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주 파괴자' 테오 엡스타인은 지난 2020년 자신 같은 분석 전문가들이 야구를 망쳤다고 자책하며 컵스 사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2021년 메이저리그 사무국 컨설턴트로 야구계에 복귀해 규칙 개정을 이끌었다. ⓒ 연합뉴스/AP
▲ '저주 파괴자' 테오 엡스타인은 지난 2020년 자신 같은 분석 전문가들이 야구를 망쳤다고 자책하며 컵스 사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2021년 메이저리그 사무국 컨설턴트로 야구계에 복귀해 규칙 개정을 이끌었다. ⓒ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테오 엡스타인은 보스턴 레드삭스를 괴롭히던 '밤비노의 저주', 시카고 컵스를 좌절시켰던 '염소의 저주'를 끝낸 주인공이다. 스스로 연 성공시대를 뒤로하고 돌연 "야구를 망쳤다"고 자책하며 구단을 떠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랬던 엡스타인이 화려하게 돌아왔다. "내가 어릴 때 보던 야구가 돌아온 것 같다"며 자신있게 말했다. 

엡스타인은 2002년 만 29살 나이에 역대 최연소 메이저리그 단장에 취임했고, 2004년 보스턴을 86년 만에 저주에서 해방시켰다. 2012년 컵스로 자리를 옮긴 뒤 2016년에는 108년 만의 우승을 안겼다. 그러다 2020년 11월 컵스 사장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그는 통계와 분석이 야구계에 깊숙히 파고들면서 경기가 단순해졌다는 점을 자책했다.

그의 말대로 메이저리그는 장타가 늘어나고, 구속이 빨라지고, 인플레이 타구가 줄어들면서 홈런 삼진 볼넷으로 이뤄진 스포츠가 되어가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피치클락과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의 세 가지 새 규칙을 도입했다. 지난해 9월 예고했고 시범경기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혼란을 느끼는 팬들이 많았지만 금세 적응했다는 반응이 많다. 

이 규칙개정 뒤에 "내가 야구를 망쳤다"고 했던 엡스타인이 있다. 엡스타인은 지난 2021년 1월 메이저리그 컨설턴트를 맡아 '야구를 다시 야구답게' 돌려놓는 임무를 맡았다. 그 결과가 바뀐 규칙이다. MLB 네트워크에 출연해 직접 바뀐 규칙의 배경을 설명하는 등 홍보에도 앞장섰다. 

엡스타인은 지난달 28일 '피칭닌자'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영상이 새 규칙을 홍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다저스 투수 랜던 낵의 시범경기 투구와 2016년 페드로 바에스의 챔피언십시리즈 투구를 비교하는 영상이었다. 

1분 51초 분량의 이 영상은 아웃카운트를 하나 잡고도 남는 시간 동안 두 투수의 투구 템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낵이 아웃카운트를 하나 잡고도 남는 시간 동안 바에스가 던진 공은 단 1구다. 이 영상은 피치클락이 야구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회 수도 600만을 넘겼다. 

피치클락이 투구와 타격의 템포를 빠르게 하고, 시프트 제한이 인플레이 타구를 늘렸다. 견제 제한과 베이스 확대로 도루가 늘어났다. 엡스타인은 "이제 야구는 내가 어렸을 때, 198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신이 구세주라는 시선에는 손사레를 쳤다. 엡스타인은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와 시애틀 구단주 존 스탠튼, 모건 소드와 조 마르티네스 등 사무국에서 규칙 개정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이들을 언급했다. 또 "적응 기간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선수들과 구단, 심판들에게 감사하다.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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