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이의리를 의심했지만… 예전 모습은 잊어라, 만루포 악몽→볼볼볼볼 극복한 무기 있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URL복사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불펜 전향 이후 거의 완벽한 투구를 하고 있었던 이의리(24·KIA)는 근래 한 차례 제동이 걸렸다. 8월 23일 고척 키움전에서 팀이 위기에 빠지자 마무리를 위해 등판했지만 김재현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인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공 하나였다. 이의리도 홈런 궤적을 확인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7-2로 앞선 9회 이태양의 난조부터 이의리의 역전 만루홈런 허용까지 너무 뼈아픈 대역전패였다. 한 경기 패배는 물론, 이의리의 좋았던 흐름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 불펜 전향 이후 가장 호된 시련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세이브 상황이 오지 않거나,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좀처럼 등판할 일이 없었다. 이의리가 그 충격에서 잘 회복했는지 확인할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그러다 8월 29일 광주 SSG전에서 등판 기회가 왔다. 1-1로 맞선 9회 마운드에 올랐다. 이의리로 9회를 막고, 9회말 끝내기를 노려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지만 홈팀이 쓰는 전형적인 전략으로 이의리의 어깨에 중압감은 비슷했다.
첫 타자는 불안했다. 선두 에레디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불펜 전환 이후 스트레이트 볼넷은커녕 그냥 볼넷도 잘 없었던 이의리다. 예전의 ‘볼볼볼’ 패턴이 나오자 모두가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의리는 예전 이의리가 아니었다. 언제든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는 믿음과 능력을 가진 선수로 바뀌어 있었다. 나머지 타자들을 차분하게 정리했다.
전의산 타석 때는 1B에서 슬라이더로 카운트 두 개를 잡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고 1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자 시속 152㎞짜리 강력한 패스트볼을 높은 코스에 넣어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역시 존에 들어오는 공이었다. 이어 대타 오태곤과 승부에서도 2B을 먼저 허용했지만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만회한 뒤 이번에는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포크볼은 이의리가 지금까지 자주 던지지 않았던 구종이었지만, 이 공의 코스와 궤적, 그리고 볼 배합은 완벽했다. 155㎞의 패스트볼을 직전에 봤던 오태곤으로서는 포크볼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의리는 광주일고 동기동창인 조형우에게 2루타를 맞고 2사 2,3루에 몰렸지만 최지훈을 슬라이더 3개로 루킹 삼진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패스트볼 제구가 안 되면 경기 내용이 덩달아 흔들리던 예전 이의리가 아니었다. 이날 변화구로도 빠르게 카운트를 잡아냈고, 특히 좌타자 상대 바깥쪽 슬라이더의 커맨드가 좋았다. 타자들도 “이의리의 스트라이크 비율이 예전보다 높아졌다”고 생각하니 일단 존 근처에 들어오는 공은 방망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이의리는 만루홈런 악몽에서 벗어났고, 이 위기를 넘긴 KIA는 연장 10회 박정우의 끝내기 안타로 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범호 KIA 감독도 이의리가 그런 측면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 감독은 경기가 우천 취소된 30일 전날 이의리의 투구를 돌이켜보며 “그래도 한 타자 정도 보내고 난 뒤부터는 또 타깃을 금방금방 찾아갔다. (제구가) 회복 되는 속도가 아무래도 선발할 때보다는 확실히 빠른 거 같고, 다시 리셋을 해서 카운트를 하나씩 잡아 들어갈 때를 보면 직구가 안 될 때는 변화구를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면서 “어제도 직구가 계속 볼이 되니까 슬라이더를 던져서 카운트를 잡고, 승부구를 직구로 썼다. 변화해 가는 것들을 준비를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흐뭇하게 말했다.
