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적 저하 악순환의 고리를 실감하고 있는 삼성 구자욱 ⓒ곽혜미 기자
▲ 성적 저하 악순환의 고리를 실감하고 있는 삼성 구자욱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삼성 핵심 타자인 구자욱(29)은 올해 악순환의 늪에 빠져 있다. 전반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이 성적 저하로 이어졌고, 그 성적 저하는 선수의 마음을 급하게 만든다. 이미 실력은 확실히 검증된 선수지만 이 고리를 빠져 나오기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쉽지 않은 양상이다.

전반기 이곳저곳 몸에 문제가 있었던 구자욱은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기본적인 타격 지표는 물론, 전체적인 세부 지표까지 폭락이라는 단어가 여럿 보인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성적 제외)에 따르면, 구자욱의 전반기 평균 타구속도는 시속 134.5㎞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141.7㎞)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발사각까지 14.3도에서 8.5도로 떨어지며 장타 확률까지 줄어들었다. 실제 구자욱의 순장타율(장타율-타율)은 데뷔 이후 최저 수치로 추락했다.

구자욱은 통산 타율이 0.313에 이르는 중장거리 타자다. 이미 기량은 충분히 인정을 받았다. 그렇지 않았다고 하면 삼성의 5년 총액 120억 원이라는 비FA 다년 계약 제안도 없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자신의 궤도를 찾아갈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팀 성적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건 구단이나 선수나 팬들에게도 모두 괴로운 일이다.

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는 타순이 7번까지 내려갔다. 박진만 삼성 감독대행은 “타석에서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을 떨치고 편하게 대응하라는 측면에서 타순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첫 7번 타순 선발 출장이었다. 구자욱은 개인 경력에서 3번(2348타석)과 2번(1108타석)에 주로 배치됐던 선수다. 7번은 112타석뿐이었다. 삼성의 구자욱 관리를 실감할 수 있는 역설적인 대목이다.

2루타 하나를 치기는 했지만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이 나왔고 팀도 져 기분 전환에는 실패했다. 표정에서는 답답함이 묻어 나왔다. 심리적으로 여전히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단번에 느껴졌다. 하지만 박 감독대행은 구자욱을 시선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자욱을 관리하려는 의지가 드러난다. 

박 감독대행은 “우리 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고, 자기 페이스를 빨리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 120억 원의 계약은 아직 4년 반이 남았다. 때로는 긴 호흡이 필요할 시기도 있는 법이다.

구자욱은 전반기 40경기에서 타율 0.280, OPS(출루율+장타율) 0.701을 기록했다. OPS는 개인 통산(0.883)에 크게 못 미쳤다. 후반기 14경기에서도 타율은 0.267에 머물고 있다. 홈런은 아직 없다. 다만 공이 점차 뜨고 강하게 나가면서 2루타가 많이 늘었고, 볼넷 비율도 전반기에 비해 크게 좋아졌다. 이 덕에 후반기 OPS는 0.753으로 소폭 좋아졌다. 어쩌면 한 번의 계기가 구자욱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수도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