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단 첫해 많은 이닝을 던진 장지훈은 팀의 관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장지훈(23·SSG)은 올 시즌 SSG가 발견한 불펜의 최대 수확이다. 뛰어난 공의 움직임과 안정적인 제구력, 그리고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확실한 결정구를 앞세워 이제는 팀 필승조에서 없어서는 안 될 투수로 자리했다.

장지훈은 본격적인 1군 생활을 시작하게 된 5월 이후 50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 중이다. 쓰임새가 워낙 다양해 SSG 불펜에 큰 힘이 됐다. 멀티이닝 소화도 가능했고, 경기 초반부터 마무리까지 어느 상황에서도 쓸 수 있었다. 사이드암이지만 좌타자에게 특별히 약하지 않은 것 또한 활용폭을 넓히는 요소였다. 

그러나 이 활용폭이 어깨의 짐으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장지훈은 올해 1군에서 68⅔이닝을 던졌다. 이는 올 시즌 리그 순수 불펜 투수로는 가장 많다. 1군 이닝만 계산해야 하는 건 아니다. 1군에 올라오기 전 퓨처스리그(2군)에서 던진 이닝도 생각해야 한다. 장지훈은 2군에서 13⅓이닝을 던졌다. 올해 공식 경기에서만 82이닝 가까이를 소화한 셈이다. 이 추세라면 시즌 종료시 90이닝 이상 투구는 확실시된다. 

보통 위닝팀의 필승조가 소화하는 이닝이 60이닝 남짓이고, 많으면 70이닝 정도다. 70이닝이 넘으면 위험 신호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SSG는 위닝팀이 아니다. 여기에 장지훈은 프로 첫 해다. 대학에서 적잖은 이닝을 소화했던 선수이기는 하지만, 프로에서 쓰는 힘은 또 다르다. 첫 해부터 많이 던진 건 경험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관리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요소도 있다.

물론 많이 던진다고 해서 꼭 부상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선수들에게 성적 저하가 찾아왔다는 데이터는 분명히 많다. 당장 SSG는 2019년 정규시즌 88승을 거둘 당시 많은 경기에 나섰던 필승조들이 다음 해 뚜렷한 구위 저하에 시달린 사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 여파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다. 장지훈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셧다운’을 시키기도 어렵다. SSG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팀이 시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장지훈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김원형 SSG 감독 또한 5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장지훈에 대해 “관리를 해주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내면서도 그렇지 못한 사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SSG는 박종훈 문승원의 시즌 아웃, 그리고 윌머 폰트까지 옆구리 부상으로 빠지며 최악의 선발난을 겪고 있다. 선발투수들의 이닝소화가 적으니 자연히 불펜에 부하가 간다. SSG는 장지훈을 비롯, 박민호 서진용 김태훈 김택형까지 5명의 필승조를 운영하고 있지만 선발이 6~7이닝을 끌어주는 경기가 적다보니 어쩌다 리드를 잡은 날에는 5명이 모조리 투입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장지훈은 경기 초반 승기를 잡았지만 아직 7회에 이르지 못했거나, 4~5점차로 앞서고 있는데 상황이 다소 불안하거나, 다른 불펜투수들이 휴식을 취해야 할 때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비중이 타 불펜 투수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높다. 이런 와중에 이닝은 쌓이고, 어깨에 피로가 쌓이고, 최근 구위가 떨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쉬게 할 수는 없으니 이게 지독한 딜레마다.

김 감독도 “지금 시점에서 19경기 남았는데 이 중요한 선수를 신인이기 때문에 관리를 해야 한다? 이건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고 현실적인 고민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다만 “등판 간격이나 투구 수를 면밀하게 계산을 해서 앞으로 게임에 투입하는 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고 피드백했다. 안 쓸 수는 없는 상황이니 철저하게 홀드 및 세이브 상황에만 투입하거나 1이닝씩만 맡기는 등의 방안은 고려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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