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발적인 힘으로 차세대 거포 탄생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있는 LG 이재원 ⓒ곽혜미 기자
▲ 폭발적인 힘으로 차세대 거포 탄생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있는 LG 이재원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G는 2011년 키움(당시 넥센)과 트레이드로 오랜 기간 터뜨려보려고 노력했던 한 거포 유망주를 손에서 놔줬다. 당시 불펜이 급했던 LG는 베테랑 우완 송신영을 얻기 위해 박병호(36‧kt)를 넥센에 보냈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2005년 LG의 1차 지명을 받은 박병호는 입단 당시부터 기대가 남달랐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쓰는 LG에 엄청난 거포 자원이 들어왔다며 화제를 모았다. 잠실에서도 홈런왕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LG 시절 선배로 박병호의 어린 시절을 잘 아는 안치용 스포티비(SPOTV) ‘스포츠타임 베이스볼’ 크루는 “입단 당시부터 몸이 달랐다”고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박병호는 좀처럼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다. 입단 직후인 2005년 79경기에 나갔지만, 좀처럼 팀의 주전 선수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06년에는 48경기 출전에 머물며 오히려 출전 경기 수가 퇴보했다. 군에서 2군을 폭격했지만 그 성적이 1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09년은 68경기, 2010년은 78경기에 출전했으나 타율은 멘도사 라인을 맴돌았다.

힘이 장사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 유망주를 지도하겠다고 나선 지도자도 줄을 섰다. 욕심이 나는 선수였다. 하지만 그런 관심이 오히려 독이 된 대표적인 케이스로 뽑힌다. 여러 지도자를 거치면서 박병호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만한 확실한 타격폼을 만들지 못했다. 지도자들 모두 좋은 의미로 박병호에게 다가갔지만, 오히려 선수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여기에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서 박병호는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가 됐다. 안치용 위원은 “몇 경기 잘 치다, 또 몇 경기 못 치는 흐름이 이어졌다. 한 경기에서 2~3안타를 치다 다시 못 치면 2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2군에서 좋은 성적이 나거나, 혹은 1군에서 누가 다치면 올라오는 게 반복이 됐다”고 했다. 

1군은 어디까지나 결과를 보여주는 무대다. 아무리 가능성이 있는 무대라고 해도 1할대 타율로 침묵하는 선수를 계속 쓰는 건 구단이나 코칭스태프 차원의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매년 성적이 급했던 LG는 그런 결의를 만들지 못했다. 더 긁어볼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가 트레이드다. 하지만 박병호는 그 후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왕으로 거듭났다. 

넥센은 박병호에게 충분한 기회를 줄 용의가 있었다. 당시 김시진 감독은 “내가 옷을 벗을 때까지 부상이 아니면 널 4번으로 쓴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타격코치들에게도 “폼은 그냥 가만히 놔둬라”고 지시했다. 폼에 너무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게 김 감독의 회상이다. 부담에서 자유로워진 박병호가 훨훨 나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박병호를 포기한 지 10년 뒤, LG는 당시 박병호를 떠올리게 하는 또 하나의 재능에 흥분하고 있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8년 LG의 2차 2라운드(전체 17순위) 지명을 받은 외야수 이재원(23)이다. 지명 당시부터 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2군을 폭격하고 1군에 올라온 흐름도 박병호와 유사하다. 선수 개인적으로도 어느 정도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LG는 이 거포 유망주를 어떻게 1군에 정착시켜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군에서 시련을 맛본 이재원은 올해 1군 첫 15경기에서 타율 0.295, 3홈런, 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48을 기록 중이다. 어마어마한 비거리와 타구속도의 홈런으로 ‘잠실 빅보이’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불러모았다. 다만 앞으로 고비가 없을 것이라 예상하기는 어렵다. 아직 완성된 선수는 아니다. 안 위원도 “아직은 더 해야 한다. 아직 약점이 많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그러나 거포는 육성이 오래 걸린다. 당장 옆동네인 두산만 봐도 김재환이나 오재일(삼성)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경력이 있다. 안 위원도 팀 성적이 나쁘지 않은 만큼 지금은 눈을 질끈 감고 밀어줄 시간이라 강조했다. 안 위원은 “무조건 써야 한다. 저렇게 칠 수 있는 유형의 선수가 LG에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지난해에는 카운트에 몰리면 갖다 맞히는 스윙이 있었다. ‘풀스윙을 하고 삼진 네 개 먹고 들어와’라며 거포로서의 방향성을 잡아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 위원은 “안타 100개보다는 홈런 20개가 더 어울리고 그렇게 가야 할 선수다. 정확함과 정교함도 중요하지만, 어떤 때는 이것을 이길 수 있는 게 바로 힘이다. 야구는 어떻게 치든 100m만 넘기면 되는 종목 아닌가”면서 “폼에 너무 신경을 쓰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타격을 해야 할지만 생각한다. 그러면 투수와 싸울 여유가 없다. 이제는 투수와 싸우게 해야 한다”고 소신을 이어 나갔다.

실제 LG 코칭스태프의 방향도 그런 식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호준 타격코치부터 적극적인 풀스윙을 주문한다. 삼진을 먹고 들어와도 괜찮다는 것이다. 류지현 LG 감독도 이재원을 밀어주는 게 조금씩 보인다. 지난 주 kt와 SSG전에서 타격 성적이 신통치 않았지만 그래도 매 경기 주전으로 내보냈다. 이건 생각보다 의미가 있는 일이다. LG의 결의가 이번에는 기어이 우타 거포 홈런왕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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