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 ⓒ 연합뉴스
▲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팀 승리보다 위대한 기록이 있을까. LG 트윈스가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33)를 5이닝 동안 마운드에 방치하며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켈리는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어린이날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1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4탈삼진 8실점(6자책점)에 그쳐 시즌 첫 패(3승)를 떠안았다. 2020년 5월 16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시작한 연속 5이닝 투구 기록은 62경기로 늘렸지만, 말 그대로 상처뿐인 기록이었다. LG는 켈리가 난타 당하는 상황에서도 5이닝을 채울 때까지 기다리다 4-9로 패했다. 

경기 시작부터 켈리는 두산 타선에 쉽게 공략당하고 있었다. 1회초 선두타자 안권수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다음 타자 조수행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페르난데스와 김재환을 1루수 땅볼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2사 2, 3루까진 버텼는데, 허경민에게 좌전 2타점 적시타를 내줘 0-2 선취점을 뺏겼다. 다음 타자 강승호에게는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허용해 0-3이 됐다. 

LG가 분위기를 바꿀 기회는 있었다. 2회말 오지환이 우월 투런포를 터트려 2-3까지 쫓아갔다. 마운드만 무실점으로 버티면 타선이 반전을 꾀하기에 1점은 그리 많은 점수차가 아니었다. 

그런데 켈리가 4회초 또 흔들렸다. 선두타자 허경민에게 유격수 앞 내야안타를 내주고, 강승호를 사구로 내보냈다. 다음 타자 안재석까지 1루수 땅볼 실책으로 출루해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LG는 켈리를 믿고 끌고 갔지만, 박세혁에게 중전 2타점 적시타를 내줘 2-5로 벌어졌다. 켈리의 투구 수가 많지 않고, 불펜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만큼 여기서 더 끌고 가는 건 이해할 수 있는 행보였다. 켈리는 2사 1, 3루까지 버텼으나 조수행에게 우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2-6까지 벌어진 뒤에야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LG는 4회말 2사 2루에서 김민성이 3루수 허경민의 땅볼 포구 실책으로 출루할 때 한 점을 추가해 3-6으로 다시 쫓아갔다. 경기를 포기하기는 이른 시점. LG는 이미 6실점한 켈리를 내리고 불펜을 가동해 막판 뒤집기를 노려볼 만했다. 상대 선발투수 최승용이 4회까지 투구 수가 80개에 이르렀고, 불펜이 강한 편도 아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그래도 LG의 선택은 켈리였다. 켈리는 5회초 등판하자마자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우월 홈런을 얻어맞았다. 슬라이더가 높게 형성된 걸 김재환이 놓치지 않고 우익수 쪽 외야 관중석 최상단으로 타구를 날렸다. 

3-7로 벌어진 상황에서도 LG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1사 후 강승호에게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고, 2사 2루에서 박세혁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3-8로 벌어진 뒤에도 교체 움직임은 없었다. 2사 1루에서 강진성이 안타로 출루했을 때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으나 켈리에게 투구 의사를 물어볼 뿐이었다.  2사 1, 3루에서 안권수를 중견수 박해민의 호수비로 뜬공으로 처리하며 결국 5이닝을 채웠으나 켈리도, LG 벤치도, 관중석에 있는 LG 팬들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대편 더그아웃에 있던 김태형 두산 감독의 냉정한 결단과는 대비되는 행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최승용이 4이닝 3실점으로 버티고 있었고, 5회말을 앞두고 5점차로 앞서 있는 만큼 최승용이 5이닝을 채우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기회를 안길 수도 있었다. 그래도 최승용이 80구까지 채우는 과정에서 구위가 조금씩 떨어지자 과감히 마운드에서 내리고 김명신을 올리며 최승용의 승리가 아닌 팀 승리를 지키는 결정을 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경기에 앞서 "어느 때보다 어린이들이 많이 운동장을 찾을 것이다. 조금 더 즐겁고 재미있는 경기로 승라힐 수 있게 엘린이(LG 팬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점수차가 아무리 벌어져도 켈리를 5이닝 동안 방치하는 결정은, 엘린이들이 기뻐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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