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수 FA 역사상 최악의 먹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 투수 FA 역사상 최악의 먹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9년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는 여러 팀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수준급 선발투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동안 불펜 야구가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결국 포스트시즌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여전히 에이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직후였다.

당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등 현지 언론의 선발 랭킹은 비슷했다. 게릿 콜이 의심의 여지없는 최대어였고, 2019년 워싱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상종가를 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넘버 투였다. 그 뒤를 이어 잭 휠러, 매디슨 범가너, 류현진, 그리고 댈러스 카이클이 이었다.

이 선수들은 모두 비교적 성공적인 FA 계약을 했고, 이제 2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중간 평가를 내리기에 충분한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성공한 투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투수도 있다.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한 류현진은 2020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에 올랐을 정도로 빼어난 활약을 했다. 그러나 2021년은 리그 평균을 크게 웃돌지 못했고, 2022년 6월 결국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을 결정하며 전열에서 이탈했다. 2022년 복귀는 불가능하다. 2023년도 어느 시점에 돌아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어쨌든 8000만 달러의 값어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류현진보다 더 성과가 나쁜 선수도 있다. 워싱턴과 7년 총액 2억45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부상으로 제대로 모습조차 드러내지 못했다. 스트라스버그는 3년간 단 8경기에서 31⅓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고, 1승4패 평균자책점 6.89라는 최악의 성적을 찍었다. 지금까지의 활약상과 몸 상태, 계약 규모를 고려하면 역대 최악의 먹튀가 될 가능성까지 가지고 있다.

201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3년 5550만 달러에 계약한 댈러스 카이클도 실패했다. 카이클은 3년간 51경기(선발 49경기)에서 17승16패 평균자책점 4.79에 머물렀다. 2021년과 2022년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고, 이 기간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마이너스 -1.1에 머물렀다. 결국 계약을 다 채우지 못하고 방출됐다.

가을의 사나이로 불렸던 전사이자, 애리조나와 5년 8500만 달러에 계약한 매디슨 범가너는 첫 2년 동안 급격한 하락세에 먹튀 우려를 모았다. 2020년과 2021년 2년간 범가너가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5.07이었다. 올해는 조금 나아진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나 불안한 세부 지표들이 있고 구위가 예전만 못한 건 분명하다. 애리조나가 본전을 회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성공한 선수도 있다. 필라델피아와 5년 총액 1억1800만 달러 계약을 할 당시 ‘과대평가됐다’는 눈총을 받았던 잭 휠러는 팀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3년간 54경기에서 23승15패 평균자책점 2.82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지난해에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향후 성적이 관건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숫자를 놓고 보면 필라델피아의 큰 성공으로 평가할 만하다.

최대어로 투수 역사상 최대 계약(9년 총액 3억2400만 달러)을 쓴 게릿 콜(뉴욕 양키스)은 3년간 55경기에서 29승12패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워낙 거대한 계약이라 본전을 확실하게 다 뽑았다고는 볼 수 없다. 콜은 이 기간 9.2의 WAR을 기록했는데 받은 연봉 정도의 가치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9년 계약의 구조상 시간이 갈수록 활약상이 처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불안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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