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9점차, 한국과 일본의 격차인가" 日 기자의 질문, 이강철 감독 자존심 뭉갰다

작성일: 2023.03.11 06:01 김민경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한국 야구대표팀 ⓒ 연합뉴스
▲ 한국 야구대표팀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김민경 기자] "9점차가 한국과 일본의 격차라고 생각하나요?"

이강철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한일전 대참사 직후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자에게 받은 질문이다. 속이 부글부글 끓을 정도로 이 감독의 자존심을 뭉개는 질문이었는데, 반박할 수가 없었다. 냉정한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일본과 경기에서 4-13으로 대패했다. 3회초 양의지의 선취 투런포와 이정후의 1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3-0으로 기분 좋게 앞서 나가다 마운드가 순식간에 붕괴되는 바람에 경기를 내줬다. 7회와 8회 10점차까지 벌어질 경우 콜드게임 패배를 걱정해야 했을 정도로 사태가 심각했다. 한국은 9일 호주전 7-8 패배에 이어 일본전까지 패하면서 대회 탈락 위기에 놓였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마운드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전통의 국가대표 좌완에이스 선발 등판해 김광현(SSG)이 2회까지 잘 막다가 3-0으로 달아나고 달아난 3회에 와르르 무너졌다. 2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4실점에 그쳤다. 

이후로는 한국 마운드의 미래들이 총출동했다. 원태인(삼성)-곽빈(두산)-정철원(두산)-김윤식(LG)-김원중(롯데)-정우영(LG)-구창모(NC)-이의리(KIA)-박세웅(롯데)이 이어 던졌다. 정철원은 지난 시즌 신인왕이고, 구창모와 이의리는 김광현이 후계자로 불렸다. 박세웅과 원태인은 각 소속팀의 국내 에이스들이고, 김원중과 정우영은 각 팀의 필승조로 활약하는 투수들이다. 국제대회 경험은 부족할지라도 적어도 국내에서는 재능이 빼어나고미래가 밝다는 평가를 받는 투수들이었다. 

이들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투수 9명이 안타 10개와 4사구 7개를 내주면서 자멸했다. 특히 김윤식과 구창모, 이의리는 일본 타자들과 전혀 싸우지 못할 정도로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구창모는 비FA 다년 계약으로 최대 7년 132억원 대우를 받고, 이의리는 지난해 10승 투수였다. 김윤식 역시 지난해 8승을 거둔 LG의 보물이었다. 

그런데도 한국 영건들은 일본 타선에는 꼼짝하지 못했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같은 강타자가 줄줄이 버티고 있는데, 구위로 일본 타선을 완전히 눌러버릴 투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3-0으로 앞서던 경기가 4-13 패배 대참사로 이어졌다.  

이 감독은 9점차가 곧 한국과 일본 야구의 격차라고 인정하진 않았다. 그는 "일본이 잘했다. 잘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이 가진 게 이게 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더 성장하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가능한 긍정적으로 말하려 했다. 

비난의 화살은 자신에게 돌렸다. 3회에 선발 김광현을 길게 끌어 보려다 교체 타이밍을 놓친 게 결국 대패로 이어졌다. 김광현이 실점과 함께 누상에 주자를 가득 채우고 나서야 원태인을 올렸다. 약점인 불펜을 가능한 아끼면서 가려고 하다 보니 김광현을 바꿔야 할 타이밍을 놓쳐 점수 줄 거 다 주고 교체가 이뤄졌다. 

이 감독은 이 감독은 "초반에 승기를 잡았는데, 내가 투수 교체가 늦었다. 내가 마운드 운영에 실패한 것 같다"며 "야구가 득점한 뒤에 실점하지 않으면 다음 이닝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거기서 승기를 넘겨줬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자존심은 뭉개졌으나 사실은 사실이었다. 이 감독이 이 수모를 어떻게 감당하고 넘길지 궁금해진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