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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리뷰]'뜨거운 피', 뜨거운 연기와 안 뜨거운 이야기를 합치면

작성일: 2022.03.22 16:29 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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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피 포스터. 제공ㅣ키다리스튜디오
▲ 뜨거운 피 포스터. 제공ㅣ키다리스튜디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연기는 뜨거운데 이야기는 미적지근하다.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는 믿음으로 열어보지만, 기시감이 느껴지는 칼부림 건달 이야기에 아쉬운 입맛을 다시게 된다.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정우)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영화다. 베스트셀러 작가 천명관이 감독 데뷔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다만 자신의 글이 아닌 다른 작가의 원작에 흠뻑 반해 연출을 결심한 경우다.

시대적 배경은 90년대 초반, 부산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가상의 항구도시 구암이 배경이다. 구암의 왕인 손영감(김갑수)의 사냥개로 20년 동안 촌구석 해결사로 살아온 실세 희수는 나이 마흔 즈음에 접어들며 구질구질한 삶에 염증을 느낀다. 그 사이 바다 건너 번쩍번쩍한 도심을 무대로 활동하는 영도파가 구암의 항구에 눈독을 들인다. 영도파에 있는 희수의 절친한 친구 철진(지승현)이 움직이면서 영도파와 구암파의 싸움에 이들이 전면으로 뛰어들게 된다.

'뜨거운 피'는 감독과 배우들이 일찌감치 강조했듯 '날 것'의 건달 이야기다. 그래서 폼생폼사에 화려하고 자극적이고 겉멋 가득한 조폭 비주얼은 없다. 시골 양아치와 건달 그 사이, 겁 없는 몸뚱이 하나를 밑천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비겁하고 치졸하고 비린내 나는, 끔찍한 패싸움을 벌인다. 이들에겐 죄책감이나 망설임 대신 목적만 있다. 나와 조직의 이익을 위해 칼 한 자루를 가지고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을 무참히 찌르고, 찢고, 죽이고, 바다에 집어 던진다. 

이들이 '전쟁'이라 부르는 목숨 건 칼부림이 오가는 사이 구암 바닥에 뜨거운 피들이 낭자하게 쏟아진다. 영화 전반에 잔혹하기 그지없는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반복되는 데스매치는 당위성이 떨어지는 만큼 감정몰입이 어렵다. 허무한 죽음들의 끝에는 더 헛헛한 기분이 드는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당연히 이런 그림을 구성하는 이야기와 비주얼에 특별하거나, 새롭거나, 매혹적인 구석은 없다. 앞서 수많은 조폭 영화에서 봤었던 것 같고, 그럴 것 같았던 그림이다. 온도가 팍 식는다.

이런 식어빠진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볼만한 한 편의 이야기로 데워주는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희수 역의 정우는 물론 지승현, 김갑수, 최무성, 이홍내 등 배우들의 뜨거운 연기가 피를 돌게하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스토리의 온도를 높인다. 물론 뜨거운 연기가 안 뜨거운 이야기와 합쳐지면 결국 미지근한 영화가 될 뿐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뜨겁게 느껴진다면 9할은 배우들의 공일 것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100% 농도의 '찐' 부산 사투리를 자비없이 실감나게 살린 나머지 대사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막이 필요하다고 느낄 정도로 리얼함에 모든 톤을 맞췄다. 장점이기도 하겠지만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닌 관객들이 대사를 이해하는데엔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할 것 같다. 

23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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