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왼쪽)이 이병헌을 지켜보고 있다. ⓒ 두산 베어스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왼쪽)이 이병헌을 지켜보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새 감독이 왔고, 1군 엔트리는 상당 부분 새 판이 짜일 기세다. 그리고 그 새 판 합류에 도전하는 유망주들이 제법 많다. 왕조를 이뤘다 지난해 성적이 추락한 두산은 이승엽 신임 감독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꿈꾸고 있다.

호주 전지훈련에서 여러 선수들이 테스트를 거쳤고, 그 테스트는 시범경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상적인 선수도 보인다.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는 2년차 좌완 이병헌(20)이 단연 돋보였다. 결과와 별개로 모든 이들을 설레게 할 만한 투구를 이어 가고 있다.

3-3으로 맞선 8회 1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두산은 공 9개를 던진 이형범을 내리고 좌타자인 김규성 타석 때 이병헌을 마운드에 올렸다. 보통 시범경기는 예정된 투구 수를 넘어서지 않는 이상 이닝을 책임지게 한다. 약간 빠른 타이밍이었다. 전체적인 투구 수와 양상을 봤을 때 두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었다. 

우선 이병헌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좌타자를 어떻게 상대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지금까지는 비교적 편한 상황에서 던졌던 이 유망주가 위기 상황에서 어떤 투구를 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지 모른다.

벤치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릴리스포인트가 높지는 않지만 팔 스윙이 짧고, 상대 타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폼을 가지고 있는데다 때리는 순간의 임팩트가 좋은 이병헌은 김규성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구째 몸쪽 변화구는 김규성이 예상하지 못했을 법하다. 이어 한승택을 3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이닝을 마쳤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과감하게 변화구를 던져 위기를 진화했다. 시범경기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그리고 노히트 행진이다.

이승엽 감독의 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올해 1군 구상에서 이 어린 유망주를 어떻게 쓰고 또 어떻게 성장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법한 시범경기 흐름이다. 시범경기에서는 최고 시속 140㎞대 중‧후반대의 강한 공을 던지고 있고, 마운드에서의 공격적인 성향 역시 지도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갖췄다. 좌완으로 150㎞를 던질 수 있는 재목이다. 왼손 150㎞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리고 오라고 했다.

이 감독뿐만 아니라 두산 구단과 팬들도 모두 유심히 지켜보는 핵심 유망주 중 하나다. 서울고 시절부터 최고 유망주 중 하나로 뽑혔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팔꿈치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소중한 1차 지명권을 이 선수에게 투자했다. 그만큼 보여준 게 많았고,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재활을 마치고 지난해 1군 9경기에 나갔다. 지난해까지 그렇게 강한 공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체계적으로 캠프를 소화한 지금은 구위가 더 올라왔다는 평가다. 싸움닭 기질도 있고, 에이스 기질도 있다. 좌완 불펜진이 약해진 두산으로서는 올해 활약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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