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은 시즌 키움 성적의 키를 쥐고 있는 야시엘 푸이그 ⓒ연합뉴스
▲ 남은 시즌 키움 성적의 키를 쥐고 있는 야시엘 푸이그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1‧2위 팀들의 대결이기는 해도, 아직은 시즌 중‧후반의 한 경기였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른바 ‘텐션’을 생각할 만한 시점은 아니었다. 그러나 야시엘 푸이그(32‧키움)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푸이그는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 1-4로 뒤진 3회 큼지막한 타구를 날려보냈다. SSG 선발 숀 모리만도의 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힘껏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경기장의 반을 완벽하게 갈라 중앙 담장으로 날아갔다. 122m 거리의 중앙 담장에, 1m 못 미치는 타구는 펜스를 그대로 맞히고 떨어졌다.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았고, 푸이그는 2루에 들어갔다. 조금 논란이 됐었던 ‘홈런 타구 감상’은 없었다. 일단 맞는 순간 바로 뛰기 시작했고 상대 중견수 최지훈의 좋은 펜스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2루에 넉넉하게 서서 들어갔다. 그 다음, 푸이그는 1루 더그아웃을 향해 포효했다. 양팔을 위 아래로 크게 저으며 동료들의 환호를 유도했다.
 
푸이그는 자유분방한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 그랬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보는 이들의 심장을 뜨겁게 할 만한 저돌적인 플레이를 자주 보여줬다. 때로는 그것이 무모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플레이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초창기 푸이그의 인기가 제법 많은 이유였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기질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고, 데뷔 2년차인 2014년에는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었고, 무대도 미국이 아닌 한국인 만큼 푸이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예전보다 에너지가 다소 줄어든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2일 경기에서 푸이그는 안타 하나, 타점 하나를 여전히 갈망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7회에는 주루사를 당하기도 했으나 1루 땅볼에서 3루 주자의 홈 대시는 해볼 만한 승부였다. 

올해 큰 화제를 모으며 입단했지만 사실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푸이그는 2일까지 시즌 78경기에서 타율 0.247, 10홈런, 4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51에 머물고 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가 집계한 조정공격생산력(wRC+)은 118.6 수준이다. 리그 평균보다 20% 가까이 높기는 하지만, 공격이 중요한 외야 포지션에 100만 달러의 몸값까지 생각하면 만족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팬들의 속을 터지게 한 순간이 더 많았다. 야생마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퇴출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푸이그 교체에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키움이다. 현지 외국인 선수 시장의 좁은 풀도 문제고, 많은 돈을 투자한 선수라는 점도 문제다. 정규시즌은 물론 성큼 다가온 가을야구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이정후의 뒤를 받칠 만한 선수가 필요한 키움이다. 그래서 ‘미운 오리’였던 푸이그는 반드시 ‘백조’가 되어야 한다.

다행히 6월 이후로는 성적이 조금씩 나아진다. 푸이그는 5월까지 51경기에서 타율 0.218, OPS 0.690에 그쳤다. 퇴출론이 자연스럽게 나올 만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6월 이후 27경기에서는 타율 0.301, OPS 0.864를 기록 중이다. 5월까지의 성적을 싹 잊고, 지금 수준에서 조금 더 공격 생산력을 보탤 수 있다면 팀 타선에는 도움이 된다.

키움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시즌 초반에는 몸 상태 자체부터가 전성기와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7월 시작을 전후해 체크한 결과 몸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점차 나아지는 성적을 기대하는 이유다. 그간 풀이 죽어 있었던 야생마가 그라운드를 폭발적으로 날뛰어야 키움 타선도 상대 마운드를 화끈하게 들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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