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명예 은퇴의 기로에 놓인 로빈슨 카노
▲ 불명예 은퇴의 기로에 놓인 로빈슨 카노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로빈슨 카노(40)는 한때 경력 마지막까지 힘을 내면 명예의 전당도 가능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받던 대형 2루수였다. 먼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아예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만한 실적을 낸 2루수가 거의 없었다. 

카노는 200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2013년까지 뉴욕 양키스에서 1374경기에 나가 타율 0.309, 204홈런, 82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0을 기록했다. 만 31세까지 이룬 업적이었다. 홈런이나 타점 개수는 더 많이 추가가 가능했다. 게다가 2013년 시애틀과 10년 장기 계약을 하면서 꿈은 더 커졌다. 10년을 더 뛸 수 있는 판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FA 계약 이후 성적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홈런이나 타점은 꾸준히 적립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다른 대형 계약 먹튀들과는 다르게 나쁘지 않은 성적도 거두고 있었다. 카노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860경기에서 타율 0.292, 130홈런, OPS 0.819를 기록했다. 여전히 리그 평균보다 공격력이 좋은 2루수였다.

그런데 그 힘이 상당 부분 약물에 힘을 빌렸음이 드러나면서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카노는 이미 한 차례 금지약물의 일종인 스타노조롤을 복용한 것이 드러나 징계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2020년 다시 같은 약물 복용이 드러나 이번에는 162경기 출전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끝내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최근 양도지명선수(DFA) 처리가 된 상태다.

카노는 올해 2400만 달러 연봉이 남아있다. 이 연봉을 주고 카노를 데려갈 팀은 없다. 대신 DFA 절차가 모두 끝나고 메츠가 카노를 방출하면 연봉은 메츠에서 책임진다. 다른 팀들은 최저 연봉만 지불하고 카노를 쓸 수 있다. 

복귀 가능성은 설왕설래가 오간다. 카노는 징계 탓에 지난해 전 경기에 결장했고, 올해 12경기에서는 타율 0.195에 그쳤다. 하락세가 뚜렷하다. 게다가 약물 빌런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카노가 메이저리그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뛰었다고 보고, 실제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CBS스포츠의 칼럼니스트 마이크 액시사는 카노를 데려갈 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해 현지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을 모으고 있다. 액시사는 카노의 리그 복귀 가능성을 그렇게 높게 보지는 않으면서도, 리그에서 검증된 베테랑으로 단기간 포지션에 구멍이 생긴 팀들이 손을 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액시사는 “카노가 자유계약선수가 되면 여러 팀이 그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면서 후보로 LA 다저스, 보스턴, 뉴욕 양키스를 뽑았다.

액시사의 주장을 종합하면 다저스는 2루수 맥스 먼시가 아직 자신의 성적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에인절스에서 방출된 알버트 푸홀스를 영입해 쏠쏠하게 활용한 전력이 있다. 지난해보다 내야 백업들의 공격력이 약하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 보스턴은 올해 공격력에서 고전하고 있고, 공격 강화 차원에서 카노 영입을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친정팀인 양키스는 이미 내야가 다 차 있는 상태로 사실 영입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양키스는 조시 도날드슨, 아이재아 카이너-팔레파, 글레이버 토레스, DJ 르메이유, 앤서니 리조라는 확실한 내야수들이 있다. 다만 올해 2루로 이동한 토레스의 공격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양키스타디움이 좌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라는 점에서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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