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2억 투자 한 방에 상환 완료… 이범호 농담에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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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왜 자꾸 수비에서 보여주고 그래”
지난 주중 대전 원정을 다녀온 KIA의 어느 하루, 이범호 KIA 감독은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던 이호연(31·KIA)에게 농담을 던졌다. 공격에서의 활약을 기대했는데 정작 당시에는 수비에서의 좋은 활약이 빛을 보던 시기였다. 이 감독은 이를 웃음으로 승화했고, 이호연은 “공격에서도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말을 하고 들어갔다.
이호연은 지난 7월 31일 1군에 올라왔다. 올 시즌 두 번째 1군 콜업이었다. 당시 KIA는 내야 유틸리티 자원, 조금 더 엄밀히 말하면 중앙 내야수 자원인 김규성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다. 그때 이호연을 1군에 올렸다. 1·2루를 볼 수 있으면서도 타격에서 장점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다.
사실 퓨처스리그(2군) 타격 성적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다. 올해 퓨처스리그 35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은 0.247에 불과했다. 출루율(.383)이 아주 좋기는 했지만 1군에 올릴 당위성이 있는 폭발력은 아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이호연의 시련이 계속 이어지는 듯했다.
롯데 시절에도, KT 시절에도 방망이 자질은 있다고 평가를 받은 선수였다. 꽤 인상 깊은 스윙과 그 결과를 적잖이 남긴 선수이기도 했다. 수비도 여러 포지션을 할 수 있었다. 오랜 기간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으로 익힌 수비였다.
하지만 장점이 고만고만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1군에서 타율 0.343을 기록했음에도 32경기밖에 뛰지 못한 것은 대타 외의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나이도 적지 않았다. 결국 KT의 보호 선수 명단에서 풀렸다. 그리고 KIA가 3라운드에서 지명했다. 양도금 2억 원을 썼다.
기대는 역시 타격이었지만, 첫 1군 콜업 당시에나 퓨처스리그에서나 타율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하지만 7월 말 들어 퓨처스리그에서의 타격이 괜찮다는 보고가 들어왔고, 이호연의 타격 재능을 눈여겨보고 있었던 이범호 감독이 전격 콜업을 결정했다. 1군 콜업 후 실제 훈련이나 경기에서의 스윙을 봐도 괜찮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던 터였다. 중요한 상황에서 좌타 대타가 필요할 때 한 번씩 써보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 이호연은 이 감독에게 타격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결정적인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며 환호했다. KIA는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4-5로 뒤진 9회 2사 만루에서 터진 이호연의 끝내기 그랜드슬램에 힘입어 8-5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호연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타로 들어가 끝내기 만루홈런을 친 진귀한 사례의 주인공으로 남았다.
김원중의 포크볼을 계속 노리고 있었던 이호연은 포크볼이 가운데 몰리는 실투로 들어오자 망설임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그리고 맞는 순간 장타임을 직감할 수 있는 홈런을 터뜨리면서 환하게 웃었다. KIA는 23일 고척 키움전에서 9회 초까지 7-2로 앞서고 있다 9회 6점을 내주며 충격적인 끝내기 패배를 당했었다. 이날까지 패했다면 3연패로 팀 동력이 떨어질 수 있었지만, 이호연의 한 방이 그런 KIA를 구했다.
프로야구 구단들은 1년에 수백 억원을 쓰고, 가장 많이 쓰는 구단들은 이제 매출이 1000억 원에 이르는 시대에 왔다. 모두가 현장에 투입되는 건 아니지만, 144경기에서 1승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금액이 투자된다는 것은 선수들의 연봉과 지원 스태프의 규모, 캠프 예산 등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그 1승을, 이호연의 방망이가 만들어냈다. 2차 드래프트 양도금 2억 원을 한 방에 뽑고도 남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기세를 탄 이호연은 26일 광주 롯데전에 선발 1번 2루수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4득점의 대활약을 펼치며 좋은 감각을 이어 갔다. 시즌 타율도 0.276, 시즌 출루율은 0.417까지 올랐다. 타석에서 너무 신중한 경향이 있어 코칭스태프의 애를 태우기도 했지만, 극적인 끝내기 만루홈런이 개인의 혈을 뚫은 느낌이다. KIA가 경기 막판 상대 불펜을 위협할 수 있는 타자 하나를 더 얻은 가운데, 이호연의 KIA 생활에도 전기가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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