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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역설, 박세웅 커브 피안타율이 0.312나 된다고?

작성일: 2017.07.07 06:00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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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박세웅이 커브를 던지고 있는 모습.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롯데 투수 박세웅은 이제 에이스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일 현재 9승2패, 평균 자책점 2.23을 기록하며 리그 톱 클래스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 해 박세웅의 성적은 7승12패, 평균 자책점 5.76. 평범했던 선수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에이스급이 됐다. 

박세웅은 커브를 가장 큰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커브를 자신있게 던질 수 있게 되며 경기 운영이 한결 편해졌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커브에서 시작된다. 숫자로는 박세웅의 커브가 힘이 되고 있음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매우 그럴 듯 하다. 롯데엔 올 시즌부터 김원형 코치가 가세했다. 김 코치는 현역 시절 최고의 커브볼러였다. 박세웅은 김 코치로부터 커브를 다시 전수 받았다. 그러면서 커브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숫자를 살펴 보면 의외의 결과와 마주하게 된다. 일단 박세웅은 커브 피안타율이 높다. 3할1푼2리나 된다. 그가 던지는 구종 중 3할 이상의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구종은 커브가 유일하다.

오히려 지난 해 커브 피안타율이 훨씬 낮았다. 지난 해 박세웅의 커브 피안타율은 9푼5리에 불과했다. 1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꺾이는 각도가 대단히 좋아진 것도 아니다. 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 해 까지 박세웅의 커브 수직 변화량은 -37.7cm였다. 올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다. -38.08cm를 기록중이다. 1cm도 채 더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의 커브가 난공불락으로 변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님을 뜻한다. 커브가 가리키고 있는 숫자 그 이상의 무언가가 박세웅에게 힘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원형 코치는 "박세웅에게 특별한 커브 그립을 가르치거나 한 것은 아니다. 커브 자체는 지난 해에 던지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조금 깊게 잡게 된 정도"라고 전제한 뒤 "중요한 건 경기 운영 능력에 커브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타자 한 명을 잡기 위한 커브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한 경기를 운영하는데 힘이 될 수 있는 커브 활용법을 가르쳤다"고 강조했다.

김 코치는 "선발 투수가 100개의 공을 던진다고 했을 때 100개를 모두 전력을 다해 던질 수는 없다. 때로는 힘을 빼고 던지며 조절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긴 이닝을 긴 호흡으로 끌고 갈 수 있다. 박세웅에게 그런 의미에서의 커브를 가르쳤다. 힘 빼고 던지며 다음 공에 힘을 줄 수 있는 법을 알려줬다"며 "안타가 되는 건 상관 없다.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다 맞는 안타는 중요치 않다. 선발 투수는 다음 타자를 잡으면 되기 때문이다. 카운트를 잡으러 힘 빼러 커브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 커브 자체가 좋아진 것이 아니라 커브를 활용하며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선발 투수로 성장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구사 비율을 보면 박세웅이 커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주자가 없을 땐 커브 구사 비율이 10.8%다. 그러나 주자가 나가면 7.6%로 떨어진다. 언제든 안타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 구사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주자가 없을 땐 맞아도 좋다고 던지지만 주자가 나가면 보다 신중해짐을 알 수 있는 수치다.

실제 수치도 이 같은 이론을 뒷받침 한다. 주자 없을 때 던진 박세웅 커브 피안타율은 3할8푼5리나 되지만 주자가 나가면 1할6푼7리로 확 떨아진다. 박세웅이 커브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커브로 힘을 뺄 때와 줄 때를 구분할 줄 알게 되면서 구종은 물론 경기 운영 전반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는 커브는 투수가 체력을 세이브 할 수 있는 구종이다. 힘을 빼고 편한 팔 스윙으로 천천히 던지기 때문이다. 김 코치가 강조한 부분이 이 것이다. 경기를 운영하며 힘을 조절할 수 있는 구종으로서의 커브를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는 컨디션이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나 자신의 책임 이닝을 다 하고 내려올 수 있는 '선발 투수' 박세웅으로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졌다.

박세웅의 커브는 구종 자체의 힘이 아니라 경기 전체를 운영하는 힘으로서의 구종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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