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리는 최근 세 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71을 기록했다 ⓒ KIA 타이거즈
▲ 이의리는 최근 세 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71을 기록했다 ⓒ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몇 차례 위기에도 불구하고 5회까지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은 한승혁(29‧KIA)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 수도 여유가 있었다. 팀은 이미 10-0으로 앞서 사실상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제 관심은 한승혁이 6회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느냐에 쏠렸다.

기록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KIA는 4월 23일 고척 키움전부터 선발투수들이 내리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따내고 있었다. 5일까지 이미 11경기를 진행해 구단 역사상 최고 기록은 달성한 상황이었다. 이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지느냐가 관심사였다. 한승혁은 6회 2점을 주기는 했지만 더 무너지지 않았고, 6회를 마무리하며 퀄리티스타트 조건을 채우고 이 기록을 ‘12경기’로 연장했다.

KBO리그 역사상 1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사례는 올해 KIA까지 딱 네 번이다. 1995년 LG가 세운 19경기가 리그 기록이고, 1993년 삼성과 1998년 현대가 12경기를 기록한 역사가 있다. KIA의 기록은 공동 2위이자 21세기 들어서는 신기록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퀄리티스타트의 개념이 잘 확립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KIA의 질주는 의미가 적잖았다.

KIA는 이 기간 이의리와 한승혁이 세 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양현종 놀린 임기영이 두 번씩을 보탰다. 사실 퀄리티스타트의 최소 성립 요건은 평균자책점 4.50이다. 그러나 이 기간 KIA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2.52였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5번이나 된다. 아슬아슬한 게 아니라, 기록을 세울 만한 자격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급 선발투수들에게 퀄리티스타트 최소 요건은 그렇게 만족스러운 성적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팀 전체가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 중이라는 건 이야기가 다르다. 그만큼 고른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팀 선발진을 이끌어가며 매 경기 팀에 승리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기간 승률이 처졌다는 게 아쉬울 법한 KIA다.

최근 몇 년간 성적이 부진했던 KIA의 올해 목표는 뚜렷하다. 포스트시즌 복귀다. 그 대명제를 위해 많은 것을 바꾸고 또 많은 돈을 투자했다. 다만 몇몇 거물의 보강에도 불구하고 근래 성적이 말해주듯 게임에 쓸 퍼즐이 완벽하게 구비된 건 아니다. 그리고 그 퍼즐은 아직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144경기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퍼즐이자 가장 큰 조각인 ‘선발 퍼즐’이 팀 중심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양현종은 건재하고, 이의리는 더 성장했으며, 한승혁은 올해의 기량발전상 후보다. 두 외국인 선수(놀린․로니)가 돌아가며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선발진이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검증된 선발인 임기영도 돌아왔고, 로니 또한 복귀를 앞두고 있다. 일단 가장 큰 퍼즐 조각이 들어가면 나머지 퍼즐을 조립하기가 쉬어진다. KIA의 남은 시즌에 기대를 걸어볼 만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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