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삿포로, 이종현 기자] "이번 소집의 목표는 데뷔전을 뛸 수 있으면 좋지만(구성윤은 앞선 두 번의 A대표 팀 발탁 땐 경기를 뛰지 못했다), 훈련 때 제 장점을 보여드리고 싶은 게 목표에요. 자신 없게 주문하는 것만 하지 않고,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축구(골키퍼의 빌드업)를 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어요." 11일 국가대표 발탁에 대한 소감을 전한 콘사도레 삿포로의 골키퍼 구성윤.
'벤투호'가 최근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며 대표 팀 은퇴를 발표한 김진현(33, 세레소 오사카)을 대신한 새로운 수문장으로 J리그에서 선방 능력뿐만 아니라 빌드업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구성윤(24, 콘사도레 삿포로)을 선택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 팀 감독은 11일 오전 11시 파주NFC에서 열린 2019년 3월 A매치 2연전(볼리비아-콜롬비아)을 앞두고 명단을 공개했다. 최근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기성용, 구자철, 김진현 등을 대신해 이강인, 백승호, 권창훈, 구성윤 등이 새롭게 발탁됐다.
이중 콘사도레 삿포로의 골키퍼 구성윤은 197.4cm의 큰 키를 가졌고, 벤투호가 선호하는 빌드업까지 겸비해 차세대로 골키퍼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나이가 만 24살이라는 강점도 있다. 향후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주전 골키퍼로 뛸 여러 조건을 갖춘 셈이다.
지난 9일 일본 홋카이도의 삿포로에서 시미즈S 펄스전이 끝난 이후 콘사도레 삿포로 소속의 골키퍼 구성윤과 미하일로 페트로비치 감독의 공격적인 축구 철학과 빌드업 하는 골키퍼를 주제로 이야기를 가졌던 '스포티비뉴스'는 11일 구성윤의 국가대표 발탁 소식이 들리자 곧바로 전화 통화로 그의 심정을 들었다.
아래는 구성윤과 삿포로에서, 전화통화로 가진 내용. 구성윤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아픔, 그리고 성숙한 세레소의 3년
2012년 여름 재현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구성윤은 세레소로 이적했다. 1학년부터 구성윤의 잠재력을 지켜본 세레소 오사카가 구성윤이 3학년이 되던 2012년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구성윤은 테스트 없이 정식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부푼 기대를 품고 입단한 세레소 오사카의 선수 생활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다친 왼쪽 무릎 반월판 연골 부상이 재발했다. 세레소에 입단한 지 한 달 만에 부상 재발, 필사적으로 재활하고 2013년 8월 태국 전지훈련을 앞두고 훈련 출발 날에 또 부상.
구성윤은 당시 상황이 너무나도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세레소에서 3년 동안은 많이 힘들었어요. 많이 울기도 했고요. 한 번은 방에서 자고 있는데,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아무 슬픈 꿈도 꾸지 않았는데도요. 아무 이유 없이 깨서 20분 동안 울었어요. 맨날 다치기만 하고. 거의 훈련장과 그라운드에 있는 시간보다 실내 트레이닝장에서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제가 무릎 수술을 세 번 했거든요. 재활하고 그러다 보니깐. 그래도 밥벌이인데(웃음). 조성문 대표님이 많이 연락해주시고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셔서 지금까지 오게 됐는데. 그런 경험이 있어서 '슬픈 감정이 메말랐다고 해야 하나?' 웬만한 일에 동요는 하지 않아요. 3년 동안 너무, 진짜 힘들었어요. 말로 표현 못 할. 그런 일이 있다가 보니깐, 정신적인 부분에서 세레소에서 있을 때 많이 강해진 것 같아요."

◆새로운 전환기, 삿포로 이적 그리고 J1 승격
구성윤은 2015년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당시 J2에 소속된 콘사도레 삿포로로 이적한 것이다. 이적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구성윤은 2015시즌에만 삿포로 소속으로 33경기에 출전해 주전 수문장으로 뛰었다. 당시 도치기SC전에서 구단 최연소 골키퍼(20세 260일)로 데뷔전을 치렀던 구성윤은 "콘사도레 데뷔전 J2 원정 프로 데뷔전에도 그렇게 긴장이 안 됐어요. '빨리 뛰고 싶다. 보여주고 싶다' 그런 흥분 상태로 들어가서. 긴장이 '1도' 안 됐어요. 즐기고 싶다는, 그런 마음? 축구에 메말라 있었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2015시즌 주전으로 골문을 지킨 구성윤은 2016시즌엔 33경기 출전해 22실점으로 경기당 최저 실점률(0.67)을 기록하며 팀의 J1 승격을 이끌었다. 구성윤은 2016시즌 J리그 베스트 일레븐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2016년 리우 올림픽 주전 골키퍼로 8강 온두라스전까지 치른 4경기에서 3경기를 출전하기도 했다.
