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이 기대했던 해결사 몫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KIA 나성범 ⓒKIA타이거즈
▲ 팀이 기대했던 해결사 몫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KIA 나성범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창원, 김태우 기자] 수준급 투수들이 맞붙는 경기에서는 점수를 내기가 쉽지 않다. 상대 필승조가 죄다 올라온 상황에서 연속 안타로 점수를 내는 것 또한 아무래도 확률이 떨어진다. 한 방에 기대 득점을 확 높이는 장타가 더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장타 부재로 큰 어려움을 겪은 KIA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장에 거액의 돈다발을 풀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 최대어로 뽑힌 나성범(33‧KIA)에 6년 총액 150억 원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 끝에 유니폼을 입혔다. KIA가 나성범에게 기대한 것은 간단했다. 장타로 팀 타선을 이끌어주길 바랐다.

나성범은 KIA 입단 전에도 통산 212개의 홈런을 친 선수였고, 통산 장타율이 0.540에 이르는 선수였다. 30홈런 이상 시즌만 세 차례를 기록했다. 그런 나성범은 조용히 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의 맹활약에 다소 가린 측면도 있지만, 현재 KIA에서 최고의 공격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나성범은 16일까지 시즌 62경기에서 타율 0.308, 10홈런, 4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6을 기록 중이다. 조정공격생산력(wRC+)에서 168.4를 기록해 국내 선수로는 최고 수치를 찍고 있기도 하다. 한때 영양가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 성적이라면 어떤 의미에서든 과소평가하기가 어렵다.

홈런 일지를 봐도 나성범은 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는 게 보인다. 대다수의 홈런이 점수차가 적을 때 나왔기 때문이다. 

나성범은 올해 10개의 홈런 중 4개가 3점 이내 열세 상황에서 나왔다. 팀에 귀중한 추격점을 대포로 제공했다는 의미다. 또 4개를 3점 이내 리드 상황에서 터뜨렸다. 팀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근소한 차이에서 여유를 제공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반대로 4점 이상 열세 상황과 4점 이상 리드 상황에서의 홈런은 각각 1개씩이었다.

1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경기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한 방으로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다. 이날 상대 선발 구창모의 호투에 눌려 6회까지 단 1점도 뽑지 못한 KIA 타선은 7회 상대 필승조들을 상대로 4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뒤집은 끝에 4-2로 역전승했다. 역시 빡빡한 경기 상황에서, 나성범의 방망이가 그 중심에 있었다.

이창진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만회한 가운데 1-2로 뒤진 2사 1,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나성범은 김영규의 낮은 쪽 포심패스트볼을 받아쳐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역전까지 최소 한 개 이상의 큰 장타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나성범은 순식간에 3점을 전광판에 새겼다. 경기 분위기가 일거에 바뀌었고, 기세를 탄 KIA는 NC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김종국 KIA 감독 또한 경기 후 “2사 후 터진 나성범의 역전 3점 홈런 덕택에 팀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면서 “팀이 나성범에게 원하는 것이 이런 모습 아니겠는가”라고 흡족해했다.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는 제법 있지만,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는 선수는 그보다 적고, 중요한 순간에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는 그보다도 적다. 괜히 나스타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다. 150억 원 투자는 출발이 상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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