이 감독은 “심리적으로 ‘직구로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된다’라는 심리를 벗어나서 ‘변화구로도 내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밸런스는 지금 충분히 돼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볼이 빠른 투수들은 아무래도 타자들이 직구 하나만 보고 치는 성향이 강하다. 변화구 하나만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구종만 있어도 아무래도 타자가 한 구종만 못 노린다. 투수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진다”면서 그런 경험들이 앞으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아직 마무리로서의 경험이 풍부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경기가 있으면, 또 저런 경기가 있다. 잘 던지는 경기가 있을 것이고, 고전하는 경기도 있을 것이다. 최고의 마무리 투수들도 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는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29일 경기는 이의리가 잠시 흔들려도 다시 평정심을 찾을 수 있다는 회복 탄력성을 보여줬다. 이제 점점 더 확신을 주는 마무리로 바뀌어가고 있다.
관련 추천 기사
KBO 관련 기사
-
"한국도 3000안타 나오지 말란 법 없다" 2군에 갇힌 KBO 안타 아이콘…한화→두산 트레이드는 돌파구가 아니었나
2026-08-31
-
오죽하면 "지는 경기 막을 투수라도" 염경엽 감독이 '급구' 나섰나…'5년간 최다 등판' 김진성 전에 이 선수들 먼저 온다
2026-08-31
-
KBO 9개 구단에 대형 악재인가… 폰세 이후 최고 외인, “한국에 남고 싶다”고 역제안하다니
2026-08-31
-
한화는 왜 김서현에 6아웃을 맡겼을까…어처구니 없는 실책에 6연패 좌절, 이젠 9위 추락 걱정해야 할 판
2026-08-30
-
'하늘 뚫렸나' 오스틴 2타점도, 롯데 추격 기회도 없던 일로…30일 사직 경기 폭우에 노게임 선언
2026-08-30
-
야구에 다시 재미를 느꼈다… 방황하던 SSG 최고 유망주, 청라 시대 주역으로 돌아온다
2026-08-30
추천 콘텐츠
-
'슈팅 3개→3골' 日 24살 미들라이커 제대로 미쳤다…분데스리가 개막전 해트트릭! 11년 만에 日 역사 썼다
2026-08-31
-
170㎞ 달린 의족에 '샴페인 콸콸'…18살에 오른쪽 다리 잃은 男, 44시간 사투 끝 '트레일계 올림픽' 최초 완주 금자탑
2026-08-31
-
韓 축구 미친 미래 "가장 창의적"…레인저스 오피셜 3일 만에 '10번' 선발 데뷔전 → "공격 대부분 김민수가 중심이었다"
2026-08-31
-
'레알 354골' 벤제마 하루아침에 FA 됐다…알힐랄과 6개월 만에 계약 해지→960억짜리 EPL 골잡이 오자마자 '발롱도르 위너' 축출 "은퇴 가능성 유력"
2026-08-31
-
"유니폼 살짝 비치는 데 마음에 든다", "꽉 끼네" 유명 인플루언서, 사이클 3대 그랜드 투어 대회서 외설적 질문→활동 제한 조치
2026-08-31
-
'이게 무슨 일' HERE WE GO 떴다…아스널에서 9번 영입 → "알바레스 이적 실패한 바르셀로나, 제주스와 깜짝 계약"
2026-08-30
많이 본 기사
-
中 절망 "안세영 잡으려고 3년 연구했는데 모두 폐지"… 공포증 살아났다 "우리는 녹슨 삽"
2026-08-28
-
염경엽 “트레이드? 그냥 우리가 쓴다” 그 결단이 LG에 대박으로… LG 최후의 보루가 되다니
2026-08-24
-
이럴 수가! 안세영을 이겼는데도 우승 없었다…"정말 성공했나" 중국, '올림픽 금메달' 천위페이에 냉정하다 '세계선수권 무관 탓'
2026-08-30
-
前 KIA 위즈덤 미쳤다, 이러다 21세기 기록까지 깨나… 전광판 직격 초대형 홈런, 맞으면 넘어간다
2026-08-10
-
'공개 저격·민사 소송 예고' 김병지 발언에 박문성 사실상 첫 번째 공식 입장..."여름 휴가, 9월 복귀 예정"
2026-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