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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의리를 의심했지만… 예전 모습은 잊어라, 만루포 악몽→볼볼볼볼 극복한 무기 있었다

작성일: 2026.08.31 06:05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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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광주 SSG전에서 위기 상황을 잘 막아내며 팀의 끝내기 역전승 발판을 놓은 이의리 ⓒKIA타이거즈
▲ 29일 광주 SSG전에서 위기 상황을 잘 막아내며 팀의 끝내기 역전승 발판을 놓은 이의리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불펜 전향 이후 거의 완벽한 투구를 하고 있었던 이의리(24·KIA)는 근래 한 차례 제동이 걸렸다. 8월 23일 고척 키움전에서 팀이 위기에 빠지자 마무리를 위해 등판했지만 김재현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인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공 하나였다. 이의리도 홈런 궤적을 확인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7-2로 앞선 9회 이태양의 난조부터 이의리의 역전 만루홈런 허용까지 너무 뼈아픈 대역전패였다. 한 경기 패배는 물론, 이의리의 좋았던 흐름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 불펜 전향 이후 가장 호된 시련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세이브 상황이 오지 않거나,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좀처럼 등판할 일이 없었다. 이의리가 그 충격에서 잘 회복했는지 확인할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그러다 8월 29일 광주 SSG전에서 등판 기회가 왔다. 1-1로 맞선 9회 마운드에 올랐다. 이의리로 9회를 막고, 9회말 끝내기를 노려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지만 홈팀이 쓰는 전형적인 전략으로 이의리의 어깨에 중압감은 비슷했다.

첫 타자는 불안했다. 선두 에레디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불펜 전환 이후 스트레이트 볼넷은커녕 그냥 볼넷도 잘 없었던 이의리다. 예전의 ‘볼볼볼’ 패턴이 나오자 모두가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의리는 예전 이의리가 아니었다. 언제든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는 믿음과 능력을 가진 선수로 바뀌어 있었다. 나머지 타자들을 차분하게 정리했다.

▲ 이의리는 패스트볼 제구가 안 되면 계속 흔들리던 예전의 모습을 벗어나 변화구로도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선수임을 입증했다 ⓒKIA타이거즈
▲ 이의리는 패스트볼 제구가 안 되면 계속 흔들리던 예전의 모습을 벗어나 변화구로도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선수임을 입증했다 ⓒKIA타이거즈

전의산 타석 때는 1B에서 슬라이더로 카운트 두 개를 잡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고 1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자 시속 152㎞짜리 강력한 패스트볼을 높은 코스에 넣어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역시 존에 들어오는 공이었다. 이어 대타 오태곤과 승부에서도 2B을 먼저 허용했지만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만회한 뒤 이번에는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포크볼은 이의리가 지금까지 자주 던지지 않았던 구종이었지만, 이 공의 코스와 궤적, 그리고 볼 배합은 완벽했다. 155㎞의 패스트볼을 직전에 봤던 오태곤으로서는 포크볼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의리는 광주일고 동기동창인 조형우에게 2루타를 맞고 2사 2,3루에 몰렸지만 최지훈을 슬라이더 3개로 루킹 삼진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패스트볼 제구가 안 되면 경기 내용이 덩달아 흔들리던 예전 이의리가 아니었다. 이날 변화구로도 빠르게 카운트를 잡아냈고, 특히 좌타자 상대 바깥쪽 슬라이더의 커맨드가 좋았다. 타자들도 “이의리의 스트라이크 비율이 예전보다 높아졌다”고 생각하니 일단 존 근처에 들어오는 공은 방망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이의리는 만루홈런 악몽에서 벗어났고, 이 위기를 넘긴 KIA는 연장 10회 박정우의 끝내기 안타로 역전승을 완성했다.

▲ 이범호 감독은 이의리가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는 모습이 앞으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KIA타이거즈
▲ 이범호 감독은 이의리가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는 모습이 앞으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KIA타이거즈

이범호 KIA 감독도 이의리가 그런 측면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 감독은 경기가 우천 취소된 30일 전날 이의리의 투구를 돌이켜보며 “그래도 한 타자 정도 보내고 난 뒤부터는 또 타깃을 금방금방 찾아갔다. (제구가) 회복 되는 속도가 아무래도 선발할 때보다는 확실히 빠른 거 같고, 다시 리셋을 해서 카운트를 하나씩 잡아 들어갈 때를 보면 직구가 안 될 때는 변화구를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면서 “어제도 직구가 계속 볼이 되니까 슬라이더를 던져서 카운트를 잡고, 승부구를 직구로 썼다. 변화해 가는 것들을 준비를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흐뭇하게 말했다.

이 감독은 “심리적으로 ‘직구로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된다’라는 심리를 벗어나서 ‘변화구로도 내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밸런스는 지금 충분히 돼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볼이 빠른 투수들은 아무래도 타자들이 직구 하나만 보고 치는 성향이 강하다. 변화구 하나만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구종만 있어도 아무래도 타자가 한 구종만 못 노린다. 투수가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진다”면서 그런 경험들이 앞으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아직 마무리로서의 경험이 풍부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경기가 있으면, 또 저런 경기가 있다. 잘 던지는 경기가 있을 것이고, 고전하는 경기도 있을 것이다. 최고의 마무리 투수들도 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는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29일 경기는 이의리가 잠시 흔들려도 다시 평정심을 찾을 수 있다는 회복 탄력성을 보여줬다. 이제 점점 더 확신을 주는 마무리로 바뀌어가고 있다.

▲ 만루포 악몽과 스트레이트 볼넷이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뛰어난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더 큰 믿음을 심어준 이의리 ⓒKIA타이거즈
▲ 만루포 악몽과 스트레이트 볼넷이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뛰어난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더 큰 믿음을 심어준 이의리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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