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의 우승을 위해 뭉친 예비 전설들. 추신수-최정-김광현(왼쪽부터) ⓒ곽혜미 기자
▲ SSG의 우승을 위해 뭉친 예비 전설들. 추신수-최정-김광현(왼쪽부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광현(34)은 인천의 상징과 같은 선수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선언하고 2년간 잠시 팀을 떠나 있었지만, 옛 동료들과 연락은 꾸준하게 하고 있었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는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SSG(당시 SK) 캠프에서 훈련을 하기도 했고, 2021년 시즌을 앞두고는 제주도의 SSG 1군 캠프에서 개인 운동을 했다. 훈련 프로그램은 달랐지만, 저녁 시간이 되면 선·후배들과 만나 자주 대화를 나눴다. 지난해에는 김원형 SSG 감독에게도 가끔 전화를 했다. 김 감독은 “항상 밝은 목소리였다”고 회상했다.

그런 김광현은 이번 오프시즌에도 동료들과 연락을 많이 했다. 찾는 후배들도 많았고, 김광현이 찾은 선배들도 있었다. 동료들은 은근슬쩍 김광현의 상황을 물었고, 농담을 섞어 “돌아오라”고 했다. SSG의 간판 스타들인 추신수(40)와 최정(35) 또한 마찬가지였다.

김광현은 “(추)신수형도 그랬고 (최)정이형도 한 달에 한 번은 통화했었는데, 사실 반협박처럼 들렸다. 형들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라고 하며 나를 꼬셨다“고 껄껄 웃었다. 김광현이 팀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팀의 레벨을 결정할 만큼의 큰 차이다. 우승에 대한 염원이 컸던 두 선수는 김광현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농담을 섞어 같이 뛸 수 있는 기회를 바랐던 것이다.

물론 두 선수의 반협박(?)이 복귀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건 아니지만, 김광현 스스로도 그런 동료들의 마음씨를 고마워했다. MLB 직장폐쇄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김광현은 주위의 이야기, 그리고 구단의 진정성 있는 계약을 생각한 뒤 마음을 돌렸다. MLB 직장폐쇄는 언젠가는 끝날 것이고, 이왕 기다린 것 조금 더 기다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광현은 “그래도 (복귀에)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인데, 돌아오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아쉬워하시는 팬 분들도 계시지만, 김광현이라는 선수가 한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운드에서, 야구장에서, 그리고 야구장 밖에서도 팬 여러분들께 받은 많은 사랑을 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계약이 된 후 축하 전화도 많이 받았다. 김광현은 “다들 연락을 많이 주셨다. ‘축하한다’, ‘환영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말보다 좋은 성적으로 팀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선배님들께는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후배들에게는 짧다면 짧은 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배웠던 것들을 알려주고 싶다. 잔소리는 줄이고 포인트만 콕콕 집어서 가르쳐줄 수 있는 족집게 강사 같은 선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이 멤버가 전성기 기량에서 야구를 할 시간이 많이 남은 건 아니다. 추신수와 김강민은 올해가 끝난 뒤 곧바로 은퇴를 선언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최정과 김광현이라는 예비 전설들도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한유섬 문승원 박종훈 김태훈 서진용 이재원 등 팀의 중추를 이루는 선수들도 이제 죄다 30대다. 김광현이 의욕을 더 불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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