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는 박진만 감독대행 ⓒ곽혜미 기자
▲ 삼성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는 박진만 감독대행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삼성은 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 상대 외국인 투수 숀 모리만도를 마주했다. 라인업을 짜기가 어려운 하루였다. 한 번도 상대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리만도는 좌완이다. 첫 2경기에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과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모두 0.200으로 같았지만, 표본이 크지 않아 일단 부딪혀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보통 이럴 경우 좌완에 강한 선수를 넣거나, 비슷한 값이라면 우타자를 중용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그러나 박진만 삼성 감독대행은 일반적인 흐름을 따르지 않았다.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데이터를 맹신하지는 않았다. 데이터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도 경험적인 측면을 가미했다. 

박 감독대행은 7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처음 상대하는 투수이기 때문에 상대성이 없다”고 고민을 드러내면서도 “유형별로 강한 선수들을 배치했다”고 했다. 우타자가 많이 낀 라인업을 예상했지만, 박 감독대행의 이야기는 다소 의외였다. 모든 이들이 우타자 위주의 라인업을 예상하고 질문했을 때, 박 감독대행은 “왼손 타자가 꽤 많다”고 밝혔다.

실제 좌완 모리만도를 상대하는 삼성은 테이블세터부터가 모두 좌타자였다. 김지찬이 리드오프로, 김현준이 2번으로 나섰다. 3번 오선진은 올해 좌완에 유독 강하다는 점을 착안한 배치로 보였다. 4번 피렐라가 예상된 배치라면, 5번에는 또 좌타자인 김재성이었다. 하위타선에 위치한 구자욱 강한울 송준석 또한 좌타자였다. 9명 중 오히려 우타자가 셋뿐이었다.

박 감독대행은 단순히 숫자로 드러나는 데이터 뒤에 모리만도의 투구 스타일에 강할 법한 선수들을 넣었다. 여기에 퓨처스리그에서 경험했던 어린 선수들의 데이터도 머릿속에 두고 있었다. 이 좌타자들이 꼭 좌완에 약한 것은 아니라는 게 박 감독대행의 설명이었다. 단순한 고정관념대신, 그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선수들의 능력에 주목했다.

한 경기 결과일 수는 있지만 이런 박 감독대행의 라인업은 적중했다. 삼성은 5회까지만 7개의 안타를 치며 모리만도를 밀어붙였고, 상대 실책까지 등에 업고 5회까지 5점을 뽑고 기선을 제압했다. 처음 상대하는 투수라는 점에서 낯설음이 있을 법도 했지만, 삼성 타선은 소신대로 타격했고 성과를 만들었다. 비록 패하기는 했으나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마지막 순간까지 팬들을 기대케 하는 경기가 이어졌다.

5회까지 김현준 김재성 구자욱 강한울이라는 좌타자들이 모두 안타를 기록했고, 김지찬은 볼넷 하나와 희생플라이 하나를 기록하며 자신의 몫을 했다. 여기에 피렐라가 중심에서 2루타를 때려주는 등 해결사 및 연결고리 몫을 해주며 전체적인 타선의 짜임새가 좋아졌다.

박 감독대행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강하다고 할 수는 없는 삼성의 분위기 수습을 맡았다. 하지만 박 감독대행은 준비된 지도자로 손꼽힌다. 현역 시절부터 꾀가 많은 스타 플레이어였고, 부드러운 스타일에서도 엄할 때는 엄한 리더십으로 주장 임무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퓨처스리그에서도 그런 지도자 스타일이 이어지면서 선수들에게 큰 신뢰를 얻었다. 당장 박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한 뒤 선수단 분위기가 조금 더 단합됐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감독대행이 정식 감독으로 승격된 사례는 사실 거의 없다. 기존 감독이 경질 혹은 자진사퇴하고, 감독대행이 선임됐다는 건 팀이 상당 부분 망가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흐름을 일거에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감독대행의 욕심이나 준비가 덜 된 모습으로 스스로의 평판을 깎아먹는 경우도 있다. 박 감독대행도 전반적인 경기 운영이나 용병술에서 완벽한 검증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선수단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현재의 초심이 이어져 팀 쇄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바늘구멍을 뚫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삼성 내부에서 승격 인사가 이뤄진다면 가장 유력한 인사이기도 하다. 모든 이들이 박 감독대행의 남은 45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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