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욱, 다리를 벌리고 서도 그의 키는 기자보다 크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세밀한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면 단순한 '뻥 축구'를 해도 좋다. 다만 짜임새 있는, 목적이 있는 '뻥 축구'를 원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 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7차전을 치른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지만 한국을 바라보는 눈길들은 불안하다. 지난 23일 창사에서 열린 중국과 6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1로 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밀집 수비에 늘 약했고 시리아는 6경기에서 2실점만 한 수비력이 강한 팀인 점도 마음에 걸린다.

일단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러시아에 가고 싶다면 시리아전을 이겨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거취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시리아전 승리다. 슈틸리케 감독이 떠나더라도 시리아전은 이기고 떠나야 한다.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지난 7번의 최종 예선 동안 밀집 수비 앞에 슈틸리케호의 세밀한 공격 전개는 무뎠다. 한국은 조직으로 맞서는 수비를 개인 능력으로 뚫어 보려고 했다. 당연히 쉽지 않았다. 개인 능력을 앞세우더라도 7, 8명이 골문 앞을 지킨 수비를 넘어 골망을 흔들 순 없었다.

원톱 공격수론 이정협, 김신욱, 황희찬이 출전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가 안 풀리면 김신욱을 활용할 것이다. 지금까지도 경기가 답답할 땐 단순하게 공을 김신욱을 향해 올리고 떨어지는 세컨드 볼을 다퉜다.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전에선 후반전 2골로 역전을 이루며 작전이 성공했지만, 지난 23일 중국전에선 소용없었다.

세밀한 플레이가 불가능하다면 단순한 '뻥 축구'를 해도 좋다. 다만 중국전처럼은 안된다. 김신욱은 외롭게 고립됐고, 중국 수비수들은 번갈아 가며 김신욱이 뛰기 전부터 견제했다. 김신욱이 외롭지 않도록 짜임새 있는, 목표가 있는 축구가 보고 싶다.

김신욱은 전북 현대에서도 대표 팀과 비슷한 임무를 한다. '머리'로 상대 수비수들을 압도하면서 전북의 공격을 조율한다. 그러나 그 주변엔 김신욱을 보좌하는 훌륭한 2선 공격수들이 있다. 이재성, 이승기, 고무열 등 세컨드 볼을 따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인다. 김신욱의 머리까진 공이 단순하게 올라가도, 김신욱의 머리를 맞은 뒤엔 나머지 선수들이 공격을 다양하게 만든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단순한 '뻥 축구'도 얼마나 위협적일 수 있는가 제대로 보여 주고 있다.

최 감독은 김신욱의 발도 적당히 활용한다. 김신욱은 리턴패스에도 재능이 있다. 울산 현대 시절부터 역습에 특화된 '철퇴 축구'를 이끌고 있다. 김신욱이 등지고 내는 리턴패스는 분명 밀집 수비 사이에서 공격 전개에 도움이 된다. '발밑'을 적당히 활용해야 상대를 교란할 수 있다. 김신욱을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도 다양해야 한다.

아무리 펀치가 센 복싱 선수라도 오른손 스트레이트만 뻗으면 커버에 걸린다. 왼손으로 잽도 날리고 복부도 때리고 훅도 날려야 어느 순간 빈틈이 생긴다. 항상 오른쪽 스트레이트로 결정타를 노리고 있지만 그것만 반복해선 효과가 없다.

'수주대토(守株待兎)' 송나라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토끼가 밭 가운데 있는 그루터기에 머리를 들이받고 죽는 것을 봤다. 농부는 토끼가 또 그렇게 달려와서 죽을 줄 알고 밭 갈던 쟁기를 집어던지고 그루터기만 지켜보고 있었다는 고사(故事)다.

우연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 김신욱의 머리에 공이 맞길, 그리고 선수들 발 앞에 떨어지길, 상대 수비가 허점을 보이길 그저 기다리지 않아야 한다. 나무 그루터기를 지켜보며 토끼가 잡히길 마냥 기다리는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우연'의 힘으로 월드컵 본선에 가기엔 아시아 무대가 매우 치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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