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엄상백. ⓒ곽혜미 기자
▲ kt 엄상백.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사직, 고봉준 기자] 사령탑은 벤치를 지나가던 선수를 향해 이틀 내리 “감사합니다”며 미소를 지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마당쇠 노릇을 하며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공로를 재차 치하하면서였다.

kt 위즈는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새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이틀 전 KBO리그 데뷔전으로 치른 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등판 도중 왼쪽 팔꿈치 뭉침 증세를 호소했는데 며칠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와 결국 1군에서 말소됐다.

kt로선 당황스러운 순간이다. 앞서 팔꿈치 부상을 호소한 윌리엄 쿠에바스를 방출한 뒤 새로 데려온 외국인투수마저 팔꿈치 염증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벤자민은 kt가 고심을 거듭해 영입한 새 자원이다. 2019년부터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또 지난해 통합우승을 이끈 쿠에바스를 내치기가 쉽지 않았지만,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감 속에서 택한 카드가 바로 벤자민이다.

연봉 33만1000달러로 kt 유니폼을 입은 벤자민은 KBO리그 데뷔전에서 3이닝 동안 공 53개를 던지며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뽐냈다. 그런데 등판 도중 왼쪽 팔꿈치 통증이 생겨 예정된 80구를 채우지 못했고, 결국 이날 1군에서 말소되면서 걱정을 샀다.

표정이 가장 어두운 이는 역시 kt 이강철 감독이다. 이 감독은 “벤자민은 두 턴은 쉬어야 한다고 하더라. 팔꿈치 염증이 있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벤자민의 이탈로 어깨가 다시 무거워진 이가 있다. 바로 엄상백이다. 이 감독은 “엄상백이 두 차례 정도 선발투수로 나간다. 그래도 엄상백이 있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2015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우완 사이드암 엄상백은 수년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전천후로 뛴 대표적 마당쇠다. 군 복무 기간이었던 2020년과 2021년 전반기를 제외하면 언제나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켰다.

이는 올 시즌 역시 마찬가지. 14경기 가운데 선발로 9경기, 구원으로 5경기를 뛰며 5승 2패 평균자책점 3.70으로 활약했다. 쿠에바스가 일찌감치 이탈한 상황에선 5선발로 자기 몫을 다했고, 최근에는 다시 구원으로 돌아와 허리를 책임졌다.

엄상백의 존재감이 다시 빛난 때는 벤자민이 KBO리그로 데뷔한 9일 키움전이었다. 이날 벤자민이 3이닝만 던지고 내려간 뒤 곧바로 올라와 4이닝을 2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처리하고 7-1 승리를 이끌었다.

다음날 사직구장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엄상백이 4이닝을 맡아주면서 필승조를 아낄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또, 때마침 바로 앞을 지나가던 엄상백에게 직접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미소를 지었고, 2차전이 열린 11일에도 다시 “감사합니다”라는 높임말로 엄상백을 격려했다.

사이드암으로서 시속 150㎞대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구사할 줄 아는 엄상백. 기대했던 벤자민의 예상 밖 이탈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재차 증명할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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