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ISU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해인 ⓒ연합뉴스/AP
▲ 2023 ISU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해인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경기하는) 링크장도 똑같은 링크장이라고 봅니다. 저는 클린 경기를 했던 기억을 되짚는데 '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임해요. 모든 선수가 긴장하고 떨리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것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죠. 저도 강심장이 되고 싶고 마음을 단단하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4년 전, 주니어 무대에서 활약하던 '기대주' 이해인(18, 세화여고)은 '멘탈 관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시 만 14세 소녀였던 그는 또래에 비해 한층 성숙했다. 그는 '김연아 키즈 삼총사'로 불렸던 김예림(20, 단국대) 유영(19) 임은수(20, 고려대) 등 언니들에게 도전하는 위치에 있었다.

주니어 무대에서는 김연아(33) 이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2연속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니어 무대로 올라선 뒤 좀처럼 국제 대회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ISU 챌린저 대회 및 B급 대회에서는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는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이해인은 피겨 선수로는 큰 시련을 겪었다. 최고의 목표였던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출전에 실패했다. 올림픽 1, 2차 선발전에서 최종 3위에 그쳤고 2장뿐인 베이징행 티켓을 놓쳤다.

▲ 2023 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기뻐하는 이해인  ⓒ연합뉴스/AP
▲ 2023 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기뻐하는 이해인 ⓒ연합뉴스/AP

그러나 이해인은 이에 굴하지 않고 스케이트 끈을 단단하게 묶었다. 올림픽 2차 선발전을 마친 뒤 출전한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시즌 그는 2번의 그랑프리 대회에서 모두 4위에 그치며 입상에 실패했다.

이런 아쉬움을 지난달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털어냈다. 이해인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며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 김연아 이후 무려 14년 만에 거머쥔 금메달이었다.

4대륙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피로가 풀리지 않은 그는 동계체전에서 여고부 4위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몸을 다시 끌어올렸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좋은 컨디션으로 임했다.

이해인은 24일 열린 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5.53점 예술점수(PCS) 71.79점을 합친 147.32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73.62점과 합친 최종 합계 220.94점을 받은 이해인은 224.61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사카모토 가오리(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해인은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며 쇼트, 프리 그리고 총점에서 모두 개인 최고 점수를 갈아치웠다. 프리스케이팅을 앞둔 그는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남은 프리 경기에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꼭 오고 싶었던 대회인 만큼 즐기면서 끝까지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 이해인이 2023 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AP
▲ 이해인이 2023 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AP

이날 오전 열린 공식 연습에서 이해인은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며 대부분 요소를 깨끗하게 해냈다. 이러한 기세는 실전 경기로 이어졌다. 그는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후속 점프에 쿼터 랜딩(q로 표기 : 점프 회전수가 90도 수준에서 부족한 경우)이 지적된 것을 제외하면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이해인은 메달을 향한 압박감을 이겨내며 준비한 과제를 훌륭하게 해냈다. 주니어 시절 보여줬던 '강철 멘탈'이 빛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또한 '올라운더'답게 점프는 물론 비 점프 요소도 완벽하게 해냈다. 그는 세 가지 스핀 요소(플라잉 카멜 스핀, 플라잉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최고 등급인 레벨 4를 받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레벨3에 그쳤던 스텝시퀀스도 레벨4로 바꿨다.

실전 경기에 임하는 대담한 마음과 평소 열심히 연습한 결과물은 이번 대회 빙판에서 '눈꽃'으로 피어올랐다.

이해인은 26일 열리는 갈라쇼에 출연한 뒤 27일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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