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철, "두려움을 용기로 함께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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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으로 데뷔팀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불태운다. 그러나 그 팀은 지난 시즌 내우외환으로 팬심마저 차가워진 팀. 결국 돌아선 팬심을 돌려놓기 위해 구성원들의 일치단결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베테랑의 이야기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프로 17년차 외야수 임재철(39, 롯데 자이언츠)이 뜨거운 결의를 내뿜었다.
1999년 롯데에서 데뷔해 그해 포스트시즌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끄는 데 큰 공을 세웠던 임재철은 삼성-한화-두산-LG를 거친 뒤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당초 LG는 2014시즌 후 임재철을 퓨처스팀 외야수비코치로 임명하고자 했으나 선수 본인이 현역 유지의 뜻을 분명히 했고 구단과 양상문 감독의 따뜻한 배려 덕택에 롯데로 올 수 있었다. 임재철은 아직까지도 운동능력과 수비력에서 리그 수준급으로 꼽히는 외야수다.
데뷔 팀으로 돌아온 임재철의 등번호는 27번으로 kt 이적한 포수 용덕한(34)이 달던 번호다. "17번을 달고 싶었으나 후배인 (심)수창이의 번호라 달라고 하기가 좀 미안했다. 마침 27번이 비어있던 만큼 이 번호를 쓰려고 한다"라고 밝힌 임재철은 다시 돌아온 사직구장에서 자신의 프로 데뷔 첫 해를 떠올렸다. 천안 북일고-경성대를 거쳐 1999년 2차 3라운드로 롯데에 입단한 임재철은 데뷔 첫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한화와의 한국시리즈에서 타선 첨병 노릇을 하며 분전했다. 야구 팬들앞에 자신의 이름을 가장 먼저 알렸던 계기였다.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 사직구장에서 죽기 전에 이름 한 번 제대로 알리겠다고. 심지어 야구장에서 죽을 각오로 뛰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뛰었다". 지난해 롯데는 프런트의 선수단 장악 논란에 이은 코칭스태프 교체, 그리고 수뇌부 잇단 퇴진 등으로 커다란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여기에 좌완 에이스 장원준(두산)이 프리에이전트(FA)로 이적하고 외국인 선발 쉐인 유먼(한화), 크리스 옥스프링(kt)이 모두 떠났다. 조쉬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 등 젊은 두 명의 20대 투수를 새로 영입했으나 이들은 국내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전력 강화의 호재는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종운 감독은 프로무대 첫 지휘봉을 잡는 초보 감독. 데뷔 3년차 시즌 이 감독과의 고마운 인연 덕택에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임재철은 그만큼 선수들의 단결을 중요시했다. 이야기를 하며 임재철은 지난해 1700만 관객 신기록을 썼던 영화 명량의 이야기를 꺼냈다.
"시즌 중 개봉해서 사실 나는 그 영화를 좀 늦게 봤다. 그런데 영화 내용 하나하나가 지금의 롯데를 가리키는 것 같아 소속팀을 옮긴 내 마음도 영화 속에 투영하게 되더라. 해전을 앞두고 배가 12척에 불과했던 전장 상황을 보며 선발진에 공백이 생겼다던 우리 팀이 생각났고 울돌목 속 소용돌이치던 배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람들이 힘을 모으는 장면을 보며 선수들과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야만 이길 수 있다는 대사도 자꾸 떠오르더라. 정말 우리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주장 최준석은 임재철과 두산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후배. 지난 9일 구단 시무식 후 최준석은 후배들에게 연신 무엇을 제대로 챙겼는지 물어보고 재차 확인하러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주장으로서 무게만 잡기보다 자신이 먼저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준석이는 분명히 주장 역할을 제대로 해낼 것이다. 그리고 나도 준석이를 도와서 위계 질서와 체계가 잡힌 선수단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후배들에게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해라'라고 시키는 선배가 아니라 내가 먼저 움직이고 더 많이 연습하고 훈련하는 본보기가 되어서 후배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두산 시절 민병헌과 김현수는 임재철과 룸메이트로 지내며 "재철 선배는 자기관리의 화신"이라며 존경심을 비춘 바 있다.
롯데의 올 시즌 성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위권 전력으로 예상 중. 외적 보강이 없었고 초보 감독 선임, 그리고 비시즌 잇단 소동으로 인해 불안감을 내비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임재철은 오히려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2015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10년 전 소속팀인 두산이 전문가들로부터 최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으나 외국인 선수 다니엘 리오스-맷 랜들까지 국내 선수들처럼 하나가 되던 정도의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성공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우리를 약체로 보고 있지만 내 생각에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외부로는 보이지 않는 분위기와 기싸움이 중요하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팀에게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고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생각하기보다 팀을 위해 희생하고 그 마음을 모은다면 충분히 우리도 이기는 팀이 될 수 있다. 마음 속에 두려움이 있다면 시즌 개막과 함께 모두 용기로 바꿔 그라운드로 나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 임재철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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