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우완투수 주권(오른쪽)이 8일 수원 롯데전에서 개인 통산 100홀드를 달성하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 kt 우완투수 주권(오른쪽)이 8일 수원 롯데전에서 개인 통산 100홀드를 달성하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어릴 적에는 그저 축구가 좋았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잘 알지도 못했다. 프로선수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러나 운명은 소년을 생각지도 못한 길로 이끌었고, 열두 살 꼬마는 이제 한 구단을 대표하는 어엿한 프로선수로 성장했다.

kt 위즈 우완투수 주권(27)이 구단의 역사를 새로 썼다. 주권은 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5-3으로 앞선 8회초 2사 2루에서 올라와 정훈을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어 kt가 6-3 승리를 지키면서 올 시즌 10번째 그리고 통산 100호 홀드를 달성했다.

40년 역사의 KBO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금자탑이다. 이날 홀드로 주권은 역대 13번째 100홀드의 주인공이 됐다. 또, 2015년 첫발을 내디딘 kt의 첫 번째 100홀드라는 이정표도 세웠다.

주권의 발자취는 굴곡의 연속이었다. 끊임없는 도전과 함께.

“처음에는 축구를 했어요. 어릴 적부터 축구를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선 회비를 계속 내야 해서 결국 그만두고 말았죠.”

그토록 좋아하던 축구조차 마음 놓고 즐길 수 없었던 시절. 화도 났고, 창피하기도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점점 더 위축됐던 이유다.

이렇게 다시 평범한 초등학교 5학년으로 돌아간 주권. 이런 그에게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찾아온다.

“하루는 우암초 김정열 감독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야구를 해볼 생각 없느냐고. 야구부가 있는지는 알았지만, 룰도 잘 모를 때였어요.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축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운동을 계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야구를 시작했죠.”

은사의 권유로 야구공을 잡은 주권은 학창시절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야구로 성공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이후 청주중과 청주고를 거치며 지역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주권은 2014년 6월 그토록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된다. 당시 창단 준비가 한창인 kt의 특별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로 입성했다. 3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계약금도 함께 안았다.

“정말 좋았죠. 그동안 고생하신 어머니께 효도할 수 있다는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고…. 내가 TV로만 보던 프로선수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기할 따름이었죠.”

▲ 2015년 2월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박세웅(오른쪽)과 함께 수레를 옮기고 있는 주권. ⓒkt 위즈
▲ 2015년 2월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박세웅(오른쪽)과 함께 수레를 옮기고 있는 주권. ⓒkt 위즈

누구보다 굴곡진 길을 걸으며 어렵게 프로 마운드를 밟은 주권은 2016년 자신의 이름을 야구팬들에게 또렷이 각인시킨다. KBO리그 역사에서 처음 나온 ‘무4사구 완봉승’ 데뷔승을 통해서였다.

2016년 5월 27일 수원 넥센 히어로즈전. 이날 선발투수로 나온 주권은 9이닝 동안 104구를 던지면서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역투하고 8-0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기록된 볼넷과 사구는 모두 0개. 개인 데뷔승을 무4사구 완봉승으로 장식한 이는 프로야구 역사상 주권이 처음이었다.

“2015년 데뷔를 준비하면서 어깨를 다쳤어요. 그러면서 합류가 늦어졌고, 결국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못했죠.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는데 다행히 그때 무4사구 완봉승을 기록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이후 주권은 kt의 차세대 선발 자원으로서 기대를 모았다. 2016년을 풀타임 선발로 보냈고, 2018년까지 계속해서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 kt 주권. ⓒ곽혜미 기자
▲ kt 주권. ⓒ곽혜미 기자

안정적인 미래를 그려가던 시점. 그러나 주권은 다시 도전을 택했다. 2019년 부임한 이강철 감독의 조언을 듣고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보직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당시 스프링캠프에서 감독님과 박승민 투수코치님이 불펜을 제안하셨어요. 경기를 자주 나와도 끄떡없는 어깨를 볼 때 필승조를 맡으면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죠. 저도 사실 불펜으로 뛰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도 했고, 그때 경기 중후반을 책임질 선수가 마땅치 않아서 감독님 말씀을 받아들이기로 했죠.”

이 또 하나의 선택은 주권의 인생을 바꿔놓게 된다. 보직 전환 후 25세이브를 거두면서 경쟁력을 보이더니 2020년 31홀드를 챙기며 kt의 사상 첫 홀드왕으로 등극한다.

질주는 계속됐다. 지난해 다시 27홀드를 기록하고 3년 연속 20홀드를 돌파한 주권은 올 시즌에도 홀드 레이스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날 롯데전에서 10홀드를 따내면서 4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 그리고 KBO리그 역대 13번째 100홀드의 주인공이 됐다.

kt의 창단을 함께하며 구단의 최초 100홀드 필승조가 된 주권은 이제 다음 목표를 그리고 있다. 누구보다 탄탄한 어깨를 앞세워 프로야구 홀드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다.

“아직 KBO리그에서 5년 연속 20홀드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겠지만, 오히려 그 점이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킵니다. 일단 올해 남은 10홀드를 채우고 난 뒤 내년 시즌 그 기록을 노려보겠습니다. 물론 어깨와 체력은 자신 있습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