미끄러지면 교체 대상 명단에 이름이 박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로니의 기사회생이 가능할지, 열흘 뒤 투구가 모든 것을 쥐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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