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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리뷰]'리멤버', 의미와 재미 사이 그 어딘가에서

작성일: 2022.10.18 10:30 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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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제공ㅣ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리멤버. 제공ㅣ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한 사람이 젊은 시절부터 80대 노인으로 죽기 직전까지 잊지 못하는 원한이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지독하게 처절한 감정일까. '리멤버'는 바로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를 복수심으로 응축시킨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리멤버'(감독 이일형)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이성민)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남주혁)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원작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에서는 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의 나치를 원수로 삼았던 것을 국내판에서는 친일파로 설정했다.

필주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최고령 직원으로서 즐겁게 일하는 인물이다. 손자 뻘 20대 청년인 인규와는 권위의식 없이 '절친'으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이다. 어느덧 퇴직을 앞둔 그는 뇌종양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그리고 평생을 함께해온 아내가 세상을 떠나면서 오래 품어왔던 인생 마지막 미션을 꺼내든다.

평범한 노인처럼 보이지만 필주는 베트남전을 거친 베테랑 군인 출신이다. 죽기 전 그의 목표는 가족을 잃게 만든 원수, 친일파 다섯 명을 처단하는 것. 이미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인사들이 된 그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필주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두뇌 플레이와 육탄전을 벌인다.  

이 가운데 인규는 본의 아니게 필주의 조력자가 되고 만다. 심상치 않은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알게 된 인규는 죄책감에 힘들어 하면서도 필주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져, 혹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더 깊이 말려들게 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필주가 마련한 새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적당히 유쾌하게, 타깃을 차례로 정리하는 여정을 이어간다. 사건이 시작되면서 수사망은 빠르게 좁혀져오고, 남은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서 아직 잡혀선 안되는 상황이 이어진다. 80대 노인의 몸으로 비상한 순발력과 위기대처능력을 발휘하며 절도있는 액션으로 위험을 벗어나는 필주의 모습이 흥미진진함을 더한다. 어쩌면 '친일파 처단' 장면보다 더 짜릿한 재미를 주는 신들이다. 

이 과정을 이끄는 원톱 이성민의 변신과 열연은 명불허전이다. 분장으로 수십 년 세월을 건너뛰면서 조금만 연기가 어긋나도 무너질 수 있는 설정을 디테일하고 능숙하게 풀어냈다. 남주혁과의 케미스트리도 뜻밖에 매력적이다. 관객들에게 억지 친분을 납득하길 강요하지 않고 두 사람이 절친사이라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그렇기에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영화의 주요 설정들이 단순히 상징적으로만 쓰이고 스토리 전개에 별다른 변주를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필주의 핵심 설정인 치매, 두 사람이 타고 다니는 빨간 스포츠카, 심지어는 인규의 존재까지 모두 들어내도 핵심 줄거리에는 큰 영향이 없다. 물론 인규로 인해 '복수극 겸 버디물'이 될 수 있었지만, 후반부엔 인규로 인해 영화의 톤이 확 무거워지는 단점도 생긴다.

엔딩 즈음의 인규는 필주와 관객을 향해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구구절절하게 전달하는 해설자 역할을 한다. 이러려고 원작에 없는 인물을 넣은 걸까. 특히 연출이 은유나 상징, 암시 대신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대사로 풀어서 설명하기'라는 손쉽고 노골적인 전달법을 택하면서 영화적 재미는 다소 사그라들고 관객들의 마음에 무거운 부담감과 결연함만이 남고 만다. 메시지가 선명한 만큼 어떤 관객들에게는 더 강렬하게 와닿을 포인트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소재, 매력적인 배우들, 적절한 각색의 조합으로 누구나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노골적으로 담긴 묵직한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다소 부담이 될지, 오히려 열띤 응원의 계기가 될지 궁금해진다.

오는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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