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왼쪽)와 KIA 타이거즈 로니 윌리엄스 ⓒ 두산 베어스/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왼쪽)와 KIA 타이거즈 로니 윌리엄스 ⓒ 두산 베어스/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퇴출 위기에 놓인 두 외국인 투수들이 나란히 부진했다. 두산 베어스도 KIA 타이거즈도 한숨만 늘었다. 

두산과 KIA는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팀간 시즌 8차전에 선발투수로 각각 아리엘 미란다(33)와 로니 윌리엄스(26)를 내보냈다. 미란다와 로니 모두 올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퇴출 위기에 놓인 외국인 선수를 언급할 때면 둘 다 1순위로 거론됐다. 두산과 KIA는 실제로 대체 외국인 선수를 알아보고 있다. 두 선수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언제든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미란다와 로니 모두 프런트의 마음을 바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미란다는 ⅔이닝 46구 무피안타 7사사구 2탈삼진 4실점, 로니는 3⅓이닝 81구 5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2탈삼진 4실점에 그쳤다. 두 투수 합쳐서 사사구 11개를 기록하면서 경기 호흡이 길고 지루해졌다. 

미란다는 지난 시즌 성적 덕분에 지금까지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28경기에서 14승, 173⅔이닝, 225탈삼진,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해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고, 두산은 그런 미란다에게 올해 190만 달러 전액을 보장해주는 계약을 안겼다. 스프링캠프부터 이상 증세를 보이고, 4월 2경기 만에 왼쪽 어깨 뒷근육 미세 손상으로 이탈했을 때도 보여준 게 있었던 선수였기에 기다렸다. 외국인 선수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새 얼굴을 데려왔을 때 감수해야 할 위험보다는 미란다가 몸 상태를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2개월 가까이 재활한 끝에 돌아온 미란다는 첫 경기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직구 구속 최고 146㎞, 최저 140㎞로 부상 이탈 전보다는 많이 회복했지만, 직구와 변화구(포크볼, 슬라이더) 모두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경기 운영 쪽에서도 당연히 합격점을 받기 어려웠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구속도 구속이지만, 제구 같은 게 경기를 운영할 정도가 되는지 보겠다"고 했는데, 4사구 7개를 쏟아 내면서 김 감독이 무언가 제대로 평가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밀어내기 볼넷 3개와 밀어내기 볼넷 1개로 ⅔이닝 만에 4실점한 투수를 사령탑은 더 지켜보지 못하고 박신지로 교체했다. 

로니는 1회초 무너진 미란다에게 타선이 4점이나 뽑은 흐름을 전혀 이어 가지 못했다. 1회말 김재환과 양석환에게 각각 1타점 적시타를 내주고, 박세혁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4-3으로 쫓겼다. 3회초 이창진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5-3으로 달아난 뒤 맞이한 3회말에는 김재환에게 우월 홈런을 얻어맞아 5-4로 좁혀졌다. 

결국 로니는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4회말 1사 후 김재호에게 볼넷을 내주자 벤치는 김정빈으로 마운드를 바꿨다. 최고 시속 155㎞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져도 상대 타선을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마운드에서 내려간 로니는 벤치의 결정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KIA가 쉽게 이길 수 있는 흐름에서 자꾸 어렵게 만드는 로니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 

로니는 경기 전까지 9경기에서 3승3패, 41이닝, 평균자책점 5.49로 외국인 투수로는 기대에 못 치는 성적을 내고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 최대어 나성범을 6년 150억원에 영입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좌완 에이스 양현종과 4년 103억원에 계약하면서 5강이 아닌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KIA의 목표를 생각하면 지금 로니는 자기 몫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경기는 KIA의 8-6 승리로 끝났지만, 승패와 상관 없이 두산과 KIA 모두 외국인 투수 때문에 웃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당장 칼을 빼들지 않아도 두 선수에게 허락된 기회가 얼마 남지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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