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강승호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강승호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1군에 올라와서 보니까 정신, 육체, 기술 너무 다 바닥이더라.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겠다는 걸 첫 번째로 느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5일 이정훈 타격코치를 2군에서 1군으로 불러올렸다. "파이팅으로 가려 그랬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당시 8위까지 순위가 떨어지면서 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자 '악바리' 이 코치를 불러 분위기 반전을 꾀한 것이다. 

잠실에 합류한 첫날, 이 코치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2루수 강승호(28)였다. 강승호가 북일고에 재학할 때부터 지도자와 제자로 오랜 인연을 이어온 사이라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일까. 이 코치는 5일 키움 히어로즈전 직전 훈련 시간 내내 강승호를 붙잡고 훈련을 지도했고, 강승호도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열심히 따랐다. 

이 코치는 8일 잠실야구장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그날을 되돌아보며 "정신, 육체, 기술 너무 다 바닥이더라.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겠다는 걸 첫 번째로 느꼈다. 일단 자꾸 소통하고 밝게 분위기를 바꾸고 기술까지 접근하려 했는데, 그날 경기에서 결정적 실책을 하고 2군에 가게 됐다. 감독님도 이야기했다시피 그 실책을 해서 2군에 가게 된 건 아니다. 정신, 육체, 기술이 전부 바닥일 때는 2군에 가서 되돌아보면서 회복하는 것도 좋다. 그래서 '그래 2군 잘 갔다' 생각했다. 가서 회복하고 오는 게 야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강승호는 1군에 온 첫날부터 자신을 열정적으로 지도해준 이 코치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감사하다. 늘 느끼지만, 더운 날씨에도 열정이 대단하시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열정적이시다"고 했다. 

이 코치가 진단한 대로 강승호는 마음처럼 성적이 나지 않아 지쳐 있었다. 전반기 내내 주전 2루수로 뛰면서 74경기에서 타율 0.235(251타수 59안타), OPS 0.588, 3홈런, 37타점에 그쳤다. 시즌 초반에는 좋은 타구가 불운하게 잡히는 날이 더 많았지만, 갈수록 타석에서 기복이 심했다. 

강승호는 "확실한 내 것이 없는 느낌이다. 안 될 때도 잘 될 때 해오던 걸 밀고 갔어야 했는데, 여러 시도를 하면서 혼란이 온 것 같다. 그래서 기복이 심한 듯하다"고 되돌아봤다. 

최근에는 지난해 팀 동료 허경민(32)이 선물한 수건 달린 배트를 다시 꺼내 훈련할 때 써 보기도 했다. 허경민이 배트 헤드가 빨리 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사용하는 방법인데, 지난해 비슷한 문제를 겪은 강승호가 써보고 싶다는 말에 흔쾌히 선물했다. 

강승호는 "지난해 수건 달린 배트를 쓰고 난 뒤에 좋았었는데, 올해 잠깐 잊고 있었다. 방망이 헤드가 빠른 스타일이라 헤드를 뒤에 남겨 놓고 쳐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다시 꺼냈다. 헤드가 뒤에 남아 있으면 콘택트가 잘되는 것 같다"며 다시 한번 돌파구를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이 코치는 '배트 헤드가 빨리 돈다'는 강승호의 고민에 조금 더 구체적인 해답을 내놨다. 그는 "(강)승호가 타격할 때 보면 머리, 손, 팔, 어깨, 가슴이 통으로 돈다. 그렇게 통으로 돌면 떨어지는 공은 맞힐 수가 없다. 그게 단점인데, 처음 1군 와서 봤을 때 더 심해졌더라. 그래서 무조건 우익수 쪽, 우중간 쪽으로 치려 하라고 했다. 그러면 몸이 통으로 돌기가 어렵다. 그런 기본적인 것만 해도 2할 7~8푼은 친다"고 했다. 

후반기에는 제자가 지친 몸과 마음을 다 회복하고 돌아와 1군에서 단 하루 만에 헤어진 아쉬움을 달랠 수 있길 바랐다. 이 코치는 "어차피 안타는 운이다. 한국에 안타를 만들어서 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안타는 운이고 좋은 과정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선수는 언제나 이런 때가 있다. 2군에서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면 또 금방 회복된다. 후반기에는 1군에 올라와서 잘할 것"이라고 제자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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