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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판 MLB식 선진야구? 올해의 역주행, 무엇이 이 투수를 ‘괴물’로 만들었나

작성일: 2022.08.18 14:35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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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럿코는 슬라이더 각도 등 전반적인 피칭디자인을 수정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플럿코는 슬라이더 각도 등 전반적인 피칭디자인을 수정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즌 전 스프링캠프를 찾은 해설위원들 중 상당수는 올해 신입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성공할 것 같은 선수로 아담 플럿코(31‧LG)를 뽑았다. 공도 묵직하고,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으면서도 각 구종의 커맨드가 괜찮다는 의견이었다.

뚜껑을 열어봐도 나쁘지 않은 투수였다. 경기 운영 능력도 있었다. 그러나 타순이 2~3바퀴 돌면 난타를 당하는 일이 많았고, 투구 수 관리도 그렇게 효율적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5~6이닝 정도를 던지면 이미 한계 투구 수에 이르러 있었고, 경기 내용도 불안했다. 3점대 평균자책점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임팩트를 주지 못한 이유다.

그런 플럿코에게 전환점은 6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였다. 당시 플럿코는 8⅓이닝 동안 2피안타 14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팬들의 눈을 크게 만들었다. 그리고 플럿코는 경기 후 그 비결을 묻는 질문에 동료들의 도움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트래킹 데이터 분석을 통해 피칭디자인을 바꾼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뭔가의 변화를 준 플럿코는 ‘괴물 투수’로 진화했다. 플럿코는 이후 10경기에서 64⅔이닝을 소화하며 7승1패 평균자책점 1.53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단순히 리그를 6월 14일 기준으로 나눠보면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날이 더워지고 다른 투수들의 성적이 점차 떨어지는 가운데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를 줬을까. 많은 관계자들은 슬라이더를 그 비결로 뽑는다.

플럿코는 하이존에 넣어도 웬만한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겨낼 수 있을 만한 힘 있는 패스트볼, 그리고 슬라이더와 커브, 또 체인지업을 던졌다. 다만 체인지업이 장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슬라이더 또한 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 슬라이더는 어쩌면 커브와 장점이 겹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14일 이후 플럿코는 체인지업을 버렸고, 대신 슬라이더의 특성을 수정한 것이 트래킹 데이터 분석에서 확 들어온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고, LG도 사용하고 있는 ‘트랙맨’의 분석에 따르면 6월 14일 경기 전까지 플럿코의 슬라이더 수직무브먼트는 12.4㎝, 수평무브먼트는 12.5㎝ 수준이었다. 그런데 삼성전 이후만 보면 수직무브먼트가 평균 15,9㎝, 수평무브먼트는 17.9㎝로 각각 늘었다. 이는 플럿코의 슬라이더가 예전보다 덜 떨어지고, 대신 우타자 바깥쪽으로 5.4㎝ 정도 더 휘어져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슬라이더의 특성을 버리고 횡슬라이더의 특성으로 갈아탔다고 이해하면 쉽다.

슬라이더 그립은 예전과 같다. 그러나 투구 시 손가락과 손목 각도의 미묘한 변화로 단번에 이 차이를 만들어냈다.  김성배 ‘스포츠타임 베이스볼’ 위원 및 야구아카데미 LBS 대표는 “그립은 똑같다. 다만 예전에는 전형적인 종슬라이더처럼 손가락을 눌렀다면, 지금은 더 빠른 타이밍에 손가락을 활용해 대각으로 더 휘어져 나간다. 손가락의 방향과 손목의 각도로 슬라이더 회전의 방향을 바꿨다. 그것이 현재 플럿코의 슬라이더가 예전과 다르게 움직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 플럿코의 변신에는 LG 프런트의 저력이 녹아있다 ⓒ곽혜미 기자
▲ 플럿코의 변신에는 LG 프런트의 저력이 녹아있다 ⓒ곽혜미 기자

이 패턴 변화는 결과적으로 슬라이더의 회전수 증가로도 이어졌다는 게 김 위원의 분석이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포심이나 슬라이더, 커브와 같은 구종은 회전수의 증가가 전반적인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플럿코의 슬라이더 회전수는 삼성전 이전 분당 2542회 정도에서 현재 분당 2665회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김 위원은 “회전수를 늘리려면 회전을 더 돌리는 방법밖에 없는데 지금 플럿코의 슬라이더가 그렇다”고 말했다.

횡으로 변화를 더 크게 준 슬라이더는 커브와 차별성을 가지면서 플럿코의 구종을 다채롭게 하고 있다. 체인지업을 굳이 던지지 않아도 세 가지 구종으로도 충분히 상대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는 배경이다. 김 위원은 “사실 치기는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더 어렵지만, 횡으로 잘 휘면 배팅 스팟을 비껴나가 범타로 유도하기가 좋은 측면은 있다. 커브와 확실한 궤적 차별성을 둘 수 있는 것 또한 하나의 기대 효과”라고 했다. 이 덕에 플럿코의 슬라이더 및 커터 피안타율은 6월 14일 이전 0.297에서 이후 0.082로 극적인 낙폭을 경험했다.

트랙맨 데이터를 통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처방을 내리는 건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근래 메이저리그에서 종슬라이더를 횡슬라이더로 바꾸는 노력을 했던 팀이 바로 LA 다저스와 탬파베이다.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높았던 블레이크 트레이넨은 이 변화를 통해 특급 불펜으로 돌아왔고, 드루 라스무센(탬파베이) 또한 올해 효과를 보고 있다. 수정 전 데이터와 비교하면 슬라이더의 수평무브먼트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LG도 그런 분석의 인사이트를 가지고 플럿코를 과감하게 수정했고, 선수의 감각이 만나 단시간 내에 어마어마한 변화를 이뤄냈다. LG의 정확한 진단, 그리고 플럿코의 노력과 선천적인 감각, 학습 능력이 만난 성과라고 봐도 무방하다. 좋은 성적은 그간 플럿코의 몸에 잠들어있던 잠재력과 자신감까지 깨우며 더 좋은 기록을 향한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는 LG의 야구가 선진화로 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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