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노박 조코비치, 라파엘 나달, 로저 페더러 ⓒATP 홈페이지 캡처
▲ 왼쪽부터 노박 조코비치, 라파엘 나달, 로저 페더러 ⓒATP 홈페이지 캡처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조코비치가 이번 그랜드슬램 대회(윔블던)을 우승했으니 현재로는 당분간 이들의 시대가 더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월등한 선수들이 같은 시대에 뛰고 있다는 점이 대단하죠. 이 기록을 깨려면 현재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고 꾸준하게 이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깨기 힘든 기록입니다."

한국 테니스 역사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긴 이형택(46) 해설위원은 '빅3'의 시대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000년대 이후 남자 테니스의 시대는 '빅3'의 시대였다. 로저 페더러(40, 스위스) 라파엘 나달(36, 스페인) 노박 조코비치(35, 세르비아)는 젊을 때부터 40대 혹은 30대 중반까지 꾸준하게 그랜드슬램 대회를 정복했다.

▲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노박 조코비치
▲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노박 조코비치

이런 시대의 업적은 차곡차곡 쌓였고 테니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나달은 올해 호주오픈과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하며 남자 테니스 사상 가장 많은 그랜드슬램 타이틀(22회)을 거머쥔 선수가 됐다.

조코비치도 10일 영국 윔블던에서 막을 내린 2022년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정상에 오르며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 횟수를 '21'로 늘렸다.

현재 부상 중인 페더러는 그랜드슬램 대회를 스무 번 정복했다. 세 명의 선수가 이룩한 업적은 실로 엄청나다. 

특히 최고 권위 대회인 윔블던만 본다면 지난 20년간 '빅3'가 정상에 오른 횟수는 무려 17번이다. 페더러는 윔블던 남자 단식 최다인 8회 우승을 달성했다. 윔블던 28연승 행진을 달리며 4연패에 성공한 조코비치는 7회 우승했다. 

나달은 2번 정상에 등극했고 한 때 '빅4'의 일원이었던 앤디 머리(35, 영국, 윔블던 우승 2회)까지 합하면 네 명의 선수가 총 19번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독점했다.

2000년 이후 페더러와 조코비치 그리고 나달과 머리를 제외한 선수 가운데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이는 2002년 레이튼 휴잇(호주)밖에 없다.

▲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환호하는 라파엘 나달
▲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환호하는 라파엘 나달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흙신'으로 불리는 나달은 클레이코트의 메카인 롤랑가로스에서만 무려 14회 우승했다. 2000년 이후 프랑스 오픈 역사에서 나달의 존재감은 매우 크다. 조코비치는 2016년과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했고 페더러는 2009년 정상에 올랐다.

빅3 외에 2000년 이후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이는 구스타보 키르탱(45, 브라질, 2000, 2001년 우승)과 가스톤 가우디오(43, 아르헨티나, 2004년) 그리고 스탄 바브링카(37, 스위스) 등 세 명이다. 

호주오픈의 경우 페더러가 2004년 처음 정상에 등극한 뒤 2014년(바브링카 우승)을 제외하면 모두 빅3가 우승했다.

'빅3'의 독점이 가장 덜한 그랜드슬램 대회는 US오픈이다. 지난 20년간 빅3는 US오픈에서 총 12번(페더러 5회, 나달 4회, 조코비치 3회)이다.

테니스 역사를 대표할 세 명의 선수는 공교롭게도 같은 시대에서 뛰고 있다. 이들은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GOAT(Greatest of All Time : 역대 최고 선수) 경쟁을 펼치고 있다.

▲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준결승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기권을 선언한 뒤 착잡한 표정을 짓는 라파엘 나달
▲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준결승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기권을 선언한 뒤 착잡한 표정을 짓는 라파엘 나달

이번 윔블던의 큰 관심사는 나달과 조코비치가 결승에서 맞붙는 '세기의 매치'에 있었다. 그러나 나달은 복근 파열 부상으로 준결승을 기권했다.

이형택 위원은 "나달이 부상이 없었다면 결승 진출도 가능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닉 키리오스(27, 호주, 세계 랭킹 40위)가 복병으로 떠올랐는데 조코비치와 상대 전적에서 앞섰고 기술적인 면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승패가 결정됐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조코비치의 장점 가운데 하나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얻은 경험"을 꼽았다. 나달도 복부 부상이 있는 상황에서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8강전의 승자가 됐다.

무릎 부상 중인 페더러는 내년, 빠르면 올해 복귀를 노리고 있다. 페더러는 "그랜드슬램에서 뛰지 못한다고 해도 나의 삶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 코트에 복귀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 10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로저 페더러(오른쪽)와 노박 조코비치
▲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 10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로저 페더러(오른쪽)와 노박 조코비치

나달은 이번 윔블던을 기권하며 캘린더 그랜드슬램(한 해 4개 그랜드슬램 대회서 모두 우승)을 놓쳤다. 올해 그는 호주 오픈과 프랑스 오픈 정복하며 전성기 못지않은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고질적인 발 부상에 시달리고 있고 이번 윔블던에서는 복근이 찢어지며 준결승 무대에 서지 못했다.

페더러와 나달이 흐르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코비치는 비교적 순탄하다. 그는 특별한 부상이 없고 빅3 가운데 가장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조코비치가 GOAT 경쟁의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조코비치에게도 변수가 생겼다.

이 위원은 "조코비치가 정상적으로 대회에 출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호주 오픈의 경우 앞으로 3년간 못 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번 US오픈 출전도 불투명하다. 이런 변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코비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다. 이 문제로 올해 호주오픈에 출전하기 위한 비자가 취소되며 추방당했다. 호주 이민법에 따르면 비자 취소로 추방될 경우 3년간 호주 입국이 금지된다. 

▲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노박 조코비치가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 테라스에서 관중들의 갈채에 화답하고 있다.
▲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노박 조코비치가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 테라스에서 관중들의 갈채에 화답하고 있다.

또한 미국도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외국인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는다. 조코비치는 "나는 백신 접종하지 않았고 받을 계획도 없다"라며 백신 접종을 할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프랑스 오픈과 윔블던은 백신 접종이 의무가 아니었기에 출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US오픈과 호주 오픈은 상황이 다르다.

세 명의 선수는 신의 축복도 받았지만 모두 걸림돌도 존재한다. 

한편 올해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인 US오픈은 다음달 29일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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