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고 3학년 황우영이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장충고와 준결승전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목동, 최민우 기자
▲강릉고 3학년 황우영이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장충고와 준결승전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목동, 최민우 기자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지금까지는 만족합니다.”

강릉고 3학년 황우영은 지난해까지 투수로 뛰었다. 1학년을 마친 뒤 공주고에서 강릉고로 전학을 택하면서 본격적으로 투수를 준비했다. 또래들보다 비교적 빠른공을 던질 수 있었지만,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결국 고민 끝에 다시 배트를 들었다.

그렇지만 성적은 좋다. 황우영은 올 시즌 26경기에서 94타수 32안타 10사사구 타율 0.340, 17타점 12도루를 기록 중이다. 장타율은 0.415, 출루율은 0.447에 달한다. 황우영은 “투수로는 제구력이 너무 떨어졌다. 코칭스태프와 논의 끝에 다시 타자로 나섰다. 팀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았다. 지금은 내 선택에 후회가 없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콘택트 능력과 빠른 발을 갖춘 타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황우영.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전 장충고와 경기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 이날 4타수 3안타 1사사구 3타점 2도루를 기록. 팀에 10-2 승리를 안겼다. 황우영의 활약 속에 강릉고는 결승 진출에 성공했고, 오는 13일 부산고와 우승 트로피를 투고 맞붙는다.

▲강릉고 황우영이 8일 장충고와 봉황대기 준결승전에서 6회 홈으로 들어올 때 베이스를 밟지 않고 있다. ⓒ스포티비 중계화면 갈무리
▲강릉고 황우영이 8일 장충고와 봉황대기 준결승전에서 6회 홈으로 들어올 때 베이스를 밟지 않고 있다. ⓒ스포티비 중계화면 갈무리

승리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앞선 타석에서도 안타를 생산하며 좋은 타격감을 자랑했던 황우영은 6회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점을 뽑아냈다. 2사 만루 때 황우영은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이때 장충고 중견수 한승현이 포구에 실패했다. 공이 빠진 사이 황우영도 재빨리 홈으로 쇄도해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장충고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황우영이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느린 화면을 확인한 심판진은 판정을 번복했다. 그대로 황우영은 아웃됐다. 잘 쳤고 열심히 뛰었지만, 본헤드 플레이를 저질러 환하게 웃지 못했다. 그러나 황우영은 금방 극복해냈다. 8회 안타를 쳐내며 3안타 포함 4출루 경기를 완성시켰다.

경기를 마친 뒤 만난 황우영은 6회 상황에 대해 “이번 대회 때 너무 타격감이 오르지 않았다. 욕심을 내다보니 더 맞지 않더라. 그런데 오늘은 첫 타석부터 조급하지 않고 타격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홈으로 들어올 때도 너무 좋아하다가 홈플레이트를 그냥 지나쳤다. 코치님께서 밟았냐고 물어봤을 때 ‘안 밟은 것 같습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흥분해서 그랬다. 다음부터는 잘 확인해야겠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릉고 선수들이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공주고와 준결승전을 승리한 뒤 코칭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목동, 최민우 기자
▲강릉고 선수들이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공주고와 준결승전을 승리한 뒤 코칭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목동, 최민우 기자

결승에 오르기까지 다사다난 했지만, 강릉고는 우승 문턱에 섰다. 올해 전력이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강릉고.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부산고와 최종전을 남겨뒀다. 더구나 최재호 감독이 18세 이하 세계청소년 선수권대회 지휘봉을 잡으면서, 사령탑 부재 속에도 상대를 차례로 격파했다. 선수들도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결과다.

황우영은 “강릉고가 예년에 비해 멤버가 안 좋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선수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앞선 대회에서 모두 일찍 탈락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훈련했고, 봉황대기에서 탈락하면 ‘진짜 끝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우리의 시즌이 더 길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랬더니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부산고와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각자 역할에 충실하면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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