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철원 ⓒ곽혜미 기자
▲ 정철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군대 가기 전에도 2군에서 특급 유망주로 분류해서 주시했던 선수예요. 작년에는 그래서 사실 숨겨서 키웠죠."

올해 두산 베어스에 희망을 안긴 선수 한 명을 꼽으라면 우완 정철원(23)이다. 이견이 없을 만큼 놀라운 성장을 보여줬고, 마무리 투수였던 김강률(34)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위기에 놓인 두산 불펜에 큰 힘이 됐다. 정철원은 올 시즌 19경기에 구원 등판해 2승, 7홀드, 24⅓이닝,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하고 있다. 1군에 데뷔하자마자 시속 152㎞에 이르는 강속구를 거침없이 꽂아 넣으며 눈길을 끌었다. 

정철원은 안산공고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20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그해 1차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우완 곽빈(23)에 밀려 정철원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두산 내부적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선수로 분류해 관리했다. 

고교 시절 정철원을 지켜본 두산 관계자는 "경기를 정말 잘하는 선수였다. 고등학교 때도 '고무 팔'로 불렸다. 나오는 경기마다 선발투수였다. 구속은 140㎞ 정도밖에 안 나오는데, 경기 운영 능력이 좋았다. 또 주자 견제 능력과 수비가 좋았다. 주자를 내보내면 방심하게 했다가 견제로 잡아내곤 했다. 경기당 2명은 견제로 잡았을 정도였으니까. 성격은 좀 덜렁거리긴 해도 운동 욕심은 보이는 선수였다. 볼에 힘만 붙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철원이는 키가 크고(192cm) 체격이 좋다. 나이를 먹고 군대를 다녀오면서 몸이 더 좋아지고 그러면서 구속이 자연히 더 올라온 케이스다. 무엇보다 '멘탈 갑'이다. 마운드에서 긴장하는 게 전혀 보이지 않고, 배짱이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특급 유망주를 5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린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신인 때는 1군에 합류할 만큼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2019년 시즌 뒤에는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제대하고 지난해 6월 팀에 복귀했을 때는 2군 코치진이 일부러 1군에 보고를 올리지 않았다. 정철원을 숨겨서라도 제대로 만들어서 1군에 올리자는 뜻이 맞은 결과였다. 

권명철 두산 투수코치는 지난해 2군 투수총괄코치로 지내면서 정철원을 전담했다. 권 코치는 "당시 2군에서 선수 육성 매뉴얼을 다시 제대로 만들자고 할 때였다. 제대한 선수들은 8~12주 동안 훈련하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체력을 키워주고 부상을 방지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고 먼저 설명했다. 

이어 "철원이는 투구 메커니즘은 원래 있었고, 재능이 있는 선수다. 수비 견제를 할 줄 알고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였다. 2군에서 신경을 쓴 건 경기 운영이었다. A급 선수들은 1군에 올라가면 어떻게 경기 운영해야 하는지 포커스를 맞추고 훈련한다"고 덧붙였다. 

5년간 공들여 키운 특급 유망주는 올해 홍건희(30), 김명신(29) 등과 함께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팔꿈치 부상 재활을 마치고 박치국(24)이 돌아오고, 대체 선발 임무를 마친 최승용(21)이 불펜에 다시 합류해 부담을 나눌 예정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정철원의 재능은 충분히 확인했다. 이제는 정철원이 포수 박세혁(32)과 함께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길 바랐다. 

김 감독은 "조금 더 (박)세혁이랑 대화해서 패턴에 변화를 줄 때가 됐다. 철원이도 이제 한 바퀴 돌았으니 세혁이가 잡아줘야 한다. 볼카운트가 잘 잡히게 공이 들어오는지, 볼이 많이 나오는지 세혁이랑 한번 잡고 가야 한다. 자신감으로 던지는 게 다가 아니다"는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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