2017시즌 J1에서 승격 첫 시즌 팀이 시즌 11위로 잔류할 수 있었던 것은 J1에서 전체 세이브포인트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출중한 구성윤의 선방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성윤은 2017시즌 33경기, 2018시즌엔 34경기 전 경기를 뛰며 팀의 리그 4위 마감에 일조했다. 삿포로가 1부 리그에 2시즌 연속 잔류한 것은 2001년-200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샤 감독의 부임, 빌드업 골키퍼의 완성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산프레체 히로시마, 2012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우라와 레즈를 이끌며 공격적인 스리백 축구를 연 미하일로 페트로비치(애칭 미샤) 감독은 2018년 1월부터 콘사도레 삿포로를 이끌었다. 이 변화는 구성윤에게도 큰 변화였다.
미샤 감독은 기본적으로 스리백 축구를 하는데, '너무나도' 공격적이다. 심지어 스리백의 세 명의 선수 중 한 명도 수시로 공격에 나선다. 골키퍼가 무조건 공격의 시발점이다. 이전까지 '막기만 했던' 구성윤에게도 '골키퍼의 빌드업'은 도전이었다.
"작년에 미샤 감독님이 오셨는데, 기대보다는 걱정이 됐어요. 해보고, 도전해보고 싶은 축구는 맞지만, 여태껏 막기만 했지, 저로 인해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축구를 하진 않았으니깐요. 키 큰 선수에게 공을 주면 되는 축구를 해왔어요. 미샤 감독님이 우라와 감독님을 했을 때부터 봐왔는데, '저 감독님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왔죠. 근데 현실적으로 제 발기술은 감독님의 추구하는 축구를 할 수 없다고 봤는데, 감독님이 '남아줬으면 하는 선수' 중에 제가 있더라고요."
"전지훈련 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나 힘들었어요. 감독님이 '여기 줘도 된다'는 곳은 상대편이 있는 것이었죠. '줘도 되는 걸까?' 생각했어요. 전지훈련 초반에는 골키퍼 코치님과 의견 충돌이 있기도 했죠. 사실 제가 그러는 스타일이 아닌데, 정신적으로 정말 예민할 때였어요. 정말 배우고 싶고, 해보고 싶은 축구라서 코치님께 사과드리고, 상담했어요. 감독님은 '처음에 어려울 것이다'고 했는데, 해 주신 말이 '그라운드에 나가면 네가 감독이다. 신경 쓰지 말고 자신 있게만 해라'고 해서 '알겠습니다' 하고 눈에 불을 켜고 보이는 곳에 패스 주다 보니, 보이는 거예요. 2018시즌 초반엔 무서웠는데, 지난 시즌 막바지에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자신감이 생겼죠. 이번 전지훈련을 준비할 때는 재미있게 준비한 것 같아요."
실제 지난 9일 샷포로 돔구장에서 열린 샷포로와 시미즈S 펄스전에선 구성윤의 빌드업이 돋보였다. 그는 90분 동안 단 한 번의 골킥만 하프라인을 넘었을 정도로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의식적인 '빌드업' 축구를 했다.

"훈련 끝나고 무조건 킥과 패스는 하루도 빠짐없이 했죠. 골킥에서부터 시작하니깐, 짧은 거리에서 롱패스까지. 계속 반복했어요. 컨트롤과 드리블 연습도 많이 했습니다. 볼이 발에 붙어야 하니깐. 그리고 5대 2볼 돌리기가 도움에 많이 됐어요. 볼이랑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볼이 발에 붙게 된 것 같아요. 미샤 감독님 오기 전에는 골키퍼 훈련만 했죠. 그런데 이제는 골키퍼도 필드플레이어의 훈련을 같이했죠."
삿포로는 2017년 J1 11위로 잔류했는데, 2018년엔 4위로 시즌을 마쳤다. 3위 가시마 앤틀러스와 승점 1점 차이로 아쉽게 ACL에 나서지 못할 정도로 강팀이 됐다. 삿포로는 2019시즌 J리그 3라운드까지 2승 1패, 7골 4실점으로 리그 4위를 달리며 여전히 강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미샤 감독 체제에서 삿포로도 구성윤도 성장했다. 삿포로에서 성장이, 그의 피나는 노력이 그를 A대표 팀으로 이끌었다.
*[스포츠타임 인터뷰①] '벤투가 선택한 GK' 구성윤, 빌드업되는 '삿포로 수호신'에 이어 구성윤 선수의 인터뷰 2편, [스포츠타임 인터뷰②] "나 나가면 네가 들어와야지"구성윤을 깨운 김진현의 한마디가 11일 오후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