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내야진의 체력 안배에 중요한 몫을 하게 될 김도영 ⓒKIA타이거즈
▲ KIA 내야진의 체력 안배에 중요한 몫을 하게 될 김도영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6월 이후 야수들의 타격이 집단 슬럼프에 빠져 있는 KIA지만, 그래도 한 선수는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5월까지는 전면에 잘 드러나지 않았던 주전 유격수 박찬호(27)가 그 주인공이다.

박찬호는 6월 들어 타율 0.277, 1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절대적으로 좋은 성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팀 전체적인 타격 난조에서는 돋보이는 성적이었다. 여기에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라는 점, 리드오프로 올라와 분투했다는 점, 7개의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활발하게 뛰었다는 점 등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요소가 더러 있었다.

수비와 주루에 비해 타격이 문제였던 박찬호는 올해 공격 생산력까지 나아지는 모습으로 기대를 모은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박찬호의 2020년 조정공격생산력(wRC+)은 40.2에 불과했다. 주전이라고 보기에 다소 민망한 숫자였다. 지난해에는 77.7로 나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리그 평균을 한참 밑돌았다. 하지만 올해는 이 숫자가 90.4까지 올라왔다.

다만 박찬호를 논할 때 꼬리표처럼 붙는 게 있으니 바로 체력이다. 워낙 체력 소모가 많은 포지션이고, 또 그런 플레이스타일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유형의 선수인데 이 에너지가 떨어질 때의 슬럼프가 꽤 길곤 했다. 실제 박찬호의 프로 통산 3~6월 타율은 0.259, OPS(출루율+장타율)는 0.649다. 그러나 7~8월은 타율 0.234, OPS 0.566이고, 9월 이후는 타율 0.202, OPS 0.513로 시간이 갈수록 뚝 떨어졌다.

경기에 나갔을 때의 활약상은 전적으로 선수의 몫이다. 그러나 그 선수가 얼마나 생생하게 그라운드에 나가는지는 선수 개인의 노력은 물론 벤치의 관리법도 상당 부분 비중을 차지한다. 김 감독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코치 시절부터 박찬호를 오랜 기간 봐온 김종국 KIA 감독 또한 그간의 구상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굳이 예전 성적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길게 써야 하는 박찬호의 체력을 서서히 안배해 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1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해당 질문에 “한 번씩 좀 조절도 시켜줘야 될 것 같다”라고 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는 시점에서 일주일에 6경기를 모두 주전으로 나가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감독은 “야외 필드에서 할 때는 한 번씩 휴식을 취하게 하겠다”고 구상을 드러냈다.

그런 상황에서 김 감독이 주목하는 선수는 고졸 루키 김도영이다. 시즌 개막 당시의 기세와 기대는 상당 부분 사라졌지만, 그래도 유격수와 3루수를 모두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박찬호가 간혹 휴식을 취할 때 나갈 유격수 1순위로 김도영을 뽑았다.

김도영을 조커로 잘 사용하면 주전 내야수들의 체력 안배에 도움이 된다. 박찬호는 물론 역시 체력이 떨어진 류지혁의 3루 자리를 가끔 대신해 줄 수도 있다. 매치업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론적으로 일주일 박찬호 5경기, 류지혁 5경기, 김도영 2경기의 선발 출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류지혁이 황대인의 1루를 간혹 대신하면 출전 경기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마침 그 김도영의 방망이가 깨어나고 있다. 1일 인천 SSG전에서 허벅지에 가벼운 통증이 있었던 김선빈을 대신해 경기 중반 투입된 김도영은 5-5로 맞선 7회 자신의 KBO리그 첫 홈런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9회에는 깨끗한 좌전안타로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하기도 했다. 팀은 아쉽게 졌지만, 김도영으로서는 의미가 큰 날이었다.

전반적으로 타격은 오름세 지표다. 김도영의 4월 OPS는 0.445에 머물렀지만 5월 이후 OPS는 0.762로 올라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밀어줄 만한 성적은 아닐지라도 주전 선수들의 휴식 시간을 두루 커버하는 백업 선수의 성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KIA는 10개 구단 중 가장 보수적인 야수 라인업을 운영했던 팀이고, 자연히 알게 모르게 체력은 더 빠져 있다. 김도영이 뒤에서 선배들을 어떻게 지원사격 하느냐는 그 방법론이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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