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이천, 박현철 기자] “투수와 타자 모두 재미있어요. 그런데 지명을 받고 나서 '투수는 꼭 해봐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할 수록 더 빠져들었다. 갓 고교를 졸업하는 젊은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표현을 확실히 했다. 광주일고 시절 투수로도 타자로도 모두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던, 그리고 지난해 고교 무대에서 가장 빠른 공(149km)을 던졌던 우투좌타 파이어볼러 유망주 채지선(19, 두산 베어스)은 인터뷰 도중 '물건일세'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절로 떠올리게 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올 시즌 2차 1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채지선은 고교 시절 투수로도 타자로도 모두 재능을 떨쳤던 유망주다. 고교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수로 전향해 투타를 겸업한 채지선은 지난해 타자로서 20경기 3할8푼3리 OPS 1.043 1홈런 19타점 3도루 1삼진 11사사구로 컨택 능력과 선구안을 모두 자랑했고 내외야를 겸업했다.

투수 채지선은 최고 149km의 공을 던진 동시에 광주 동성고와의 전국체전 지역 최종 예선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고교 투수 중 가장 빠른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던 채지선. 그러나 구력이 짧았기 때문에 제구력에서는 아쉬움을 비췄다. 투수 채지선의 지난해 성적표는 17경기 3승4패 43⅓이닝 57탈삼진 40사사구 평균자책점 4.40이다.

두산이 채지선을 지명한 이유는 바로 투수로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 고교 시절 149km를 던졌다면 이론적으로는 150km대 중후반의 공을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로 성장이 가능하다. 당장이 아닌 미래의 가능성을 봤을 때 채지선은 놓칠 수 없는 유망주. 현재 퓨처스팀 훈련 중으로 오는 2월3일 대만 전지훈련을 떠나게 될 채지선을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만났다.

“고교 시절 투수로 전향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멋 모르고 던졌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시절이 끝나갈 때 투수를 하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특히 주자 1,2루 아니면 주자가 3루에 가 있는 실점 위기에서 더 짜릿한 것 같아요. 더 집중하고 더 신중하게 전력투구로 타자를 상대할 수 있잖아요. 막으면 기분도 엄청 좋고요. 그래서 던질 때 기합소리도 '악'하면서 던지고요”.

고교 시절 채지선은 미완의 제구로 인해 '새가슴'이라는 평도 받았다. 그러나 채지선은 이 악평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투수를 한 지 1년도 안 되어서 제구가 안 되었을 뿐이지 새가슴은 절대 아닙니다”라는 채지선의 답. 정말 심약한 선수였다면 스스로도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는 제구력도 조금씩 나아졌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경기 끝나면 '너 또 공 백네트에 던졌니'라고 여쭤보셨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많은 선배들의 장점을 보고 배우는 가운데 감사함을 표시한 채지선에게 투수로서 롤모델을 물어보았다. 채지선의 답은 우에하라 고지(보스턴 레드삭스). 일본 요미우리 최고 투수로 활약하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우에하라는 현재 마무리 투수로 뛰고 있다.

“볼 스피드가 예년에 비해 느려져도 마무리로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자체가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멋있는 것은 우에하라가 신인 때 고의 볼넷 지시에 고의 볼넷을 내주고 눈물을 흘렸다면서요. 그 승부욕이 가장 멋있었어요. 그리고 팀 분위기를 살리는 이야기나 행동도 멋지고요. 저도 누구에게 지기 싫은 승부욕과 팀 분위기를 살리는 모습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선발보다는 릴리프, 마무리로 뛰고 싶어요”. 

'만약 미래에 1군으로 올라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채지선은 “올라간다면 더 이상 내려가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뒤이어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상상했던 이미지 트레이닝의 장면을 그림 그리듯 서술했다.

“타자로 뛸 때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는데 투수가 되어서도 그런 상상을 많이 했어요. 잠실구장 마운드에 제가 서고. 아, 야간 경기여야 해요.(웃음) 라이트 불빛 속에 팬 분들이 관중석을 모두 메우고 제가 마운드에서 제 공을 전력투구하는 모습. 그 모습을 항상 상상해요. 1군에 오른다면 꼭 강한 인상을 남겨서 눈도장을 받고 이후로는 절대 퓨처스팀으로 내려가지 않는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채지선이 꿈의 구장 잠실 마운드에 올라 팀의 신승을 이끄는 순간은 언제일까.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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