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팀은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이상현 단장이 선수촌·국회·외교부 누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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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청담동, 정형근, 배정호 기자] “선수단장은 단순히 대회에 가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행사에 참석하는 자리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을 이끄는 이상현 선수단장은 지난 5월 단장 선임 이후 선수단 안팎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역대 국제종합대회 선수단장과 비교해도 활동 반경이 넓다.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수시로 찾고 종목별 훈련장을 돌았다. 선수들에게 직접 커피를 건넸고 선수촌에서 숙박하며 새벽 훈련도 지켜봤다.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와 의무 트레이너, 전력분석관, 장비를 담당하는 메카닉과 행정 인력까지 하나의 선수단으로 묶기 위해 처음으로 ‘국가대표 지도자 출정식’도 열었다.
발걸음은 훈련장 밖으로도 이어졌다.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을 살피기 위해 선수촌 내 종교시설을 찾았고, 국회와 외교부에는 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과 선수단 지원을 요청했다. 선수단의 경기력은 훈련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과 정책적 지원, 현지 안전과 외교적 협조까지 맞물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가 이처럼 일찌감치 움직인 배경에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두 차례 선수단 부단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이 단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청담동 킹콩빌딩에서 진행한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부단장일 때는 말 그대로 단장을 보좌하는 역할이었다. 모든 것이 어느 정도 세팅된 상황에서 대회에 참여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이런 부분이 보완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은 내가 단장이기 때문에 직접 실행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다. 그게 부단장과 단장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대회 전부터 선수단 속으로…“원팀은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단장이 가장 먼저 바꾸고 싶었던 것은 선수단 내부의 거리였다.
국제종합대회는 수백 명의 선수와 지도자, 지원 인력이 낯선 환경에서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조직으로 움직여야 한다. 대회가 시작된 뒤 갑자기 ‘팀 코리아’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낯선 곳에서 빨리 적응해서 경기에 들어가야 한다. 적응 기간을 최소화하려면 ‘나는 혼자가 아니고 큰 팀 코리아의 울타리 안에 있다’는 걸 느끼는 게 중요하다. 단장부터 선수들과 친숙해지고 지나가면서 서로 인사를 나눌 정도만 돼도 작은 스트레스가 줄고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회 훨씬 전부터 선수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선수촌에서 선수들과 자주 마주치면서 실제 거리도 가까워졌다.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과는 하루 동안 식당과 메디컬센터, 훈련장 인근에서 세 차례나 마주쳤다. 신유빈이 먼저 “오늘 세 번째 만나네요”라고 말을 건넬 정도가 됐다.
이 단장은 이런 사소한 장면을 중요하게 여겼다.
“어려운 사이였다면 먼저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서로 편해졌다는 의미다. 몸이 조금 힘들고 바쁘더라도 계속 선수들을 찾아다닌 게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현이 생각하는 ‘원팀 코리아’는 스타 선수 몇 명과 가까워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은 이번 대회 41개 종목에 출전한다. 대중에게 익숙한 스타가 있는 반면 평소 언론과 방송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종목의 선수들도 적지 않다. 선수 뒤에는 지도자와 의무 트레이너, 전력분석관, 메카닉, 행정 인력도 있다.
이 단장은 특히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메카닉을 비롯한 지원 인력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사이클은 장비의 미세한 튜닝 하나가 기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메카닉이 그만큼 중요하다. 스포츠과학과 전력분석관의 역할도 커졌고 의무 트레이너와 행정 인력도 있다.”
이 같은 생각에서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와 지원 인력까지 조명하는 ‘국가대표 지도자 출정식’도 마련했다.
이 단장은 “모든 구성원이 동등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이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구나,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느낌은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원팀 코리아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선수단 밖까지 넓힌 ‘팀 코리아’…국회·외교부에도 직접 발걸음
이 단장이 그리는 팀 코리아의 경계는 선수단 내부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정부와 국회, 외교당국, 언론과 기업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지원 체계의 일부로 봤다. 그래서 선수촌과 종목별 훈련장을 넘어 선수촌 내 종교시설, 국회, 외교부 등으로 발걸음을 넓혔다.
“정말 원팀 코리아가 되려면 선수단 안에서만 하나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국회, 언론, 기업 등 여러 주체가 힘을 합쳐 지원하고, 국민의 관심과 성원까지 모여야 진정한 원팀 코리아가 된다. 내가 선수단을 알리기 위해 뛰어다닌 이유도 그런 차원이다.”
