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정수빈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홈런 치고 MVP 받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됐다."

두산 베어스 정수빈(31)에게 2015년 10월 31일은 야구 선수로서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날이다. 당시 두산은 시리즈 3승1패로 앞서 있었다. 1승만 더 하면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정수빈은 왼손 검지 부상에도 경기에 나갔다. 부상을 염려하는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 허경민(31)과 MVP 경쟁을 펼쳤다. 허경민은 23안타로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운 상태였다. 

정수빈은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13-2 대승을 이끌었다. 9-2로 앞선 7회말 3점포를 터트린 게 결정적이었다. 정수빈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14타수 8안타(타율 0.571), 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MVP로 선정됐다.     

2009년 데뷔해 두산에서 13년을 뛰면서 가장 행복했던 날이다. 정수빈은 "14년 만에 우승이었고, MVP를 받았고,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에 홈런을 쳤다. (허)경민이도 잘해서 가장 센 MVP 후보였다. 그 타석에서 나는 무조건 홈런을 치려고 생각했다. '홈런 치고 MVP 받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홈런 치자마자 '아 경민아 미안하다' 그렇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정수빈이 얼마나 대범한 선수인지 확인한 이 날은 삼성에 가장 우울한 날이었다. 삼성 왕조의 끝과 암흑기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고, 2015년 5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대업을 꿈꿨으나 두산의 벽에 막혔다. 이후로는 모두 알다시피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하위권을 맴돌며 가을 야구조차 하지 못했다. 

두산과 정수빈은 승승장구했다. 두산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황금기를 보냈다. 2015년을 포함해 2016년, 2019년까지 3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정수빈은 두산의 가을을 상징하는 선수가 됐다. 공수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큰 경기에 배짱 두둑한 선수로 평가를 받았다. 지난 시즌 뒤에는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두산과 6년 56억원 계약을 맺으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 수비로도 상대 팀을 울리는 정수빈 ⓒ 연합뉴스
올가을에도 정수빈은 생기가 넘친다. 정규시즌 부진으로 김인태와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104경기에서 타율 0.259(313타수 81안타), OPS 0.700, 3홈런, 37타점, 50득점에 그쳤던 선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결정전 2경기에서 11타수 4안타(0.364), 3득점을 기록하며 예열하더니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3타수 6안타 5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정규시즌 4위 두산의 플레이오프행을 이끈 공신들 가운데 하나다. 

정수빈은 준플레이오프 MVP 인터뷰에서 "올 시즌은 당연히 내가 못한 시즌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든 내 몫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9월부터 팀에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아무리 못해도 항상 기회는 온다. 그 기회를 잘 살리려 했고,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3차전에서 LG를 2차례나 울린 슈퍼캐치와 관련해서는 "어려운 타구였는데, 내가 잘 잡았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삼성과 정수빈은 가을 무대에서 6년 만에 재회한다. 삼성은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정수빈은 올해 삼성 상대로 15경기에서 타율 0.314(51타수 16안타), 7타점, 4득점으로 좋은 편이었다. 1차전 선발투수 데이비드 뷰캐넌 상대로는 5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정수빈은 "삼성은 투타 밸런스가 좋은 팀이다. 삼성도 분위기를 한 번 잡으면 놓치지 않고 끝까지 가는 팀이다. 우리는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고 약세다. 단기전이라 누가 더 집중력 있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키움과 LG를 꺾은 기세와 정신력으로 삼성과 맞붙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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