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어디에?
MBN 예능프로그램 '고딩엄빠'가 미성년 부부의 파경 서사로 화제 몰이를 하면서 예민한 문제를 방송에서 자극적으로 소비해 논란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MBN 예능프로그램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이하 고딩엄빠)에는 가정폭력 이후 양육권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출연자 박서현, 이택개의 모습이 공개됐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달 알려졌다. 이택개가 박서현에게 흉기로 특수협박을 받았다는 소식을 SNS에 전하면서다. 이후 방송에서는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해 폭력까지 이어지는 두 사람의 위태로운 관계가 그대로 공개됐다. 이후 스튜디오에서 대화의 자리가 마련됐지만 결국 이들 부부는 파경을 맞았다는 소식을 SNS를 통해 직접 전했다.
이택개는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제는 우리가 아닌 너랑 나가 됐다. 나랑 하은이가 더 이상 너를 받아줄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여기서 끝이지만 앞으로 잘 살아라"라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글을 남기며 파경을 간접 인정했다.
10대의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예민한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다는 점에서 '고딩엄빠'는 프로그램 시작부터 많은 우려를 샀다. 한 술을 더 떠 미성년자 부부의 심각한 가정폭력과 파경으로 이어지는 서사가 방송에 중계되는 지경이 됐다. 아직 미성년자인 비연예인 출연자들의 가정사가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SNS에 쏟아지는 무차별 악성 댓글은 덤이다.
이 가운데 '고딩엄빠'는 특수폭행과 협박이 거론되는 적나라한 가정사로 화제몰이에는 성공,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과연 이같은 장면들이 시청자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보겠다는 '고딩엄빠'의 기획의도를 어디서 찾아야 할 지도 마찬가지다.
1회에서 보여줬듯 '고딩엄빠'가 미성년자 부모가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방송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주면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고심하는 대목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렇기에 더 아쉽다. TV프로그램을 긍정적 의미만 가득 채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이번 박서현, 이택개 에피소드는 기획 의도에서는 한참 벗어난 전개로 논란에 논란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딩엄빠'가 10대들의 임신·출산을 미화해 우려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진다. 과연 권장해야 할지 여러 의문이 드는 선택임에도, 출산 후 어려운 환경에서 아이를 기르는 출연자들을 바라보는 패널들의 '기특해하는' 시선 역시 때때로 난감하다. 최근에는 10대 엄마의 완벽한 남편 내조를 바라보며 패널들이 감탄하는 기묘한 리액션을 두고 시청자들의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과연 '고딩엄빠'가 여러 논란을 감수할 만큼 가치있는 프로그램의 순기능을 펼쳐나갈 수 있을지 남은 회차에서 공개될 에피소드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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