국제종합대회는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서는 순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지 이동과 숙박, 안전, 의료 지원, 외교적 협조 등 경기장 밖의 지원 체계가 안정돼야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 단장은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꽃’에 빗댔다.
“선수가 경기장에서 피어나는 꽃이라면 지도자는 줄기이고, 트레이너와 지원 인력은 나뭇잎, 종목단체는 뿌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받치는 토양은 결국 국민의 성원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일본에서 열리고 북한 선수단도 참가한다. 이 단장은 외교부 장관을 만나 현지 선수단 지원을 요청했고, 일본 측에는 선수단 안전과 원활한 대회 운영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그는 “일본에서 열리는 만큼 한일 간 민감한 이슈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스포츠를 통해 우호를 다지는 대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 교류를 위해 세 차례 평양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이 단장은 “정치적으로 남북이 막혀 있어도 스포츠에서는 만난다. 경기장에서 서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 자체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도쿄·오사카까지 흩어진 선수단…“부단장과 역할 동선 나눠야”
대회가 시작되면 더 큰 과제가 기다린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경기장이 아이치·나고야뿐 아니라 도쿄와 시즈오카, 기후, 오사카 등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다. 대규모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움직였던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달리 이번에는 선수단 본부와 경기 일정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다.
이 단장은 “현장에 가서 모든 것을 직접 챙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권역만 해도 여러 곳이고 그 안에서도 경기장이 나뉜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어떻게든 선수들과 선수단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행사와 만남을 많이 만들려고 했다.”
현지에서는 이상현 단장과 4명의 부단장이 역할과 동선을 나눈다. 각 지역 본부와 협력해 지원이 필요한 종목을 빠르게 파악하고, 단장단이 최대한 많은 현장을 직접 찾는다는 구상이다.
그는 “단장은 선수단 전체 일정과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까지 신경 써야 한다. 필요한 팀과 선수에게 적재적소에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현장에서의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분산 개최인 만큼 비상연락망과 현장 통제도 더욱 중요해졌다. 이 단장은 “항저우도 힘들었지만 거기는 큰 클러스터에 모여 있었다. 이번에는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있어 통제가 더 어렵고 비상연락망도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큰 운영 체계뿐 아니라 작은 부분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최근에는 대회 현장에서 사용할 태극기까지 실무진에게 재차 확인하도록 했다. 국제대회 현장에서 잘못된 형태의 태극기가 사용되는 일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단장 입장에서는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할 수밖에 없다. 태극기 같은 상징물도 제대로 챙겨야 한다.”
이 단장은 선수단 운영의 범위를 어디까지 챙겨야 할지 스스로 고민할 정도로 작은 부분까지 확인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기보다 사전에 점검해 변수를 줄이겠다는 판단이다.
◆ “필승의 각오, 그리고 국가대표의 품격”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은 이제 9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단장이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신감과 컨디션 관리다.
“자신을 믿고 동료를 믿고 팀을 믿으라고 한다.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부상에 유의하면서 컨디션을 잘 조절해 나고야에서 최상의 몸 상태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단장으로서는 선수들이 경기 외적인 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쓸 계획이다. 동시에 성적 못지않게 태극마크의 무게도 강조했다.
이번 대회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길 원하는지 묻자 답은 간결했다.
“필승의 각오로 최선을 다하면서도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는 진정한 스포츠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상현 단장이 지난 몇 달 동안 선수촌과 종목별 훈련장, 국회와 외교부까지 오간 이유도 결국 선수들이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가 그리고 있는 선수단장은 단상에서 단기를 흔드는 명예직에 머물지 않는다. 선수단 내부에서는 선수와 지도자, 지원 인력을 연결하고, 밖에서는 정부와 국회, 외교당국, 언론과 기업의 관심과 지원을 끌어낸다. 현지에서는 여러 지역에 흩어진 선수단을 하나의 조직으로 움직여야 한다.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이 항상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팀이 된다.”
선수단 안팎을 오가며 준비해온 이상현 단장의 역할은 이제 현지 운영으로 이어진다. 아이치·나고야에서는 분산된 선수단을 안정적으로 묶고, 필요한 지원을 적시에 연결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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