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빈 머리 위로 날아간 공… 깔끔한 사과와 망각, 심장은 타고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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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손에서 공이 빠졌고, 갈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한 공은 타자의 머리 위를 향해 날아갔다. 황급히 공을 피한 문현빈(한화)은 마운드 위의 투수를 바라봤다. 투수는 던지자마자 아차 싶었는지 사과의 뜻을 전했다. 아마도 올 시즌 투수의 가장 신속한 사과였을지 모른다.
불필요한 오해 없이 상황은 정리됐고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문현빈은 1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치고 나갔다. 2사 후이기는 하지만 투수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마운드에 선 고졸 신인 김민준(20)은 쉼호흡을 한 번 하더니 다시 씩씩하게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미 직전 상황은 머릿속에서 지운 듯했다. 그렇게 한지윤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고 이닝을 마쳤다.
고졸 신인 투수라고 해도 언제든지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는 결과뿐만 아니라 그 선수의 ‘모습’도 유심히 살펴본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성품과 기백이 있느냐는 경기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SSG 코칭스태프는 1군과 2군을 가리지 않고 김민준이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담대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 “뭘 해도 될 선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숭용 SSG 감독도 25일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빠진 것이다. (전 타석에서 홈런을 쳐) 오해는 할 수 있다. 그런데 던지고 난 다음에 민준이의 행동을 보면 알 것이다. 몇 번을 인사를 하더라. 고의로 던졌다면 그렇게 인사를 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러고 난 다음에 또 바로바로 승부를 하지 않나. 그것은 정말 탁월한 것 같다. 그 안에 있는 배짱 그런 것들이 정말 좋은 선수인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 어린 선수지만 사소한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해도 당황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그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또 그 다음부터는 다른 상황에 집중한다. 말은 쉬워도 우리네 일상에서 쉽지 않은 일이고, 환경에 위축될 수 있는 어린 선수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김민준은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심장을 가졌다. 이건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다.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타고난 장점이다.
고졸 신인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기록은 좌절됐다. 25일 인천 한화전에서 1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5이닝 소화에 그쳤다. 투구 수가 92개였다. 6회에 올라가면 상대 중심 타선을 상대해야 한다. 기록 도전이라 5⅓이닝, 5⅔이닝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무조건 6회를 다 막아야 하는데 투구 수가 110개 이를 가능성도 있었다.
코칭스태프가 일요일 등판을 포기하는 방안까지 고려했지만, 결국 그만 던지게 결단을 내렸다. 6회에 공 10개로 막을 수 있지만 보장이 없었다. 김민준도 아쉬워했지만 코칭스태프의 결정 배경을 알기에 원망하지는 않는다.
그렇다 해도 김민준의 좋은 신인 시즌이 사라지지 않는다. 시즌 12경기에서 60⅔이닝을 던지며 5승2패 평균자책점 3.41이라는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시즌 전 갑작스러운 어깨 통증으로 이탈하며 위기를 맞이했으나 오히려 그 시기를 자양분으로 삼았다. 재활을 하는 동안 문제점을 더 보완하고 나아지는 경기력 속에 자신감을 찾았다. 그래서 김민준은 그 어깨 부상 시기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오히려 그 시기가 없었다면 더 어려운 시즌이 됐을 것이라는 담담한 회상이다.
이처럼 벽을 만났을 때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돌파의 에너지로 삼는 김민준의 특이한 기질은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이 기록은 시즌 최악의 등판(7월 17일 인천 KIA전 2이닝 5실점) 이후 시작됐다. 당시 밸런스가 무너져 애를 먹었다. 밸런스가 항상 좋을 수는 없는 만큼, 나쁠 때도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모두가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때, 김민준은 닷새 만에 그 해답을 찾아왔다. 확실히 범상치 않은 캐릭터다.
김민준은 “내가 너무 던지는 마음이 급급해서 상체가 쏟아졌다. 너무 던지려고 (몸이) 나가기보다는 조금 천천히 신중하게 하려고 하다 보니까 밸런스가 잡히면서 경기의 흐름을 잘 이끌어 갔던 것 같다”면서 “몸이 조금 더 좋아지고,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하면 공은 더 좋아질 것 같다”고 자신감과 기대감을 모두 드러냈다. 그런 김민준을 보며 SSG는 내년 선발 로테이션 재건의 자신감과 기대감을 같이 얻어가고 있다. ‘대형’이라고 이름을 붙일 만한 신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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