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가을마다 상대 팀에는 악마가 된다. 두산 베어스 '56억원 중견수' 정수빈(31)이 LG 트윈스가 27년 동안 기다린 꿈을 짓밟았다.
정수빈은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LG의 흐름을 끊는 2차례 다이빙 캐치로 마운드에 힘을 보탰고, 타석에서도 5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 만점 활약을 펼쳤다. 두산은 10-3으로 대승하며 시리즈 2승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2위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은 9일 대구에서 열린다.
정규시즌 3위 LG는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27년 만에 정상을 노리는 팀이었다. 4위 두산이 1차전을 5-1로 이기면서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100%를 확보했지만, LG는 2차전을 9-3으로 잡으면서 반격을 준비했다. 3차전에는 선발 임찬규 뒤에 1차전 선발투수 앤드류 수아레즈를 붙이겠다고 예고하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시작부터 정수빈이 막아섰다. 0-0으로 맞선 1회초 정수빈이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하며 임찬규를 흔들었다. 이어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우중월 적시 2루타가 터져 0-1로 끌려갔다.
1회말에는 호수비로 LG의 흐름을 차단했다. 선두타자 홍창기의 좌중간으로 빠질 법한 타구를 몸을 날려 낚아챘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 유강남의 우전 적시타로 1-1 동점이 된 것을 고려하면 역전을 막는 큰 수비였다.
정수빈은 2회말 한번 더 몸을 날렸다. 1사 후 구본혁의 타구가 이번에는 우중간으로 빠지는 듯했다. 그런데 정수빈이 다이빙 캐치에 성공하며 뜬공으로 바꿨다. LG 쪽에서는 악마의 수비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정수빈이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
2차례 호수비는 선발투수 김민규가 1이닝 1실점에 그치고 내려간 상황에서도 두산이 리드를 끌고 가는 발판이 됐다. 덕분에 2번째 투수로 붙인 이영하가 4이닝 66구 2피안타 4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칠 수 있었다.
정수빈은 3-1로 앞선 4회초 타점까지 올리며 자신의 무대를 마음껏 즐겼다. 2사 1, 3루 기회에서 중전 적시타를 날리며 4-1로 거리를 벌렸다. 6-1로 달아난 5회초 2사 만루에서는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싹쓸이 3타점 적시 3루타를 날리며 LG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정수빈은 포스트시즌마다 배짱 두둑한 플레이를 펼치고,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려 '가을 사나이'로 불린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큰 경기에 강한 정수빈의 '강심장'을 칭찬하곤 한다.
올가을을 앞두고 정수빈은 양석환, 강승호, 박계범 등 상대적으로 포스트시즌 경험이 적은 후배들에게 "스스로 영웅이 돼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후배들 앞에서 어떻게 영웅이 되는지 직접 보여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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