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던 경기. 8-8 동점이던 9회말 무사 1, 2루에서 이성우가 중견수 키를 넘기는 끝내기 안타를 치며 9-8로 이겼다.
38살의 베테랑 수비형 포수가 만든 극적인 반전 드라마였다.
끝내기 안타도 극적이었지만 경기 후 밝혀진 뒷얘기가 더 긴 여운을 남겼다. 이성우의 경험이 만든 끝내기 안타였기 때문이다.
이성우는 평생을 수비형 포수로 살아왔다. 공격에서 기대치는 높지 않다.
KIA도 그랬다. 무사 1, 2루에서 당연히 이성우가 번트를 댈 것이라 예상하고 수비 포메이션을 짰다. 외야는 혹시 모를 악송구에 대비해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다.
그 틈을 이성우가 노렸다. 이성우는 수비수들이 전진한 것을 보고 번트 사인이 나왔는데도 강공으로 전환했고 이 전략이 200% 들어맞으며 끝내기 안타로 이어졌다.
이성우 정도 되는 경력의 선수가 아니었다면 벤치 사인대로 번트를 대는 데 급급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우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배짱과 경험이 있었고 그 시도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길게 전날 경기의 이야기를 다시 설명하는 이유가 있다. LG가 이성우를 영입하며 얻은 것이 정말 많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LG는 이성우를 영입하며 전혀 출혈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이성우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SK에서 방출됐다. 스스로도 은퇴를 준비했다고 했을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성우에게 LG가 손을 내밀었다. LG는 정상호라는 최정상급 백업 포수를 가진 팀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대한 준비에도 철저했다. 잔 부상이 많은 정상호가 백업을 못할 상황에 대한 대비용으로 이성우를 영입한 것이었다. 만약에 만약을 대비한 포석이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단순히 21일 경기의 끝내기 안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정상호는 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그 빈자리를 이성우로 메우고 있다. 유강남의 타석에서 과감하게 대타를 쓰거나 대주자를 쓸 수 있는 이유도 그 뒤에 이성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이나 주변 여건을 신경 쓰지 않고 2중 3중의 잠금 장치를 만들어 둔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야구계에선 '라면'을 싫어한다. '만약'을 붙이면 100승도 쉽게 한다고들 말한다.
다만 분명한 성과가 있는 선택에 대해선 평가를 해 줘야 한다. LG의 이성우 영입은 신의 한 수였다.
시점을 조금 바꿔 보자. 만약 롯데가 이성우를 영입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롯데의 답답한 흐름을 고려해 본다면 한번쯤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롯데는 올 시즌 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투수 리드를 떠나 공을 뒤로 흘리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다.
21일 현재 롯데의 폭투는 66개나 된다. 9위인 한화(39개)보다 거의 30개 정도 많은 수치다.
마지막 이닝에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을 잡지 못해 패한 경기만 두 경기가 된다. 투수들이 과감하게 변화구를 떨어트릴 수 있는지 걱정이 되는 수준이다. 결국 포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지금 꼴찌를 헤매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예견된 실패였다. 롯데는 지난해에도 포수 문제로 심각한 공백을 겪었다. 하지만 겨우내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기존 포수들의 성장에 너무 큰 기대를 했던 탓이다. 베테랑 포수가 더 급한 팀은 롯데였지만 이성우가 풀렸을 때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성우는 뚜렷한 성과가 있는 포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LG는 이성우의 경험에 투자했고 롯데는 간과했다. 야구에 가정법은 쓸모없다지만 구단의 운영이라는 차원에서는 분명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대목이다.
이성우가 롯데로 갔다면 올 시즌 판도가 달라졌을까. 아무도 정답은 알 수 없다. 다만 롯데의 안일한 대처가 지금의 포수난을 부추겼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동시에 만약의 만약을 대비한 LG의 준비는 빛을 발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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