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두산 베어스 로버트 스탁, 이영하, 곽빈 ⓒ 두산 베어스
▲ 왼쪽부터 두산 베어스 로버트 스탁, 이영하, 곽빈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올해 두산 베어스 야구는 지루하다. 

두산은 올 시즌 평균 경기시간 독보적 1위에 올라 있다. 정규이닝 평균 경기시간 3시간18분, 연장 포함 평균 경기시간 3시간23분을 기록하고 있다. 10개 구단 평균 정규이닝 경기시간은 3시간10분, 연장 포함 경기시간은 3시간14분으로 차이가 크다. 리그에서 가장 짧게 경기하는 SSG 랜더스는 연장 포함 평균 경기시간도 3시간9분에 불과하다.  

경기 시간을 끄는 주범은 마운드에 있다. 올해 KBO리그에서 볼넷을 가장 많이 허용한 투수 1, 2위가 모두 두산에 있다. 에이스 로버트 스탁(33)이 35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이영하(25)와 곽빈(23)이 31개로 SSG 오원석(21)과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리그에서 볼넷을 가장 많이 내주는 투수가 3명이나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으니 일주일에 3~4경기는 경기 템포가 늘어진다. 스탁과 이영하, 곽빈 모두 시속 150㎞대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인데도 구위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세 투수 모두 변화구 구사에 약점이 있다 보니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리고, 4구 이내로 타자를 처리하는 일이 거의 없다. 투수가 쫓기니 타자들은 공을 계속 커트하면서 입맛에 맞는 공을 치거나 볼을 골라 걸어 나간다. 이영하와 곽빈은 주자가 나가면 폭투로 더 큰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자연히 5이닝 이상 버티는 게 버겁다. 이영하는 12경기에 등판해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3차례, 곽빈은 11차례 등판해 퀄리티스타트 2경기에 그쳤다. 스탁은 12경기 가운데 8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는데, 퀄리티스타트+(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2차례에 불과하다. 더스틴 니퍼트, 조쉬 린드블럼, 라울 알칸타라와 지난해 아리엘 미란다 등 리그 MVP를 차지하거나 20승 이상 달성했던 과거 에이스들이 기본 7이닝 이상 막아줬던 때를 생각하면 아쉽다.  

늘어나는 4사구만큼 포수와 야수들도 지친다. 포수들은 이영하와 곽빈이 등판하는 날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들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고, 야수들은 하염없이 그라운드에 서 있어야 한다. 장원준, 유희관(은퇴), 이용찬(현 NC) 등 과거 두산의 전성기를 이끈 국내 선발투수들이 얼마나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는지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문제는 대안이 없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영하와 곽빈이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잘 넘어가길 바라며 시즌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MVP 미란다는 부상으로 시즌 내내 자리를 비우고 있고, 그나마 가장 공격적으로 투구하던 최원준마저 팔이 불편해 지난 9일 휴식 차원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영하와 곽빈이 선발 로테이션이라도 도는 게 다행인 상황이다. 

김 감독은 이영하와 곽빈은 잘하려는 욕심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 운영 능력이 떨어지니 단순하게 공격적으로 붙어야 하는데, 괜히 생각이 많아 피해 가는 투구를 한다는 것. 2019년부터 선발로 경험을 쌓은 이영하에게는 아쉬움이 더 크다. 김 감독은 "이영하 정도면 이제는 이겨내고 할 때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영하와 곽빈은 각각 2016년과 2018년 1차지명으로 입단할 때 전국구 유망주였다. 과거에도 지금도 이 둘을 지켜보는 두산 관계자들은 "공은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좋은 공을 활용하지 못하면 더는 좋은 공이 아니게 된다. 두 투수가 볼넷의 늪에서 벗어나 알을 깨고 나오지 않는 이상 두산 야구는 계속해서 지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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