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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리포트] '재팬 드림' 발디리스가 찾은 '초심'

작성일: 2016.02.17 06:00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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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박현철 기자] “오퍼가 왔을 때 삼성이라는 팀은 생소했다. 그런데 '승짱'이 있는 팀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대번에 입단을 결정했다. 그리고 와 보니 분위기도 정말 좋고 재능 있는 선수들도 정말 많다.”

일본 생활 8년을 마치고 KBO 리그에 도전하는 아롬 발디리스(33, 삼성 라이온즈)의 일본 무대 성장기는 '단돈 몇 푼 갖고 상경했던 그럴 듯한 중소기업 사장'의 성공기 못지않다. 2008년 2월 발디리스는 투수 알비스 오헤다와 함께 한신 타이거스와 육성 선수 계약을 맺었다. 수 천만 엔 이상의 연봉을 받던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웬만한 일본 신인들보다도 적은 500만 엔 가량의 연봉 계약을 맺고 시작했다.

한신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오릭스에서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탄탄한 수비의 3루수로 인정받은 발디리스는 지난해 요코하마 DeNA에서 7,500만 엔의 연봉을 받았다. 수 억 엔 연봉의 특급 외국인 선수는 아니지만 연습생으로 시작했던 외국인이 어느 정도 실적을 인정받는 선수로 자리매김한 것은 분명 '재팬 드림'으로 평가할 만했다. 그 발디리스가 이제는 삼성의 파란 유니폼을 입고 '핫코너'를 지킨다. 16일 삼성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에서 만난 발디리스는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부터 '올해는 어느 정도 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뛰지는 않았다. 시작할 때 신분이 신분인 만큼 하루하루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수비력을 인정받고 일본에서도 8년이나 뛰며 연봉도 많이 올랐다고 생각한다.”

2할대 중반의 타율과 15개 이상의 홈런을 치던 3루수 발디리스는 요코하마와 계약이 해지된 뒤 일본 내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대신 삼성의 손을 잡았다.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과정이라고 해도 발디리스는 일본 팀 하위 타선에서 심심치 않게 장타를 칠 수 있고 안정적으로 3루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발디리스는 자신에게 부(富)를 선물한 일본 잔류 대신 한국 무대 도전을 선택했다.

“결정은 스스로 했다. 에이전트를 맡고 있던 변호사와도 상의했고 일본 내 다른 팀에서도 이적 제의가 와서 진로를 고민했는데 야구를 하면서 좀 더 도움을 받으며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뒤 삼성에 오릭스 시절 절친했던 이승엽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팀은 생각하지 않았다. 선택지는 오로지 삼성이었다.”

오릭스에서 발디리스는 이승엽과 세리머니도 함께하고 출퇴근도 같이 하며 이승엽의 등장 음악도 따라 부를 정도였다. 이승엽이 있다는 점은 발디리스의 삼성 적응이 수월할 것이라는 복선과 같았고 발디리스는 조용해 보이는 가운데서도 쾌활하게 선수들과 이야기했다. 발디스는 인터뷰 도중 구자욱과 눈빛을 교환한 뒤 '괜찮냐'고 컨디션을 체크하는 등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류중일 감독은 발디리스의 수비 훈련을 보며 “잡자마자 공을 빨리 빼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해”라고 감탄했다.

“감독께서 칭찬을 하셨다니 정말 감사 드린다. 수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믿고 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앞으로 오는 공은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수비에 대한 자부심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좋은 수비를 한다고 평가 받는 원동력이 아닐까.”

한신의 연습생으로 시작해 요코하마의 연봉 7,500만 엔 3루수까지 도약했던 발디리스지만 아직 그가 밟지 못한 무대가 있다. 바로 가을 야구의 현장. 발디리스의 일본 시절 소속팀은 그가 있을 때 모두 클라이맥스 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발디리스가 2013년 시즌 오릭스를 떠난 뒤 이듬해 오릭스는 클라이맥스 시리즈 1라운드에 진출한 반면 센트럴리그의 '동네북'으로 전락한 요코하마는 5위에 그쳤다. 반면 삼성은 지난해까지 페넌트레이스 5년 연속 우승에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로 2010년대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계약 전까지만 해도 삼성은 내게 생소한 팀이었다. 계약서에 사인하며 '삼성은 한국의 명문팀이다'고 들었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에 자주 오르고 파이널 단골손님이었다고 하길래 정말 기쁘더라. 실제로도 훈련하는 것을 지켜보면 굉장히 좋다. 선수들도 다들 좋은 사람이고 분위기도 좋은 데다가 재능 있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

'괜찮은 수비력에 정확한 타격은 기대하기 힘들어도 하위 타선의 핵이 될 수 있는 3루수'가 발디리스의 일본 시절 이미지였다. 그러나 삼성에서 그는 중심 타선을 지키며 화끈한 방망이를 보여 주고 안정적으로 3루를 지켜야 한다. 그의 전임자는 지난해 2루수 최다 홈런 기록(48개) 보유자인 호타 준족 야마이코 나바로(지바 롯데)다. 발디리스는 '어느 정도 기록을 세우겠다'가 아니라 일본에서 연습생으로 시작했던 마음가짐을 다시 이야기했다.

“팬들에게 그런 이미지를 심어 드리고 싶다. 저 선수는 하루하루 100%의 힘을 다해 열심히 뛰는 선수라고. 그 하루하루가 쌓이면 당연히 좋은 성적으로 연결될 것이다. 팀과 나의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며 2016년 시즌이 끝날 때는 '발디리스는 정말 잘하는 선수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

[사진] 아롬 발디리스 ⓒ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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