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빅이닝을 허용하는 빈도가 잦아진 찰리 반즈 ⓒ곽혜미 기자
▲ 최근 빅이닝을 허용하는 빈도가 잦아진 찰리 반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롯데의 새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27)는 올 시즌 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투수로 거듭났다. 강속구를 가진 건 아니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변화구 커맨드 등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췄다.

반즈는 전반기 20경기에서 124⅔이닝을 던지며 9승6패 평균자책점 2.74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수비 지원을 조금 더 받았다면, 어쩌면 이 성적은 더 좋아질 수도 있었다. 왼손 타자에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로 재영입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떠돌았다.

그런데 후반기 첫 두 경기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 22일 사직 KIA전에서는 6이닝 4실점, 그리고 28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6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두 경기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있었다. 바로 한 이닝에 너무 많은 점수를 내줬다. KIA전에서는 4실점을 3회에 몰아서 했고, 두산전에서는 5실점 전부가 4회에 나왔다.

반즈는 올해 4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KBO리그에서는 자주 찾아보기 어려운 루틴을 소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예전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체력 문제와 연결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속이나 몸 컨디션에서 아직 ‘체력 문제’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복수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오히려 심리적인 측면을 더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22일 KIA전에서는 주심의 석연치 않은 콜 하나가 이닝을 종료시키지 못하고 결국 반즈의 심리를 흔들었다. 28일 두산전에서는 주자가 쌓인 뒤 제구가 갑자기 흔들리면서 반즈답지 않은 밀어내기 볼넷이 연달아 나왔다. 차라리 맞아서 점수를 준다면 그렇다고 칠 수 있는데, 반즈의 주무기가 제구력임을 고려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타임 베이스볼’ 크루이자 야구 아카데미 ‘LBS’ 대표인 김성배 위원은 28일 반즈의 투구를 보면서 “체력적인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이닝을 잘 던졌다”면서 “4회를 살펴보면 문제가 있었다. 반즈는 원래 하체 위주의 딜리버리를 한 다음에 상체 회전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위기 상황에서 급해지면서 상체가 먼저 나오다 보니 콘트롤에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심지어 변화구를 투구할 때는 투구 시 팔이 귀 앞으로 나오지 않는 현상도 있었다”고 했다. 팔이 잘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이닝에서의 무실점 투구를 설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반즈는 올해 주자가 있을 때 피안타율이 0.236으로 오히려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248)보다 낮다. 원래 심장이 부족한 선수도 아니다. 

그러나 두 이닝에서 공통적으로 보인 단어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바로 압박감이다. 투수 출신 한 해설위원은 “심판 판정에 흥분할 수는 있겠지만 그 다음 후속타를 막았어야 했다. 두산전에서는 스스로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였다”면서 “점수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너무 강해보였다. 그러다보니 심리적으로 쫓기고, 투구폼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최근 연패에 빠지고 부진했던 팀 사정과도 연관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팀 사정에 조금 여유가 있거나 팀의 득점 지원이 원활하거나, 혹은 팀 타선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1~2점 정도는 줘도 된다는 피칭과 그 디자인을 하나의 선택지로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반즈에게 그런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모두 0-0 상황이었다. 반즈 자신의 마인드콘트롤은 물론, 팀 동료들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게 일각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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