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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이슈] 팬서비스 논란 관통하는 3단어 '이해·매너·노력'

작성일: 2018.05.07 09:00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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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두산 베어스 팬의 유니폼. 유니폼과 노트에는 두산 선수들의 사인이 빼곡했다. ⓒ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일주일이 지나도록 프로 야구 선수들의 팬서비스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야구팬들이 오랜 시간 공감하고 있던 문제가 공론화됐다고 볼 수 있다.

#이해

선수와 팬은 어느 정도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의 수고를 잘 알고 있었다. A구단 관계자는 "평일 출근길에는 선수들이 기다리는 팬들이 있으면 다 사인을 해주고 라커룸에 들어온다. 퇴근길, 그리고 주말에는 많게는 100명 넘는 팬이 모여 있기 때문에 다는 못 해주는 거 같다. 그래도 어린이 팬들은 지나치지 않고 선수들이 다 해주는 걸 봤다"고 설명했다. 

팬들은 선수들이 팬서비스할 수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강인정(19, 송파구)씨는 보통 어떻게 사인을 받느냐고 묻자 "평일에는 오전 11시~12시 사이에 경기장을 찾는다. 평일은 사람이 적어서 선수들이 사인도 잘해주고, 사진도 찍어준다. 주말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사인을 받기 힘들다. 그래서 평일 선수들의 출근 시간에 맞춰 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간혹 경기 전에 사인하면 성적이 안 좋은 징크스가 있는 선수가 있다. 그렇게 설명을 해주면 알겠다고 한다. 팬이니까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길 바라는 게 우선이지 않나. 그래서 경기 끝나고 사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 사직구장을 가득 채운 롯데 자이언츠 팬들. ⓒ 곽혜미 기자
문제는 다수의 팬이 모여 있을 때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보도 장면에는 잠실 원정길에 오른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경기를 마치고 구단 버스에 오르고 있었다. 수많은 팬이 버스 주변에 모여 사인을 요청했지만, 보도 화면에 나온 선수들은 사인에 응하지 않고 바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구단 관계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원정 팀의 경우 정해진 시간에 맞춰 다 같이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해서 요청에 응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베테랑이냐 아니냐의 차이도 있다. 연차가 적은 선수라면 선배들이 버스에서 기다리는 상황에서 사인하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팬들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문제는 태도다. 이다혜(26, 구로구)씨는 "바쁠 때는 인사만 다정하게 해줘도 기분 좋다. 쌩하고 가거나 아무 대꾸도 없이 가면 마음이 상한다"고 했고, 김민석(17, 동대문구)씨는 "많이 늦어서 나중에 해준다고 말만 해줘도 이해한다. 아주 어릴 때 사인 요청에 아무 말 없이 간 선수가 있었다.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다. 거절할 때 최소한의 말만 해주면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팬들은 좋아하는 선수들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 한희재 기자
#매너

팬서비스에 인색한 선수는 분명 있었다. 더 정확히는 매너의 문제였다. 한 팬에게 선수에게 사인을 요청하면서 가장 상처받았던 순간을 묻자 "B선수가 보여서 사인을 부탁했는데 '사인은 무슨'이라고 말하며 그냥 지나갔다. 그때 가장 상처를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팬이 "B선수는 원래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B선수는 자주 이런 태도를 보인다는 뜻이다. 

다수의 선수는 팬서비스를 당연히 해야 할 도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선수들도 상대하기 힘든 팬들이 있다. 역시나 매너가 문제다. C구단 관계자는 "선수들 출근 시간에 맞춰 늘 모여 있는 중년 무리가 있다. 선수들이 다 들리게 '얼마에 팔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선수들이 그 무리는 피하는 거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막무가내 유형이다. 퇴근길에 D선수가 운전을 하고 가다 차를 세우고 문을 열어 팬에게 사인하는 장면을 우연히 봤다. D선수는 당시 상황을 묻자 "운전하고 가고 있는데 차를 막아섰다. 큰일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인은 해 드렸지만, 옆에 있던 아이들이 보고 따라 할까 봐 걱정이 되더라"고 이야기했다.

질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D선수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가 경험하는 일이다. 팬들 가까이에 가서 사인하고 있으면 보통 다른 팬들이 동시에 요청한다. 그럴 때 펜 뚜껑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팔을 내밀면 옷에 묻는 경우가 많다. 차도 마찬가지다. 차 안에 펜으로 그어진 곳이 많다"며 조금만 차례를 지켜주길 당부했다.  

소속 구단 팬을 위해 쓴소리를 감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E선수는 "우리 팀 유니폼이 아닌 다른 팀 유니폼에 사인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정중하게 거절을 하고 있다. 다른 팀 유니폼에 내 사인을 하는 건 우리 팀 팬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넓게 보면 이 또한 매너의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 박찬호(가운데)가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응하고 있다. ⓒ 한희재 기자
#노력

논란이 커진 이후 선수들은 팬서비스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단 차원에서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선수들 스스로 조금 더 팬들과 가까이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은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논란 이후 만난 박지성(17, 동대문구)씨는 "처음 사인을 받으러 왔는데, 다들 사인을 잘해 주셨다. F선수는 평소에 사인을 잘 안 해준다고 알고 있었는데, F선수에게 요청하니 정말 흔쾌히 해주셨다"며 사인받으러 일찍 경기장을 찾은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건강한 팬서비스 문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G구단 감독은 "구단주께서 선수들에게 '팬과 함께하라'고 늘 강조한다. 다만 환경이 아쉽다. 출퇴근길은 바쁘다 보니까 계속해서 말이 나올 수 있다. 차라리 따로 사인회를 지속해서 여는 게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 출퇴근길에 와르르 모이면 선수도 팬들도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D선수는 "문화가 아쉽다. (팬서비스를) 해 드리고 싶지만 여전히 여건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거 같다. 사인이 팬서비스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팬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좋은 플레이, 재미있는 경기를 보시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거니까"라며 팬을 위한 노력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변화하려는 선수들만큼이나 팬들도 사인을 요청할 때 매너를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수와 팬 모두 상식적으로 서로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만 지킨다면 얼굴 붉힐 일은 얼마든지 줄여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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