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기의 장면을 남긴 오도어(왼쪽)은 샌디에이고에서 재기를 노린다
▲ 세기의 장면을 남긴 오도어(왼쪽)은 샌디에이고에서 재기를 노린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6년 5월 16일(한국시간)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 날이다. 2루 슬라이딩 과정에서 충돌한 두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야구가 아닌 복싱 경기를 펼쳤고, 순식간에 양쪽 벤치가 싹 비워졌다.

메이저리그를 깜짝 놀래 킨 주인공은 당시 텍사스 소속이었던 루그네도 오도어(29)였다. 작은 체구의 내야수인 오도어는 자신보다 훨씬 더 큰 ‘거포’ 호세 바티스타(당시 토론토)의 안면을 휘청거리게 하는 정확한 훅을 꽂아 넣어 판정승을 거뒀다. 이 장면은 여전히 텍사스와 토론토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고, 텍사스는 아예 이것을 상품으로 만들었다 토론토 구단 및 팬들의 강한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정작 오도어는 그 ‘펀치’ 이후 하락세다. 텍사스와 장기 계약도 했지만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타율 0.215에 머물며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 이후로는 저니맨 신세다. 2021년은 뉴욕 양키스에서, 2022년은 볼티모어에서도 실망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심지어 이제는 더 이상 메이저리그 계약을 제안하는 팀은 없다. 올해도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오도어는 2021년에도 타율 0.202, 2022년에는 0.207에 머물렀다. 그렇다고 볼넷을 잘 고르는 선수도 아니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시범경기 성적이 제법이다. 26일(한국시간)까지 13경기에서 타율 0.324, OPS(출루율+장타율) 0.925의 맹활약이다. 오도어의 시범경기 역사에서 출루율(.425)이 4할을 넘어가는 시즌은 이번이 처음이다. 샌디에이고 벤치도 오도어를 계속 경기에 내보내며 마지막 판단을 준비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기존 포지션인 2루는 물론 외야로도 활용이 가능한지를 테스트하고 있다. 실제 오도어는 최근 외야에서 수비를 보기도 했다. 낯선 일이지만 해내야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만약 이 관문을 통과하면 개막 로스터 진입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현지 언론의 예상이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27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의 개막 로스터를 예상하면서 내야에 오도어의 이름을 넣었다. 주전으로 뽑히는 매니 마차도, 잰더 보가츠, 김하성, 제이크 크로넨워스에 베테랑 맷 카펜터와 넬슨 크루스, 그리고 오도어까지 7인 내야를 예상한 것이다.

‘디 애슬레틱’은 ‘마이너리그 초청 선수인 오도어는 이미 팀의 벤치에 도착했을 수도 있다’면서 ‘금요일에는 그의 프로 외야수 데뷔전을 치렀고, 샌디에이고는 어떤 유틸리티적 활용도 환영할 것이다. 외야수 애덤 엥겔이 지난 주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부상자 명단에서 올 시즌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외야수 경험이 거의 없는 만큼 개막 로스터에 들면 일단 내야 쪽의 백업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오도어는 2루와 3루 경험이 있다. 김하성의 휴식 시간을 채워주는 임무를 맡거나, 김하성이 다른 포지션을 소화할 때 간간이 2루 주전으로 나서는 그림을 생각해볼 만하다. 끝날 것 같았던 핵펀치의 소유자가 김하성의 뒤에서 재기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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