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우완투수 소형준.
▲ kt 우완투수 소형준.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한국야구는 내년 중요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다. 2017년 이후 모처럼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그 무대다.

2006년 초대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쓴 뒤 2009년 준우승을 기록하며 르네상스의 문을 연 한국야구.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에는 기억이 좋지 못하다. 2013년과 2017년 연달아 탈락 고배를 마셨다.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뒤로 밀린 WBC는 내년 3월 재개된다. 한국으로선 명예회복을 위해 반드시 본선 진출 이상의 성과를 내야 한다.

문제는 전력이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의 부진이 말해주듯 한국은 최근 들어 국제무대에서 계속 고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김광현(34·SSG 랜더스)~양현종(34·KIA 타이거즈)의 뒤를 잇는 에이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뼈아픈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우완투수의 부재도 약점 중 하나다. 좌우 균형을 위해선 오른손 에이스의 필요성이 크지만, 우완투수 기근은 몇 년간 계속됐다.

WBC 일정이 발표되면서 이제 다시 태극마크 마운드를 구상해야 하는 한국. 이 시점에서 나온 소형준(21·kt 위즈)의 전반기 10승 달성은 적지 않은 의미를 내보이고 있다.

소형준은 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6이닝 동안 87구를 던지며 7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1실점 호투하고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올 시즌 10승(2패) 고지를 밟으면서 전반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소형준의 깔끔한 투구가 빛난 하루였다. 1회초 2사 1루에서 전준우를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실점을 막은 소형준은 2회와 3회 역시 무실점으로 처리하며 10승을 향해 달려갔다.

유일한 흠은 1-0으로 앞선 4회 나왔다. 1사 후 전준우에게 우전 2루타를 맞은 뒤 한동희의 3루수 땅볼로 이어진 2사 3루에서 이호연에게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높게 튄 타구가 자신의 키를 넘겼고, 그 사이 주자들이 모두 살면서 1실점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양보는 없었다. kt가 5회 앤서니 알포드의 1타점 좌전 적시타로 다시 2-1로 도망간 사이 소형준은 6회까지 마운드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최고시속 150㎞의 투심 패스트볼(33개)과 140㎞대 커터(30개), 체인지업(14개), 커브(10개)를 섞어 던지며 롯데 타선을 제압했다.

▲ 소형준. ⓒ곽혜미 기자
▲ 소형준. ⓒ곽혜미 기자

경기 후 만난 소형준은 “전반기 10승까지는 1승이 남은 상황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면서도 “10승은 야수 선배님들과 불펜 형들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2020년 유신고를 졸업하고 프로로 뛰어든 소형준은 데뷔와 함께 13승을 챙기면서 신인왕을 차지했다. 비록 지난해 2년차 징크스를 겪으며 7승으로 주춤했지만, 올해 전반기에만 10승을 기록하면서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다승 2위까지 치고 올라섰지만, 타이틀 욕심은 나지 않는다는 소형준. 그러나 인터뷰 도중 야망을 드러낸 대목이 있었다. 국제대회 이야기가 나오고서였다.

소형준은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이 뒤로 밀려 아쉬웠다. 그러나 내년 3월 WBC가 열리지 않나. WBC에서 뛰고 싶은 욕심이 있다. 큰 동기부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지는 않지만, 소형준은 안정적인 제구가 최고의 무기로 꼽힌다. 우완 선발이 부족한 한국으로선 귀중한 자원. 과연 21살 영건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물론 현재로선 누구보다 국가대표 발탁의 가능성이 커 보이는 소형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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